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하나님만이 아시는 일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남이 하지 않는 일을 많이 하며 살아온 것 같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내가 급장(반장)을 했는데, 우리 반 아이들은 공부 시작하기 거의 한 시간 전에 교실에 모였다. 내가 선생님이 되어 학교 놀이를 하기 위해서다. 선생님이 들어오시면 화들짝 놀라 자기 자리로 들어가지만 우리 반 아이들은 너무나 재미있게 지냈다.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을 쓰고 다니는 아이들보다 마대 자루를 접어 머리서부터 뒤집어쓰고는 마구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나는 빨간 비옷과 장화를 신고 다녔다. 마대 자루를 쓰고 다니는 아이들이 부러워서 비옷과 바꿔 입고는 마대 자루를 쓰고 뛰어다니는 행열에 뛰어 들었다.

6.25가 나던 4학년까지는 방안에 얕으막한 무대 같은 것이 있는 집에 살았다. 일본 사람들이 지어 미국 사람들도 함께 살던 단지인데, 해방이 되고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무대 같은 곳은 일본 사람들이 섬기는 어떤 종교적인 물건을 올려놓는 곳인 것 같다. 일본에서는 큰집에는 큰 무대(?)가, 작은집에는 작은 무대가 있는 것 같다. 어떤 큰집에서는 거기에 불상을 올려놓고 제사를 지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나는 방과 후에 그곳에 엄마 치마로 막을 치고는 정말 무대를 만든다. 우리 반 아이들은 우리 집으로 몰려와 연극을 하며 놀기도 했다. 대본은 친구들이랑 같이 쓰고 연출은 내가 맡았다. 나는 그 때 부산에 살았는데 6.25가 나자 서울 아이들이 우리 학교에 많이 몰려왔다. 여학생들은 고무줄놀이나 발등으로 하는 오자미 놀이를 했고, 남자아이들은 자치기나 재기차기 등을 하며 놀았다. 물론 고무줄놀이도 밤이 늦도록까지 했지만 나는 남학생들과 함께 자치기, 구슬치기 등을 즐겼다.

겨울이면 추워서 모두들 햇빛이 비치는 따듯한 담벼락에 쭈욱 붙어서 있다가는 이리밀고 저리밀며 “비지 갈자, 조푸 갈자.”를 외치면서 누군가 튕겨나가게 만든다. 조푸는 두부의 경상도 사투리이다. 중 고등학교 때 역시 이것저것 장난을 치면서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았다. 한 학급이 모두 합창반으로 짜여져 공부도 같이 하고 합창 연습도 같이 하며 똘똘 뭉쳐 지냈다. 대학교 시절에는 여덟 번의 방학 때마다 강원도에 계몽을 다니거나 군대위문을 다녔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사회봉사를 하러 다녔다. 그때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자원봉사라는 말이 없었다. 길에 가다가 옛 친구를 만나 뭐하며 지내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아무 것도 안 한다는 답을 해야만 했다. 그 때에는 직업을 가져야만 무엇을 하는 것이라고 인정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고아원, 양로원, 교도소로 이곳저곳 바쁘게 다니며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살림 사는 여자가 돌아다닌다고 비난을 받기도 했다.

나는 항변을 하기도 했다. 직업을 가진 여자는 돈도 받고 능력도 인정받고, 살림을 좀 못 살아도 동정을 받는데, 자원봉사를 하는 나는 돈을 받기는커녕 내 돈을 내고 하고, 그 일은 일로 여기지도 않고 돌아다니기만 하는 여자가 되는 것이냐고....그 때 당시에는 직업도 가지지 않고 자원봉사를 하지도 않고 친구들이랑 한증탕에 가거나 점심을 먹으며 돌아다니는 여자에게 오히려 복 많은 여자라는 말을 해 주기도 했다.

선교회를 만들고 교회를 창립하는 일에 끼이게 된 후에도 그렇다. 요새는 지적권리도 인정하고 무엇을 소개했을 때는 커미션이라는 제도도 있다. 그런데 나는 그런 일에 인정을 받거나 돈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다. 중간에서 애써서 일을 성사시켜 놓으면 그 양쪽의 사람들만 함께 해버리고 나는 뒷전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교회를 창립할 때에도 창립멤버들이 다짐을 한 것이 있다. 우리는 ‘우리 교회를 세우지 말고, 하나님의 교회를 세우자.’라고. 우리 교인을 늘리고 우리 교인들만을 위하는 봉사를 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달란트를 살려 봉사하자.

지금 나는 그렇게 살고 있다. 주일날 모여서 함께 예배드리는 등록교인은 적다. 그러나 매주 월요일 에 성서연구를 하는 사람들과 에니어그램을 공부하는 사람들, 주중에 이곳저곳 다니며 강의를 듣는 사람들, 토요일 다솜 학교에 오는 학생들과 학부형들. 성서연구를 같이 하는 목사들….

우리는 창립하는 처음부터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회라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 교인이 늘어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하나님의 교회를 섬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서는 그런 것은 목회가 아니라는 생각들을 한다. 병자를 돌보거나 가난한 사람을 돌보는 일 등 눈에 보이는 일에는 사람들이 성금도 보내는데 우리들처럼 교육을 하는 곳에는 성금을 잘 주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남이 별로 하지 않는 일을 내가 만들고 선택해서 했던 것처럼 노년에 이르기까지 나는 창의적(?)인 생활에 투신하며 사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일들 모두가 하나님이 아시는 일들이다.

고령화되는 이 시대에 맞는 일을 찾아본다. 친구들을 다시 모아야겠다. 아직 힘이 있는 사람들이 할 일 없이 허송세월 보내는 것이 아깝다. 퇴직하고, 자녀들 모두 출가시키고, 먹고 살만한 돈은 좀 있고 이런 사람들은 즐기기도 하면서 보람찬 일을 해야 행복한 삶이 이어질 것이 아닌가!

노인들이라고 섬김만 받는 것이 아니라 노인들이 할 수 있는 봉사를 찾아내어 남은 여생 우리도 즐겁고 사회에 이바지 되는 일이 없을까 연구해 볼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