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 영성수련은 에니어그램에 대한 바른 이해와 자기 성격유형을 제대로 찾는 일이 중요하다. 자신에게 가장 결정적인 인격적 강박과 함정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 내가 누구인지를 찾을 수 있는 비밀의 열쇠가 나의 강박 passion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니어그램 성격유형은 자칫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성격유형을 왜 찾는지 본래의 목적은 잊어버리고, 인간을 어느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판단하기 쉽다. “너는 몇 번 유형이기 때문에 그래서 이런 거야……” 하는 식으로 우리는 쉽게 말한다. 그러나 에니어그램은 자기를 들여다보는 열쇠이지 남을 판단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몰두해야 한다.

또한 에니어그램 성격유형을 찾는 일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우리는 성격유형을 찾기 위해 대부분 질문지를 이용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자기 유형보다는 자기가 바라는 유형을 표기하거나, 같은 유형이라도 성숙도의 수준에 따라 전혀 다른 대답을 하게 된다. 날개의 영향 때문에 기본유형을 구분해내는 작업도 어렵고, 각 유형에 깊이 들어갈수록 유형의 경계선은 불분명해진다. 몇 년에 걸쳐 몇 번이나 기본유형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단시간에 성격유형을 찾으려 하지 말고, 바른 이해와 많은 사례연구를 통해 조금씩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에니어그램 오아시스는 먼저 머리, 가슴, 배 腸, 세 중심을 중점적으로 공부하면서 자신의 성격적 특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한다.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세션이다. 이 시간은 자기의 라이프 스토리를 따라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며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준 사람들을 나를 중심으로 그려나가고, 한 두 단어로 설명을 쓰게 한다. 나의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를 살피는 것이 주된 목표이지만, 이 작업을 하다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것은 각자가 작업한 것을 벽에 붙여놓고 한걸음 떨어져서 관찰하면 금방 드러난다. 아무런 설명이 없어도 그 사람이 가슴, 머리, 배, 중에 어떤 유형인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참가자들은 그림을 보면서 한참 웃었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슴형

배 유형은 힘의 역학관계에 에고 ego의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다. 사람들의 관계에서 누가 힘이 센지, 누가 옳고 그른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등의 문제에 에너지를 쓴다. 따라서 이들의 그림에는 힘이 들어가 있다. 선이 굵고 분명하다든지, 혹은 위의 근육질의 남성이 등장하는 그림처럼 넘치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선은 약한 듯 여러 번 칠했지만, 솟아오르는 힘을 표현하려고 애쓴 것을 볼 수 있다.

배 腸형

가슴 유형의 그림은 글자는 하나도 없이 오직 색과 추상으로만 표현되어 있다. 이들은 느낌이 중요하기 때문에 굳이 무엇을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느끼고, 남들은 나를 어떻게 느끼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그림도 느낌을 표현한다. 아마 이들이 설명을 붙여도 그런 느낌의 단어들을 많이 선택하게 될 것이다.

머리형

재미있는 것은 머리 유형이다. 가슴 유형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한 참가자는 그림은 없이 오직 글로만 자신을 그려나갔다. 다른 참가자는 사람 머리만 그리고 자세한 설명을 썼다. 그 참가자는 자신이 머리형이 아닌 것 같다고 고민했지만, 사람을 온통 머리만 그려댄 것이 틀림없는 머리형이다. 이 세 개의 대조적인 그림은, 자신의 Life Story를 설명하기 이전에, 또 자신의 유아시절을 기억해내기 이전에 이미 그림을 통해 자신의 에너지의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서부터 우리는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한다.

머리 유형은 그림대신 왜 자꾸 글을 쓰게 될까? 그것은 두려움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두려움이 어떤 이유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 어떤 이는 이 두려움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말하기도 하나, 프로이드의 에로스(삶을 향한 욕구)와 타나토스(죽음을 향한 욕구)에 대한 설명은 오히려 산다는 것이 더 큰 두려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 그들은 자신의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 앞에서는 움직이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의 언어로 자꾸 설명한다. 설명은 설명을 낳고 설명은 설명을 낳으니, 머리는 더 복잡해진다. 그들의 머리는 뜨겁다.

가슴 유형은 눈물이 많다. 쉽게 감동하고, 공감하고, 울고 웃는다. 또한 쉽게 우울하고, 슬퍼하고, 아파한다. 옳고 그름, 상식, 선악, 이런 분류보다는 파격, 환상, 느낌에 더 끌린다. 머리 유형이 세상을 철학과 지식으로 만난다면, 이들은 세상을 영감과 예술로 만난다. 그러나 느낌이 통하는 세상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가슴 유형들은 자기감정에 많이 빠져든다. 느낌은 느낌을 낳고 느낌은 느낌을 낳으니, 그들의 가슴은 뜨겁고 한 恨이 쌓인다.

배 유형은 타인을 향해서, 자신을 향해, 혹은 우리를 향해서 힘을 행사하려 한다. 그러나 그 힘이 벽에 부딪힐 때, 그들은 분노한다. 그들은 화산과도 같다. 활화산이든 휴화산이든 그 분노는 언제든 폭발할 준비가 되어있다. 화는 화를 부르고 화는 화를 부르니 자신의 강박적 에너지를 모르고 있다가는 큰 사단이 날 수 있다.

작업을 마감하며 에니어그램 명상을 한다. 우리는 어떤 에너지에 사로잡혀 여기까지 왔는가? 나는 누구인가? 힘인가, 느낌인가, 생각인가? 구르지예프는 말한다. “그대는 몸도 아니요, 느낌도 아니요, 사념도 아니다. 그대는 순수한 관조, 그 자체이다.” 나의 에고는 나를 몸(힘), 느낌, 사념과 동일시하지만, 참 나는 그 에고를 관조하는 관찰자이다. 관찰하라! 관찰하라! 관찰하라! 스승의 목소리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