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이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본래의 목적과 상관없이 성격유형에 대한 관심에 국한시키는 것을 흔히 본다. 그렇게 되면 성격검사 방법으로 잘 쓰이는 MBTI와 아무런 차별성을 발견할 수가 없다. 에니어그램은 적어도 자기수련의 시각에서 봐야 마땅하다.

에니어그램을 성격심리학의 관점에서 다루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성격유형을 알고 난 다음에 거기에 따라 자기수련으로 이어나가지 못하면 별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흔히 에니어그램을 공부하고 자기를 발견한 다음에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 So what?' 하는 정도에 그치면, 도움이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길게 보면, 더 안 좋게 되기가 십상이다. 왜냐하면, 에니어그램을 알게 되었다면, 먼저 자신이 ‘자아라는 감방'에 갇혀 있다는 것과,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과, 의식이 잠자고 있다는 것과, 타고난 잠재력이 1/9로 축소되어 있다는 것과 자신이 격정의 노예가 되어 꼭두각시처럼 살고 있다는 것과, 지성과 감성과 행동이 조화되지 못하고 균형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상태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퇴화하지 통합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대부분, 뭔가를 배워도 쉽게 하려 하거나 배운 것을 실천하거나 끈기 있게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설익은 지식을 가지고 살면 오히려 위험하니까 에니어그램은 오랜 세월 동안 비밀 교육 esoteric teaching으로 이어져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에니어그램이 만천하에 공개되었을 뿐 아니라 인터넷 세상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자기수련 Work on Oneself에 치중해야 할 것을 새삼 확인하며 다진다.

모든 지식이 알다 놓치면 위험하다. 반쪽 진리 half-truth는 사이비이다. 에니어그램을 배우면 자기수련이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앞서 지적하였듯이 에니어그램을 통하여 자기를 발견하고 성격유형을 처음 발견했을 때 반갑기도 하지만, 제대로 알고 나면, 그것은 먼저 슬픈 소식이다. 각 유형의 특징적인 격정은 곧 죽음에 이르는 죄 cardinal sin/deadly sin이다. 그것과 관련된 모든 부정적인 요소로부터 해방되어야 하는데도, 그냥 살아간다면 그것은 비극이다.

그러나 슬픈 소식 다음에는 기쁜 소식이 있다. 격정에서 헤어나기만 하면, 그래서 격정을 꽉 잡고 통제하게 되면 유익할 뿐 아니라 자신의 미덕을 살리고 잠재력을 현재보다 최소한 갑절로 높이는 길이 열리기 때문에 해방과 진화의 기쁜 소식이 거기에 뒤따른다. 진정한 자유와 건강과 행복을 누리는 길이 열린다. 감방에서 헤어나고 박스에서 뛰쳐나가게 된다. 그래서 에니어그램을 어떤 이는 ‘Out of Box Coaching'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동화를 살듯이 단순하게 살아간다. 격정이 아홉가지 있는데, 이를 통제하거나 이겨내려면 누구도 해낼 용사가 없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하는 동화의 지혜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종래의 기독교 교리에서도 죽음에 이르는 죄를 일곱가지로 가르치면서 회개하라 했을 때 아무도 한꺼번에 다 회개하고 변화하는 사람이 없었다.

초대교회 때 사막의 교부 가운데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 Evagrius Ponticus 같은 영성가처럼 에니어그램을 바로 이해하고, 각기 자신의 성격유형에 따라 한가지 독특한 격정 곧 죽음에 이르는 죄를 회개하고 변화해야 자신만의 독특한 덕목에 이르게 되는 법이다. 이렇게 할 때 나머지 여덟가지 격정도 통제가 되고 회개도 되며 따라서 여덟가지 덕목을 아울러 갖추게 된다. 비로소 성령이 맺어주시는 아홉가지 열매를 감당하는 삶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에니어그램은 자기수련을 통하여 살아있는 지식과 지혜가 되는 것이다. 자기수련의 내면의 작업이요, 수련이다. 의식의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지성과 감성이 행동과 더불어 세가지 기능이 조화되도록 의식하고 기억하고 그런 상태가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균형과 조화가 늘 목표로 의식되어야 한다. 그래야 현재 자신의 성격유형을 의식하고, 펼쳐진 날개를 잘 쓰면서, 접혀진 날개를 점차 펴서 쓰는 노력을 병행한다.

