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나 추석 때면 결식 아동들은 더욱 슬퍼지는 날이다. 다른 친구들은 친척집에도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고 자랑을 하는데도, 이들은 싸늘한 방에서 오히려 굶어야 한다. 학교에 가지 않기 때문에 급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설날에 나는 이들에게 세배를 받았다. 강명순 원장과 그의 남편 정명기 목사님은 두 딸과 함께 이들을 위해 설음식을 만들어 주었다. 한우불고기, 잡채, 지짐 등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 놓았다. 강원장은 사진을 찍고 아버지 목사인 정목사와 나는 나란히 앉아서 세배를 받았다. 아버지 목사는 일괄적으로 1,000원씩 세뱃돈을 주었고, 할머니인 나는 등급을 두었다. 초등학생들은 3,000원, 중학생은 5,000원, 고등학생은 10,000원 그 이상의 봉사자들에게는 20,000원을 주었다. 어떤 아이들은 세뱃돈을 처음 받았다고 마냥 좋아하였다. 점점 많아지는 세뱃돈 액수에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으나 가정에서의 위계질서
를 이것으로 세울 수 있는 설명을 해 주었다. “나중에 너희들도 언니들처럼 잘 자라면 돈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가정이 깨어진 이들은 보통 가정에서 맛볼 수 있는 경험들이 거의 없다. 우리는 흔히 설날인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해준다. 다행히 ‘복 많이 주세요’가 아니고,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하기에 그렇게 이기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받으세요’라는 말속에는, 내가 그 복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다른 곳에서라도 받았으면 좋겠다는 뜻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상대방이 받아야할 복을 다른 데서 받기도 하겠지만 그 복을 내가 주겠다는 자세를 지니면 좋겠다. 그런 뜻에서 명절에 자기 식구들끼리만 모일 것이 아니라 결식 아동들이나 북한에서 온, 식구가 없는 이들을 불러서 함께 식사라도 하면 어떨까?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 뿐 만이 아니라 관계로 맺어진 가족까지도 좋은 날 함께 지낸다면 우리의 삶이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싶다.
윤 명 선 (공동체 문화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