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사절이라는 말보다 대사라는 말로 쓰이고 있는 이 직함은 어떤 권위있는 분을 대신해서 일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세계 곳곳에 대사가 나가 있다.

나는 지난달에, 로마 바티칸 대사관에서 있었던 구교의 평신도 단체인 보꼬라레 회원들과 신교인 여신학자협의회 회원들과의 만남의 자리에 참석하였다. 국가를 대신하여, 또한 한국의 천주교를 대신하여 여러 가지 애를 쓰는 대사 부부를 보며 ‘그리스도의 사절’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국을 알리는 일은 물론, 그곳에 있는 사역자들이나 교인들을 돌보며 매일매일 들리는 한국의 손님들도 맞는다. 또한, 다른나라 대사들과의 관계형성을 위한 일도 만만치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 자신을 위한 일은 뒤로 밀리기 마련이다. 옷을 입는 것도, 치장을 하는 것도, 국가를 대표하는 대사라는 입장에서 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대사의 일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므로 대사직을 맡은 사람의 인격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것이다. 대사부부와 함께 교황청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지나가는 여러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것은 물론 대문을 지키는 근위병과의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얼마나 따스한 감정을 느꼈는지 모른다. 대사가 “스테파노!”라고 그의 이름을 부르며 창문을 열자 그 근위병은 차 창문으로 얼굴을 들여 밀며 대사의 어깨에 있는 자그마한 잎파리를 다정스레 집어 들었다. 이태리 말이라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서로의 사이에서 흐르는 교감과 사랑을 느낄 수 가 있었다. “어머나! 한국 사람과 지내는 것처럼 다른 나라 사람하고도 지내네...”아니, 자기 식구처럼 다정하게 지내는 것이 나를 놀라게 한 것이다.

벼룩시장에 구경을 갔다. 우리나라 장터처럼 천막을 치기도하고 난장을 벌려 놓기고 한 곳을 대사님이 직접 안내를 해 주셨다. 나는 송구스러워 자꾸만 그만 보고 가자고 졸랐다. 그러나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는 그의 친절에 계속 따라다니며 그곳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았다.

그렇다! 그리스도의 대사는 이런 태도이어야 하겠다. 흔히, 우리는 대사쯤 되면 수위랑은 별로 친하게 지내지도 않으며 시장통 구경은 직접 시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로마바티칸 대사라는 자기중심적이거나 자기의 직책에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단순히 수위와 대사로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서 친하게 지내며, 멀리서 로마를 구경 온 사람들을 위해서도 안내를 해 주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대사의 임무를 행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예수의 말씀을 실천하는 삶인 것이다.

한국과 바티칸 교황청을 이어주며 좋은 일은 교환하며 잘못된 일이 생기면 화해를 이루어 낼 수 있는 일을 잘 수행하려면 그리스도의 사절의 삶을 살 때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한다.

그리스도의 사절로서 인정을 받은 우리 믿는 사람들 모두 이러한 삶이어야 하는데... 오늘날 우리 기독교 교역자들을 생각하니 씁쓸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렇게 기분 좋은 만남을 보며 다시 한번 본 받아 살고 싶어진다.

예산이 많은 교회에서는 이제 교회치장 그만하고 결식아동의 교육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예배당을 새로 짓는다면 장애인도 들어 갈 수 있도록 건물을 지으면 좋겠다. 사역을 한다면 남자나 여자나 평등하게 하면 좋겠다. 그리고 교역자들은 자기가 높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다. 각자가 가진 서로 다른 달란트를 존중하며 부추기는 분위기가 퍼지면 좋겠다. 돈이 많은 교인들은 자기가 받은 복을 나누어주며 재미를 느끼면 좋겠다. 자기가 번 돈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죽는다면 억울하지 않은가!

북한 사람들과도 화해하고 살면 좋겠다. 경상도 전라도, 진보 보수, 여야 등으로 가르는 쩨쩨한 일들을 이제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

그리스도의 사절로서 산다면 고쳐야할 일들이 참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