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식 아동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에게 '밥 먹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교육을 함께 해야 된다는 것을 절실히 알게 되었다. 그 교육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 뿐만 아니라, 인격적인 만남이 있어야 한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결식 아동들이 모여 사는 안산 '신나는 집' 친구들은 기초 공동체인 4명씩 묶어서 여행을 하는 프로그램을 해오고 있다.
지난 뜨거웠던 토요일, 우리들은 춘천으로 향했다. 춘천 검찰청에서 법무관으로 일하고 계신 김민경 님께서 일일교사가 되어서 우리를 춘천으로 초청해 주셨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4명, 중학생 4명, 교사 2명이 안산 신나는 집을 떠나 시끌벅적 지하철을 타고 청량리역에 내려 춘천행 무궁화호에 몸을 실었다.
4명씩 4명씩 마주 앉아 눌린 오징어도 찢어 먹고, 음료수도 마시면서 아이들은 들뜬 마음을 나누었다. 남춘천역에 내린 우리는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는 멋진 두 남자 선생님의 안내를 받으 며 춘천에서 제일 맛있다고 하시는 닭갈비집으로 향했다. 운전을 해 주신 한 분은 자신도 어렸을 때에 너무나 가난하게 자랐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살아간다는 이야기들을 신나는 집 아이들에게 해주었다. 모두들 너무나 많이 먹어서 소화제까지 필요하게 되었다. 평소에 특별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라 음식양을 조절해 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맛있는 닭갈비집을 뒤로 하고 춘천댐에 올랐다. 주차장을 지나 댐까지는 일반 사람들은 올라가지 못하지만 '특혜' 로 우리들은 그 곳을 바로 통과할 수 있었다. 이 특별한 대우에 우리 모두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일상생활에 늘 혜택받지 못하고 변두리에 밀려있던 친구들이 귀한 손님 대접을 받으며 특별한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텔레비젼에서만 보던 소양강 다목적댐을 보며 바람속에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 보았다. 다시 시내로 내려와 아름다운 호수에서 백조 보트도 타고 자전가도 탔다.
"오늘은 정말 즐거워요!!" 엄마가 정신분열이 있어서 병원에 입원해있는 혜선이, 엄마가 집을 나간 후 방황하는 아빠와 지내는 현아, 엄마아빠가 갈라져 살고 있어서 고아처럼 되어버린 현욱이... 상처에 상처를 덧입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자신의 처지를 그날 하루만이라도 다 잊고 그야말로 신나게 놀았다. 우리가 자전거를 타는 동안 멋진 선생님 두 분은 시내에 가서 햄버거를 사 가지고 오셨다. 우리가 안산으로 다시 돌아오는 시간이 늦을까봐 숨을 헐떡거리며 달려오시는 모습에서 우리들은 "아! 우리들을 사랑하시는구나!"하고 느끼게 되었다. 우리들은 신나는 하루를 보내면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우리들보다도 두분 선생님들이 더 즐겁게 노신다는 것이었다. 식구들과 떨어져서 춘천에 살고 계시는 두 분은 보트도 처음 타보고 그렇게 재미있게 놀아보는 것이 처음이라고 하신다. 그분들도 먼 훗날 자신들의 인생에서 오늘을 특별하게 기억하게 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함께 보낸 하루가 양쪽 사람들 모두의 삶에 큰 즐거움이 남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즐거워진다. 윤 명 선 (공동체 문화원장)
안산 신나는 집 친구들과 춘천에서 모두가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나서 양쪽 다 행복했던 경험을 나누기 위해 쓴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