이런 의식적인 노력을 지속하노라면, 접혀진 날개는 물론, 자기 속에 없는 것 같은 속성과 기능도 살리게 된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한국 사람들은 에니어그램 성격 조사를 하며 설문 조사를 하면, #8번 유형으로 판별되는 사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8번의 속성이 거의 없거나 한두가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사람들도 자기에게 만만한 사람들에게는 지배와 명령을 곧잘 한다.

이를테면, 강자도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8번 유형은 그래서 지도자 또는 대결형으로 나타난다. 그 밖의 사람들은 이와 대조적으로 약자를 지배하거나 통제하려 한다. 결국은 에너지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약자를 지배하려는 속성도 수련하면 강자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으로 커지면서 에너지의 균형이 힘의 균형 Power balance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렇게 각자 속에 있는 아홉가지 속성이나 잠재력 가운데 강한 것은 절제하고 약한 것을 북돋으며 발전 내지 강화시킨다. 이런 과정에서 먼저 의식을 깨우고 바꾸고 균형이 이루어지게 한다. 자기의식과 객관적 의식 사이의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지게 한다. 느낌과 생각과 본능 그리고 행동 사이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노력한다.

자기수련의 궁극적 목표는 잠재력을 온전히 개발하고 발휘하는 데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갇혀있는 자아와 함께 잠재력이 해방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 기능의 다양한 면을 고르게 발달시키고 진화시키는 노력을 지속한다. 할 수 있는 만큼 활동범위를 넓혀간다. ‘못해’, ‘안돼’, ‘어려워’ 하는 말을 습관적으로 되풀이하던 것부터 깨고, 버리는 노력을 한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고, 또 나도 할 수 있다’는 자각부터 새롭게 한다.

인간의 조화로운 발달을 위하여 굴지예프가 가르친대로 자기수련을 할 때, 지적인 작업으로 공부와 연구가 필요하다. 독서와 사색과 토론과 대화가 필수적이다. 감성적인 작업으로는 날마다 명상하고, 예술 감상을 한다. 춤도 추고 상징적인 동작도 한다. 몸수련도 하고 마음수련도 하고 호흡수련도 한다.

여럿이서 협동하는 작업을 한다. 손으로 하는 작업이나 노동수련도 한다. 명상을 하는 것도 앉아서 하는 것뿐만 아니라 걸으면서 명상하는 명상 산책 또는 걷기 명상을 한다. 그림을 그리거나 흙을 빚거나 도예를 배우며 감성훈련을 겸한다.

무엇보다 자기관찰과 자기기억을 한다. 이 모든 노력에 있어서 항상 깨어있는 의식과, 조화와 균형을 이루려는 노력을 한다. 내가 격정에 사로잡히는가, 아니면 격정을 사로잡는가에 초점을 맞추며 수련한다. 격정이 일기 시작하는 것을 느낄 때, 때를 놓치지 말고, ‘격정을 꽉 잡는다.’ 그리고 자세히 관찰하면서, 그 격정 속에 있는 최선의 힘을 믿어준다. 이런 수련을 지속하노라면, 그 격정은 변하여 나를 지지하고 지원해주는 베스트 에너지가 된다. 이런 경험을 한두번이라도 하면, 곧 자기기억과 자기관찰을 통하여 격정에서 힘을 얻는 경로를 살리며 힘차게 신나게, 자유롭게 나갈 수 있다.

에니어그램 격언

수련 인성을 위하여 : 늘 깨어 있으라 기계적 삶에 저항하며 살기 위하여 수련하는 목표이자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정진, 또 정진! 명상 32 : 자신의 관찰이 확실해졌을 때, 비로소 그 인식의 깊이가 그의 전 존재에 지울 수 없을 만큼 각인된다. Then when the student's observations are affirmed, the depth of recognition strikes a lasting imprint throughout the whole of his/her be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