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가진 에니어그램 수련회는 그야말로 에큐메니칼 모임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람 수가 적어 취소를 해야 할 형편이었지만 라자로 마을 아론의 집에서는 우리를 그대로 받아주었다.
가톨릭 피정의 집에서 개신교의 모임인 우리들을 한 식구로 대해 주는 것도 고마운데 그렇게 큰 건물을 참석자 11명을 위해 쓴다는 것이 참 미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의 소속을 보고는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개신교 목사님 두 분, 전도사님 두 분, 집사님 한 분, 신교 수녀인 디아코니아 언님들 두 분, 가톨릭 신부님 두 분, 불교계 두 분이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시고 어떤 일을 원하시려고 이러시나?’ 하는 의문이 일었다. 에니어그램 수련회는 종교에 구애받지 않고 회원을 모집하기는 하지만 우리의 수련 내용과 방법은 기독교 적이다.
처음 개회 예배를 할 때에도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참석자들은 잘 따라와 주었고 설교 말씀을 들을 때에는 함께 공감을 해 주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개신교 목사님들이나 신도가 더 안심이 되지 않았다. 어떤 교회에서는 가톨릭도 이단이라고 말하고 또한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에게는 마귀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종교의 사람들과 함께 대화하면서 정답게 살아야 된다고 말을 하면 무조건 ‘혼합 종교’ 라고까지 말을 하기도 한다. 어떤 신도는 자기 교회 목사님은 다른 데 가서 어떤 공부도 하지 못하게 하며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하고는 같이 앉지도 말라고 가르친다고 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우리들이 모여 나흘 간 함께 살면서 종교나 직업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게 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님 나라는 과연 종교일까? 에니어그램은 우리가 자라면서 환경을 통해 얻은 상처나 미움 때문에 왜곡된 우리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고 하나님께서 본래 만드신 본성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는 사람이면 누구나 서로 존중하면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종교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는 이 시대에 종교를 따지면서, 사람에게는 관심을 갖지 않고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과연 하나님께서는 기뻐하실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6.25 전쟁 때 아버지를 잃어버린 사람의 고통, 남북 간 이념 싸움 때문에 온통 식구들이 갈라져 버린 사람의 외로움, 목사의 자녀로서 교인을 돌보느라 엄마 아빠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서러움, 이러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우리는 함께 아파하며 함께 치료하였다.
상식이 없는 교인들 때문에 참아야 하는 교역자의 고통에 함께 동참하며 함께 춤을 출 때, 다른 사람들의 격정까지도 풀려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짊어지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참된 지도자들이 하는 영성 수련회를 만들어 주신 하나님께 정말로 감사를 드린다.
윤 명 선 (공동체 문화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