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유형이 에니어그램을 통하여 자기를 발견했을 때 완전주의자는 자신이 평소에 어째서 화가 나는 것을 참으려 노력은 하면서도 결국은 화를 내게 되었는지, 그 이유와 원인을 이제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늘 옳고 그름을 가려내기 위하여 적잖게 마음을 쓰며 살아왔던 1번 유형은 자기도 모르게 언제나 ‘완전’이란 함정에 빠지곤 하였다. 완전을 추구하며 바라는 유혹에 빠지면서, 완전을 기대하였다가, 불완전을 보게 되면, 짜증이 나고 화가 났다.

그러나 1번 유형은 남이 잘못한 것 때문에, 화를 냈을지라도, 화 낸 것 자체가 불완전한 것이고, 옳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화를 안내고 참으려 한다. 분노를 기피하다가, 결국은 분노의 격정에 사로잡힌다. 이런 경험을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을 깨닫게 된 지금에 와서는, 자기관찰과 자기기억을 통하여, ‘완전’이란 개념을 ‘성숙’이란 개념으로 변환 conversion시켜서, 마침내 평정 serenity에 이른다.

이렇게 평정을 이루게 되면, 완전주의자는 온화하면서도 개혁을 이루어내는 사람이 된다. 1번의 기본 유형이 성숙할 때 작용하는 날개 또한 성숙한 모습으로 특징이 드러난다. 성숙한 1번 유형의 9번 날개가 활동적일 때 그 날개의 특징은 정의로 나타난다. 여기에 비하여 2번 날개가 활동적일 때는 뜨거운 동정심을 나타낸다.

1번의 기본 유형이 보통일 때, 평균 상태에서 9번 날개의 특징은 개인적인 관계가 살갑지 못한데 비하여, 2번 날개가 활동적이면 남을 지배하려는 특징이 나타난다. 기본 유형이 미숙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9번 날개의 특성은 옹졸해지거나 관용을 잘 못하게 되고, 2번 날개의 특성은 위선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와 같이 양날개 가운데 어느 한 쪽이 활동적이고 우세한가에 따라서 한쪽 날개의 기본 속성이 나타난다. 더욱이 기본 성격 유형이 나타내는 건강의 연속태 continuum에 따라서 또한 변화무쌍한 날개의 특성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자기관찰과 자기기억을 수행해 나가면서 이 모든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의식하고 통찰해야 한다. 에너지의 흐름은 이런 의식과 맞물려 있다. 왜냐하면 격정에 사로잡히면, 날개 또한 격정에 사로잡힌 상태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퇴화의 방향으로 에너지가 흐르니까 기운이 빠지고 의욕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날개까지도 세심하게 관찰하며 기억하는데도, 여전히 부자유하거나 에너지가 떨어진다면, 무엇이 문제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여기서 고찰해야 할 것이 본능이다. 기본은 생존본능이다. 이것이 세가지로 분류되는데 첫째는 자기보존 본능이다. 둘째는 사회적 본능이다. 셋째는 성적 본능이다. 평균 상태에서 세가지 중에 둘이 함께 작용하고 나머지 한가지는 약화되어 있다.

본능에 있어서 변화의 흐름이 있다. 첫째, 자기보존 본능은 성적 본능으로 기울어진다. 자기보존 본능은 먼저 개인의 생존이 중심이다. 몸에 대한 관심과 아울러 참살이와 행복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서 종족보존과 번식이 주관심이 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짝짓기 본능으로 이어지며 성적 본능이 강화된다. 자기보존 본능은 그래서 성적 본능과 함께 짝을 이루며 강화된다.

