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에니어그램의 현실은 에니어그램 수련의 목적이 밝히는 바와 같이 사람이 자신의 잠재 능력을 고스란히 살려서 모든 면에서 파워가 충분한 상태가 이루어진 것을 의미한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온전함의 영성이요, 구체적으로는 감성과 지성과 본능과 몸의 움직임 속에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진 상태를 가리킨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그것은 가능성일지는 몰라도 어떻게 현실이 되느냐 하고 반문한다. 그런 비전을 갖거나 희망을 가질 수는 있으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전제하기 때문에 생기는 회의나 의문일 것이다. 그러나 파워 에니어그램을 현실로 산 사람들이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타고나기를 걸출한 인물로 태어나서가 아니라 에니어그램 수련의 방법과 과정을 거쳐서 후천적으로 그렇게 성취한 사람들이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옛날에도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만/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하는 시조가 있었음을 상기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거나 방황해본 경험이 우리를 주저하게 만들 수도 있다. 가능성과 현실 사이에서 좌절해본 경험 때문에 회의적인 자세를 취하며 움츠러들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은 수많은 영웅들이 어린 시절이나 젊었을 때까지만 해도 보잘것 없고 초라했던가 아니면 그저 남과 다를 바 없이 평범했던 사람들 가운데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숨은 영웅 또는 ‘보이지 않는 영웅들’ Invisible Heroes은 평균인보다는 작거나 약했던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던 것이다.

파워 에니어그램의 현실은 그런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역할 모형 role model이다.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Amadeus Mozart나 예후디 메누힌 Yehudi Menuhin 같이 아주 어려서부터 천재성을 드러낸 사람이 더러 있다. 하지만 어려서 나약했고 수줍어하고 부끄럼 타고 엄마 치마 뒤에 숨거나 골방에 쳐박히던 아이들이 커서는 남보다 잠재력을 곱으로 늘려서 표현한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한다.

미국 역사상 가장 탁월한 여성 지도자로 인정받는 엘레노어 루즈벨트 Eleanor Roosevelt, 스페인의 신화적인 투우사 마누엘 마놀레테 Manuel Manolete, 적국에서도 인정받던 독일의 유명한 전략가 에르빈 롬멜 Erwin Rommel 장군 같은 사람들이 바로 그런 표본 가운데 일부다. 자기를 발견하고, 자신의 본질을 파악하고 자신 만의 독특성을 발현시키기 시작하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그들은 그저 평범했던 어린이들이 아니라 오히려 그만 못했던 어린이들이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우리의 주위를 둘러보면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 가운데, 놀기 좋아하고, 그야말로 플레이보이 기질은 강하고, 산만하거나 집중을 잘 못하고, 시작은 잘 하지만 끝마무리를 잘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뭐든지 한번 붙들면 푹 빠져서 탐닉하다가도, 싫증 만 났다 하면,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사람들이다. 이렇던 사람들이 자기 발견을 하면서부터 놀랍게 변화한 사람들의 예가 있다.

바로 에니어그램 7번 유형의 대표적 성인으로 성 프란시스를 꼽을 수 있다. 고대 철학자로는 플라톤이 있다. 그는 정치학자요, 시인이요, 극작가요, 또한 육상 십종 경기의 챔피온이었다. 현대 영화감독 가운데는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를 빼놓을 수 없다. 앞서 말한 루즈벨트, 마놀레테 그리고 롬멜 같은 이들은 성격 유형은 다르더라도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 사람들로서는 훌륭한 본보기가 된다.

요컨대 에니어그램으로 말하자면, 보통 사람들이 잠재 능력의 9분의 1, 즉 11-12%를 활용하는데 비하여 앞에서 예를 든 사람들 같은 숨은 영웅들은 20-25%를 쓴 사람들로 이해된다. 논란의 여지가 아주 없지는 않으나 그동안 흔히 쓰던 표현을 빌리자면 보통 사람들이 IQ 110-120정도인데 비하여 별로 눈에 띄지 않다가 나중에 탁월성을 드러냈던 사람들이 IQ 200-250 정도를 드러냈던 것에 연결시킬 수 있음직 하다.

