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 재일 동포 여성신학자들이 2003년 3월 초 오키나와에서 포럼을 가졌다.“현장에서 Racism을 생각하다” 라는 제목이었다. 각 나라의 입장에서 인종차별을 받는 것과 또한 인종차별을 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까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오키나와는 본래 류큐라는 왕국인데 일본에게 침략을 당하였고 또한 일본은 군사용으로 미국에게 바쳤다고 할 수 있는 지역이다. 오키나와의 원주민들은 지금도 자기네는 일본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으면서 독립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다시금 군사력을 키우면서 전쟁준비를 하고 있고 많은 평화 운 동가나 기독교인들이 전쟁반대를 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일본 기독교인들 중에서 보수화되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내가 알기로는 일본 교회는 교회 수와 교인 수는 적지만 있는 만큼은 제대로 된 교인들이란 말을 들어왔는데 이번에 만나본 양심적(?)인 기독교인들의 얘기를 들으니까 정의를 위해 나서거나 어려운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해야 할 말을 하지 않고 침묵하는 교회가 많다는 말이다.
그런데 아주 특이한 교회를 하나 보았다. 일본 본토에서 목회하던 목사님인데 (오키나와 사람들은 본토라는 말을 쓰기 싫어한다.) 천왕제를 반대하고, 신사참배를 반대하는 설교를 늘 했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그 말을 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그 목사님은 외쳐야할 말은 해야한다고 그러한 설교를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그 교회에서 더 이상 목회를 할 수 없도록 밀려났고 오키나와로 와서는 계속 평화운동을 하고 있다. 교인은 7명. 목사님 내외, 할머니 두 분, 아주머니 세 분이다. 그러나 이 교회에서 하는 일은 오키나와의 평화운동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글을 쓰고 방송을 하고, 이곳 저곳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어떤 때는 길거리에 나가 시위도 한다.
여성 포럼에 이들이 모두 와서 한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는데 우리 모두가 숙연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거룩한 힘’이다. 한 할머니는 80 세가 넘었는데도 그분에게서 흘러나오는 힘은 20대 정도로 보였다. 2차 전쟁 때 간호사로 종군하였다고 한다. 그 때 한국 여성들은 다쳐도 별로 치료도 해 주지 못하고 뒤로 밀렸다 고 한다. 지금도 치료를 받고 싶어하던 한 여성의 눈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 후로 그 할머니는 일본이 한국 사람들에게 인종 차별하는 것을 반대하는 운동을 하고 다닌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용서받고 싶다고 하였다.
일곱 명이 예배드리는 교회 (전도소)에 가서 우리 한국 대표들 열 명이 함께 예 배를 드렸다. 우리 모두에게 사랑의 눈길을 보내면서 점심을 많이 먹으라고 덜어주는 그 할머니 같은 일본 사람이 많아진다면 이 세상은 평화로워 질텐데….
재일 동포들이 일본에 살면서 일본으로부터 인종차별을 받는 이야기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듣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인들에게 인종차별을 또한 하고 있는 데 대한 문제를 우리는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아야겠다.
이곳 저곳에서 목회자들이 일어서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봉사단체나 그들의 인권을 위해 일하는 단체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우리 속에 박혀있는 힘없는 자들을 내리누르고 싶은 마음을 없애는 문화를 만드는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공통적으로 아파하는 부분이 자녀들이 학교에 입학했을 때 놀림을 당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종이 다르더라도 다 같은 인간이라는 하나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세상이 마련되어야겠다는 말이다.
일본에서나 한국에서나 인종차별을 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 위에 하나님의 보호가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윤 명 선 (공동체 문화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