사회적 본능이 강한 사람은 공동체와 그룹 또는 조직에 대한 관심이 강하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호감을 사고, 소속감을 느끼는 일과 명예나 지위추구에 관심을 두게 된다.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스레 그룹 안에서 자기의 입지를 굳혀야 하고, 인정받기 위하여 자기보존 본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성적 본능이 강한 사람은 친밀한 관계와 사랑을 받는 일에 관심이 높다. 짝을 찾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혼자 울타리 안에 갇혀 있으면 도저히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남이 자기를 원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성적 본능이 강한 사람은 사람들을 찾아 나서고 그룹을 찾아가게 된다. 그래서 성적 본능이 강한 사람은 자연스레 사회적 본능과 함께 짝을 이루게 된다.

에니어그램 1번 유형이 자기보존 본능과 함께 성적 본능이 강한 사람은 보통 사회적 본능이 약하다. 따라서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과 함께 나와 너의 친밀한 관계에 비중이 있기 마련이다. 생존과 친밀을 추구한다.

몸을 생각해서 음식을 챙겨먹는 일이나 약을 찾아 먹는 일을 열심히 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참살이, 이른바 웰빙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빈곤이나 질병 같은 문제에 매우 예민하다.

애정 문제에도 예민하다. 친근감이 중요하고, 좋은 짝을 만나는 것에 애착을 둔다. 일차적으로 ‘나의 세계’에 관심을 두며 나아가서 ‘우리만의 세계’로 이어진다. 그래서 안전보장에 대한 욕망과 함께 맘에 드는 짝을 찾으려는 욕망이 특히 강하다. 생의 중요한 이슈가 햄릿의 독백처럼,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하는 것이요, ‘관계를 맺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다’ 하는 쪽으로 나타난다.

이런 사람은 자기보존 본능이 격정과 맞물리면 불안과 걱정과 기대가 크게 작용하며, 성적 본능과 맞물리면, 열받는 일이나 질투나 라이벌 의식 같은 것이 작용한다. 공포나 걱정이 생기면, 생존하지 못할까봐 겁이 나고, 상대가 나를 원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염려가 생기고 불안해진다. 요컨대, 어떻게 생존하느냐와 어떻게 친밀해지느냐가 늘 중요하다.

같은 1번 유형이면서도 사회적 본능이 자기보존 본능과 짝을 이루어 강한 사람은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작용한다. ‘우리 모두’를 늘 생각한다. 그룹에 대한 생각과 ‘우리의 더 큰 세계’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룹에 대한 욕망이 강하므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사람들이 자신을 원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관계를 맺느냐 못맺느냐’가 중요한 이슈가 된다.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사교적인 이들은 사람을 만나면 붙임성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격정과 이들의 사교적 본능이 맞물리면, 좋은 사람들과는 아주 좋지만, 안 좋은 사람들과는 찬 바람이 일만큼 관계가 냉랭해지기 쉽다. 그래서 경직성이 자기도 모르게 나타나고 적응력이 떨어지며, 그것을 ‘옳은 것을 추구하려는 힘’으로 덮으려 한다. 사교성이 아주 좋든가 비사교성이 두드러지든가 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든지, 반대로 수치를 당하든지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을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이 의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럴 때면, 생존 전략으로 공격적 방어가 나타난다. 이럴 때 자칫하면 지나치게 조심하거나 자기를 망가뜨릴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결국 1번 유형은 날개가 어느 쪽이 우세하고, 어느 본능이 작용하든지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분노’의 격정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격정에 사로잡히기 전에라도, 휘둘리기 시작할 때, 자기기억과 자기관찰을 통하여, 자기의 본능이 어느 쪽으로 더 강하게 작용하는가에 민감하게 초점을 맞추며 성찰하는 것이다.

따라서 격정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날개가 펼쳐진 쪽은 계속해서 활용할 것이며, 접혀진 날개를 점점 더 펴면서 활성화시킬 일이다. 이쯤 되면, 세가지 본능 가운데, 어떤 본능이 앞서며, 다른 본능이 짝을 이루는가를 관찰한다. 마침내 약화되어 있거나 잠자듯 하는 본능이 다른 본능과 함께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 이렇게 하여, 총체적으로는 내 안의 본능과 감성과 지성이 조화를 이루고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할 때 온전한 에너지가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