내 생전 처음으로 책을 낸다. 사실은 책 같은 것은 내지 않고 살기로 내 자신에게 마음먹었었는데. 그런데 오래 살다보니까 필요에 의해서 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옛날? 같으면 벌써 죽었을 나이인데? 지금은 오래 사는 세대이므로 남은 한 인생이 또 있을 것 같아 내가 할 일은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경험을 나누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남들이 날더러 독특하다고 말한다. 책을 쓰다보니까 정말 아직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았던 일을 많이 한 것 같다. 초등학교 학부형회의 회장을 하면서 부모들이 ?아이들 앞에서 여러 가지 공연을 하는? 전통을 만들어 놓았고, 가만히 살림을 잘하는 주부들을 끌 내어 봉사를 하는 이싹회를 조직했고, 작은교회, 다솜학교 등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개념이 잘 안 잡히는 일들을 한 것이다. ?

그러나? 이제는 '공동체'라는 말이 이 사회에 퍼져 나가기는 하는데 그 말의 뜻이 정리가 잘 안 된 것 같다. 공동체에 대해 ?표현할 필요를 느끼는 것이다. 내 명함에는? 공동체문화원 원장이라고 쓰여져 있다. 그 곳이 뭐하는 곳이냐고 물으면 간단히 설명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앞으로도 공동체 운동을 하려면 책이라도 내어서 긴 설명을 해줄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

그동안에 해 왔던 일의 에피소드를 적는 형식으로 썼고, 햇순에 ‘공동체만들기’난에서 이야기 했던 것을 추렸다. 책을 내면 출판 기념회를 하자고들 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출판기념회는 하고 싶지가 않다. 차라리 책을 냈다는 핑계로 실컷 놀았으면 좋겠다. ?

먼저 복장부터 점잖은 것을 떨쳐버린다. 자기에게 있는 옷 중에서 가장 유치하게 코디를 한다. 김영운 목사님이 하얀 위아래 옷에다 백구두를 신는다고 상상해보라! ?민영진 목사님이 파란색 체크바지에 노란색 체크 웃도리를 입고 빨간 목도리를 걸친다면? 생각만 해도 재미있지 않는가! 나는 슬리퍼에 빨간 양말, 회색 내복이 보이는 짧은 치마, 시골 할머니들이 잘 입으시는 굵은 스웨터를 입고, 이순임 목사는? 꽃무늬 미니스커트에 배꼽티를 입는다면? ?

모여 온 사람들의 복장을 서로 보면서 이미 웃다가 울 것 같다. 엔돌핀은 충천 할 것이고 어떤 열기를 불어내지 않아도 다 될 것 같다. 그동안 잘 만나지 못했지만 내 책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사람들이 한번 모여 봤으면 좋겠다. 그때의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면 공동체 운동의 진수를 알아 낼 것 같다. ?

그렇게 되면 멋진 강연도 되고 재미있는 공연도 되고 아름다운 영성을 이루어 가는 기도도 될 것이다. 흥이 나면 춤을 추어야지, 막춤을!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받았던 스트레스가 다 도망가도록. 그리고 사랑만 남아서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참 좋겠다.

그동안 잘못된 문화를 고치자고 하면서 공동체운동을 해오는데 그중에서 우리들의 행사가 사람중심인 것보다도 행사를 위한행사, 체면 유지를 위한 행사가 많은 것에 안타까워하였다. 다른 사람에게는 강요를 못해도 내가 하는 행사에서 만은 사람들이 모여서 마음을 교환하는 행사를 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이런 경험이 있다. 20여 년 전부터 이싹회에서 저녁모임을 하면 800명 내지 1000명이 모인다. 그럴 때마다 내빈 소개를 하지 않았다. 모두가 내빈이기 때문에 소개를 안 한다는 멘트를 하면서…. 어느 해인가에는 전직 대통령이 오셨는데도 소개를 시키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날도 "전직 대통령이 오셨지만 우리의 모임에서는 특별한 소개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나 대통령님이 오신 것을 여러분이 다 아시죠?" 하고 사회자가 말해서 모두가 한바탕 웃은 적이 있다.

요즈음 보면 많은 곳에서 내빈소개를 좀 덜 하는 것 같다. 이렇게 문화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고쳐지는 것에 대한 희열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느님의 나라가 이루어지는 것도 이러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