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공동체성서연구

 

 


8/2005

 

 

 

 

 

 

 

 

 

 

 

 

  공동체 만들기

 

십자가를 바로 세우는 일

 

 

 

 

 

 

 

 

 

 

 





안수경

목사, 희년의 집 원장










 


지난 5월, 스승의 날을 보내면서 그리운 스승 생각이 더욱 간절했다. 어떻게 성서를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신학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성서와 신학을 삶으로 살아내야 하는지? 에 대한 가르침과 깨달음을 주신 잊을 수 없는 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분으로 인해 오늘 내가 여기, 이 자리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선생님께서는 졸업을 앞두고 삶의 현장으로 나가려는 내게 유언과도 같은 말씀을 해주셨다. “너는 교회 십자가를 하나 더 세우는 일보다는 그 십자가를 바로 세우는 일을 해야 한다.”라고. 그 말씀은 신학교를 졸업한 후 15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귓가에 쟁쟁하다. 그리고 나의 목회철학이요.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교회보다는 한사코 기관사역에 15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러나 이제야 깨달았다. 십자가를 바로 세우는 일은 교회 밖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교회를 통해서 교회 십자가를 바로 세우는 일을 해보리라는 야무진 꿈을 안고 목회현장에 들어왔다. 그저 단순한 일반교회 목회가 아닌 가난한 지역의 사람들과 함께 십자가를 바로 세워나가는 일을 해나가려한다.

가난, 빈곤, 결식, 실업, 한 부모 세대, 조부모 세대, 그룹 홈, 독거노인, 무의무탁, 수급권자, 저소득, 자활 등의 용어는 지금까지의 내 삶에 자주 접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제 이런 용어들이 삶의 일부가 되었다. 가난, 빈곤이라는 말이 1997년 IMF를 지나면서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 되었고, 그 이후 이혼의 증가, 노인 인구의 증가 등으로 더욱 심화되어가고 있다. 80년대 말 하월곡동(꼬방동네) 민중교회에서 무임 전도사로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때처럼 절대적인 빈곤에는 시달리는 사람은 줄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가난이 삶을 힘들고 지치게 하고, 또 가난으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고, 아이들, 여성들, 그리고 노인들의 삶이 점점 더 황폐해져가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가정의 달이라고 떠들어대던 5월에 엄마를 생각하며, 아빠를 생각하며, 엄마 아빠 얘기만 나와도 금새 눈망울에 눈물이 가득 고이던 아이들의 마음이 채 추스러지기도 전에 또 휴가철인 7월이 다가오고 있다. 방학이 되면 이곳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산으로, 들로, 바다로, 휴양지로 떠나는 대신 공부방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이 고작이다. 물론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외로울 틈도 없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여름휴가를 떠나는 아이들이 부러울 것이다. 또 아이들의 이런 애처로운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 아파할 손주들을 키우고 사는 할머니들의 애닯은 마음은 또 어쩌랴! 이곳에 사는 할머니들은 아침 일찍 손주들 학교 보낸 후, 쓰레기를 모아 팔거나 청소나 취로사업 등에 동원되어 일용할 양식을 해결해나간다.

지난 5월 18일자 신문에서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기사를 보았다. 청소년, 실업자의 자살에 이어 노인 자살이 또 다른 사회문제로 대두 되고 있는 듯 하다. 자살하는 대부분의 노인들은 무의무탁한 독거노인이라고 한다.

무엇이 이들을 자살로 내 몰고 있는 것일까? 경제난이? 아니다 외로움일 것이다.

헌데 희년마을 할머니들은 마음 놓고 죽을 수도 없다. 하나님을 믿는 신앙 때문에? 아니다. 에미 에비가 버리고 떠난 불쌍한 손주들을 또 다시 버려두고 갈 수 없어서일 것이다. 이들에게 손주는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생명줄과도 같다. 마지못해서 생명을 이어가는 할머니들에게 삶의 기쁨과 감사를 찾아가고 싶다. 한부모와 살기 때문에, 할머니와 살기 때문에 마음 한 구석이 언제나 외롭고 불안한 아이들에게 삶의 기쁨과 평안을 찾아주고 싶다.

지금까지는 사회 안에서, 기관에서 교회개혁이라는 그림을 그리면서 많이 힘 빠져하고, 많이 외로워했다.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교회 안에서 교회개혁이라는 그림을 그리려한다. 오늘, 지금 이 자리에서, 가난한 교회의 가난한 교인들과 함께 지역사회를 살려내는 일, 아이들을 돌보는 일, 어르신들을 섬기는 일을 해 나가려한다. 이 일을 통해서 교인들과 함께 최소한 내가 섬기는 교회의 십자가만이라도 바로 세우는 일을 소박하게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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