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갈 일이 있었다. 내 동생 목사가 17년 전부터 선교를 하고 있다. 필리핀을 비롯하여 인도, 중국, 러시아 등 비교적 예수가 전파되지 않은 나라를 찾아다니며 교회를 지어준 곳이 100여 개나 된다. 이곳 저곳 설교를 하러 다니며 스폰서를 구하여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필리핀 바기오에 있는 한 교회를 봉헌하는 예배가 있기에 같이 간 것이다. 그런데 바기오보다 더 북쪽에서 온 한 목사팀이 있었다. 그곳은 마닐라에서 바기오까지 7～8 시간을 차를 타고 가서는 다시 7시간을 찌프니를 타고 가 두 시간을 더 걸어가는 마을이라고 한다. 그 곳에 가서는 반찬도 없는 맨 밥에 콜라하고 먹기도 했다고 한다.

그 곳에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워서 목사들을 교육하고 있다고 한다. 그 목사들이 바기오로 왔다. 그들의 표정은 밝았고 웃음이 가득하였다.

봉헌식을 마치고 다시 8시간을 타고 내려와 엥겔레스라는 곳에서 또 다른 교회를 봉헌하였다. 엥겔레스는 마닐라와 가까워서 그런지 필리핀 목사들에게서 도시 냄새가 많이 풍겼다.

필리핀 목사들이 모이는 곳에는 한국 선교사들이 많이 모이기도 한다. 봉헌식을 마치고 모여 앉은 선교사들의 고민이 참 고마웠다. 여기저기 다니며 복음을 전하며 교회를 많이 세워놓기는 했는데, 그들의 영성이 올라가는 데는 아직도 모자란다는 것이다.

선교사들이 있는 교회에는 필리핀 교인들이 많이 모이나 자립을 시켜놓으면 교인들이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그것은 선교사들이 있는 곳은 선물도 주고 물질적인 풍요가 있기 때문이란다.

물질을 보고 교회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예수를 구주로 받아들인 사람들이 하나님 안에서 친교하며 서로 섬기며 살아야 하는데, 그런 삶이 잘 안 되며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선교사들이 하고 있는 고민이란, 이들 목사님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성숙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흔히 선교사들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많은 이 시대에 이렇게 진정으로 거룩한 고민을 하는 분들을 만나게 되니 어찌나 반갑던지….

어렵고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다니며 자기의 것을 내어주며 가난의 영성을 키워가고 있는 이들이 있기에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며 더욱 튼튼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명예를 쫓을 수 있는 나이인데도 그 마음을 꺾어 버리고, 선교의 양이나 방법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만큼만 하겠다고 결심하며 혹시 죽게 되더라도 아이들은 하나님 앞에 내어 맡기고 사는 이들의 신앙에 하나님께서 더욱 복을 내려주시기를 기도한다.

가난한 동네에 찾아가 교회를 세워주어야 할 일이 생기면, 부담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운이 생기며 즐거워진다고 하는 이들 선교사, 약간의 오해가 생겨서 마음이 아프게 되면 어떻게 해서라도 마지막에는 맺힌 것을 풀어내고, 서로를 부추기며 약한 것은 도와주며, 잘못된 것은 인정하며 새로 고쳐 가는 이 선교사들이 있기에 하나님께서는 든든하실 것 같다.

복음을 전해주고 물질을 가져다 준 후에는 그들을 지배하려고 하는 나쁜 세력들을 이들은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부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에게 함부로 하고 있는 21세기에, 하나님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질서가 이들을 통해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