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웨슬리 연구사의 새로운 도전 김민석 목사가 이번에 내놓은 『웨슬리안 실천교리』는 존 웨슬리 조직신학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 동안 축적해 놓은 자신의 웨슬리 연구를 잘 정리해 놓았다. 『웨슬리안 실천교리』는 웨슬리 신학 전반의 기초를 다룬 개론서이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놀라운 시도를 하였고, 저자의 말처럼 감리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큰 도전을 하였다(『웨슬리안 실천교리』, 19쪽. 이하 쪽수만 표기).

20세기 들어 존 웨슬리를 위대한 신학자로 주목하게 된 데는 1935년 조지 셀George C. Cell의 책 - The Rediscovery of John Wesley-이 나오면서 부터다. 이후 미국에서는 알버트 아우틀러 Albert C. Outler, 윌리암 캐논 William R. Cannon, 콜린 윌리암스 Colin W. Williams, 밀드레드 와인쿱 Mildred B. Wynkoop, 토마스 랭포드 Thomas A. Langford 등이 웨슬리 신학을 발전시켜 나갔다.

이에 비해 한국교회에 웨슬리 신학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지는 불과 4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성결교회에서 조종남을 필두로 한영태, 이성주가, 감리교회에서는 1990년대가 되어서야 김홍기, 이후정 그리고 김영선 등이 웨슬리를 연구하고 소개하였다. 영미권에 비해 상당히 짧은 웨슬리 연구사이다. 여기에 저자가 존 웨슬리 조직신학 연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장식했다는데 이 책의 의의가 있다.

2. 웨슬리안 정체성의 회복

저자는『웨슬리안 실천교리』에서 웨슬리 전통의 교리가 “그리스도교적 세계관 형성, 신앙과 삶의 기준, 변증의 기능 그리고 신앙 훈련에 도움을 준다”(40-44쪽)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적 상황에서 실제적인 웨슬리안 정체성 형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무엇보다 저자는 신론에 대한 해설에 많은 양을 할애했다. 이 책 4장에서 하나님의 속성을 다루면서 웨슬리가 “하나님에 대한 인격적 범주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66쪽). 그리고 5장에서는 성부 하나님, 성자 하나님, 성령 하나님이 구원 사역에서의 상호 내주하시고 교류하심을 설명하였다(75-77쪽).

이 책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2부에서 저자가 번역하고 소개한 ‘자녀들을 위한 교훈서(1746)’와 ‘총회 회의록(1749)’이다. 웨슬리는 자신의 일기에서 “1743년 7월 4일 이후 며칠 간 ‘자녀들을 위한 교훈서/ Instructions for Children’를 쓰는 일을 마무리하였다”라고 기록하였다. 웨슬리는 1741년 어린이 신앙교육을 위해 프랑스의 플뢰리 Abbe Fleury와 푸아레 Poiret의 교리문답서를 번역한 적이 있다. 웨슬리는 이 소책자를 모든 메소디스트 가정에서 사용하도록 권장하였다. 이번에 수록한 교리문답집은 반복훈련이 필요한 신앙 공동체에 긴요한 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1749년 총회 회의록’은 1744, 1745, 1746, 1747년 연회에서 다루었던 구원론 관련 문답을 모아놓은 교리문답서이다. 참고로 웨슬리가 편집한 A Christian Library(1749-1755) 14권에 보면 ‘소교리문답 모음/ The Assembly's Shorter Catechism’이 수록되어 있다. ‘소교리문답 모음’은 ‘웨스트민스터 교리문답 The Westminster Catechism’(1647)의 107개 문답에서 비성경적 내용인 6개 항목을 제하고 101개 문답으로 편집 출판한 책이다. 웨슬리가 메소디스트 신앙운동의 전개 과정에서 교리 교육을 결코 간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두 자료 ‘자녀들을 위한 교훈서’와 ‘1749년 총회 회의록’을 합하면 웨슬리안을 위한 교리 문답 구성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제안하였다(26쪽).

3. 평가와 향후 발전 과제

『웨슬리안 실천교리』는 성화지향 신앙형성에 유익한 책이다. 하지만 앞으로 더 큰 발전을 위해 두 가지 작은 제안을 하고 싶다. 하나는 웨슬리 전통의 조직신학은 철저히 성경 중심 신학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주지하고 싶다. 루퍼트 데이비스 Rupert E. Davies는 “웨슬리의 신학은 의도적인 면에서나 실천 가능한 면에서 성경적 신학이다”라고 하였다. 조직 신학은 원래 성경 중심의 신학에서 출발해야 한다. 웨슬리는 『신약성경주해』(1755)와 『구약성경주해』(1765)를 출판할 만큼 성경에 조예 깊은 목회자였다. 출판된 웨슬리 설교는 성경으로 이루어진 조직신학에 가깝다.

사실 웨슬리 이후 영국에서는 아담 클락 Adam Clarke, 리처드 왓슨 Richard Watson, 윌리암 포프 William B. Pope 등이, 미국에서는 나단 뱅스 Nathan Bangs, 토마스 서머스 Thomas O. Summers, 존 마일리 John Miley 등이 웨슬리의 정통을 이어가며 성경을 연구하였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서 성경 보다 웨슬리의 글을 조직신학의 텍스트로 다루면서 일단의 신학적 전이가 일어났다. 그러나 웨슬리의 글을 조직신학의 주제로 다루더라도 웨슬리의 글 자체가 성경적인 만큼 성경적 근거를 많이 보충하면 좋을 것이다.

한 가지 더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성경의 핵심 주제에 관한 것이다. 이 책에서 빠져있거나 더 깊이 다루어야 할 주제가 세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계시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계시로 웨슬리안 조직신학에서는 ‘계시와 영감’을 다루어야 한다. 또 하나, 웨슬리는 당시 이성주의에 반대하며 그리스도의 신성과 속죄의 교리를 비중 있게 설교했다. 이번에 빠져있는 ‘속죄의 교리’가 다음에는 보충되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회개이다. 10장에서 회개를 언급하였지만 어원적으로, 성경적으로, 웨슬리의 설교를 바탕으로 회개를 더 깊게 다루길 바란다. 저자가 『웨슬리안 실천교리』를 통해 보여준 성실함과 잠재력이 이 같은 제안을 발전시켜 나가기에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김민석 지음, 샘솟는기쁨
2019년 9월 17일 발행, 신국판 2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