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공동체성서연구

 

 


12/2003

 

 

 

 

 

 

 

 

 

 

 

 

  공동체 만들기

 

불연속성

 

 

 

 

 

 

 

 

 

 

 





윤 명 선

공동체 문화원장










 


20 년 전에 교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작은 교회가 그 때는 여의도 홍우빌딩에 있었다. 어느 주일날 갑자기 ‘집달리’들이 교회에 들어와서 집기들을 복도로 끌어내고 있었다. 우리 교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당하고만 있었다.

알고 보니 그 때 우리 교회는 전세로 있었는데 그 주인이 부도가 났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있을 것을 우리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그 주인도 그렇게 갑자기 끌어낼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주일 예배를 드리러 온 교인들은 너무 놀랐고 우왕좌왕하며 말들을 하고 있었다.

“아니, 왜 연락도 안 해 주고….”

“목사님이나, 재정부에서 전혀 몰랐대?”

“미리 미리 좀 알아보지….”

“어디서 예배를 드리지?”

한쪽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모여 앉았다. 네 살, 다섯 살, 여섯 살짜리들이었다.

“누나, 저금통에 얼마 있어?”

“몰라, 하지만 다 꺼내면 돼.”

“나도 돼지 저금통 있어, 우리 모두 목사님 드리자, 우리 교회 사게.”

어른과 아이들은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어른들은 원망을 하고 있었다. 남의 탓만 하고 걱정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대안을 제시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몽땅 내어 놓으려고 하고 있었다. 목사님을 동정하고 도와 드리려고 한 것이다.

우리는 흔히 오늘을 살지 않고 과거나 미래에 매여 산다고들 말을 한다. 특히 과거의 나쁜 기억을 오늘에 끌어 들여서 계속해서 나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두려운 일이 미래에 올까봐 불안에 떨며 살고 있다. 미래의 불행은 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갑자기 교회가 예배를 드릴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면 복도라도 치워서 먼저 예배를 드리고 그 다음에 수습을 하면 될 텐데도, 해야 할 일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은 하고 있는 것이 어른들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들어 주었고, 정신을 차리게 해 주었다.

아이들은 어제의 잘못을 오늘 속에 끌고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당장 생긴 일을 수습하는 것이 아이들의 일이었다.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나쁜 일을 당하게 된 목사님을 위로하고 있었다. 한쪽 구석 의자에 침통하게 앉아 있는 목사님께 다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꼬옥 잡아 주었다고 한다. 돼지 저금통 털어서 교회를 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 !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나면 하나님께서 도와주시는 법이다. 그 후에 집주인이 돈을 갚아서 우리 교인들은 교회에 다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행복하게 사는 비결은 어제의 나쁜 일에 매여 오늘 좋은 일을 그르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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