이런 사람들은 어떤 기상천외의 힘을 밖으로부터 얻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외부의 도움이나 영향을 받아서 드러내는 것은 곧 한계를 드러낼 뿐 아니라 한시성이 있어서 오래 못간다. 그러나 자기를 발견하고, 자기가 스스로 ‘자아의 포로’ prisoner of self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자신의 격정 passion을 붙들고 나가기 시작하면, 내부로부터 힘이 솟구친다. 현재 겉으로 나타나서 사용 중인 능력이 12%인데 비하여 속에 잠재해 있는 88% 가운데서 일부를 점진적으로 끌어내게 될 때 파워 에니어그램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못난 사람은 조상 탓 만 한다’는 옛말이 있다. 현대에는 ‘실패하는 사람은 변명할 조건 만 찾는다’라는 말도 있다. 대개 움츠러들거나 욕심에 빠지거나 지나치게 경쟁하다가 정당하게 얻을 몫까지도 잃어버리는 사람들은 실패의 탓을 남에게 또는 외부 조건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자기를 발견한 사람들은 자신의 격정을 아홉가지 가운데 하나로 확인한다. 그 다음에 그 격정을 붙잡고 관찰하고 나가면서 그 격정 속에 좋은 부분 곧 베스트 에너지가 있다는 사실을 믿고 자기 관찰과 자기 기억을 십분 살려서 파워 에니어그램을 현실로 끌어낸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내면의 어둠을 발견하고 객관적으로 의식하는 것이다. 특히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와 그 속에 있던 고통을 직시하고 대면하면서 치유되는 경험을 한다. 그렇게 되면, 자기가 받았던 상처와 그로 인해서 생겼던 공포나 격정이나 콤플렉스로부터 도피하기 위하여 취했던 행동이 사라지고 해방된다.

이런 경험을 하게 되면 아무리 유복하게 자랐던 사람도 받았던 자기 만의 상처를 싸매게 되고, 혹시 부모로부터 받지 못했던 사랑 때문에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을 자기 스스로가 ‘부모노릇’ parenting 또는 reparenting 하면서 단순한 자기 연민이 아니라 내면의 자아에 대한 뜨거운 동정심 compassion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 더 이상은 자기를 자신의 성격 즉 인성 personality과 동일시하는 것을 그만두고, 자기의 본질을 발견하고 본래적 자아로서 본성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참된 자아 true self를 찾아 나아갈 때, 어렸을 때 상처받지 않았던 내면의 어떤 부분에서 진정한 힘이 나오고 사랑이 솟아오른다. 이런 고차원적인 부분은 우리가 내면에 지니고 살면서 힘들고 괴로웠던 고난과 고통을 똑바로 볼 수 있고 그것을 치유할 수 있게 한다. 자신 만이 직접 경험했기에 아는 고통과 상처를 오로지 자신 만이 치유할 수 있음을 비로소 발견하며 힘을 얻는다.

그야말로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seeing is believing 라고 하는 것처럼 ‘보는 것이 치유하는 것이다’ seeing is healing 라고 하게 된다. 이런 치유의 능력은 밖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치솟는 사랑의 능력은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내면에 있으면서 상처받지 않았던 부분, 그래서 고통받지 않고, 이지러지지 않았던 바로 그 부분에서 비롯되는 힘이다.

그래서 깨어있는 의식과 집중력을 살려서 이와 같은 참된 자아에 대하여 스스로 현존 presence 해야 하며 참된 자아로부터 열림이, 상처받은 자아, 곧 인성으로부터 떠나보냄이 어우러져야 한다. 윌리엄 블레이크 William Blake가 말하였듯이 ‘사랑의 빛을 띄는 법을 배우도록’ 우리가 지구상에 자리매김하게 된 뜻을 살리는 것이다.

일찍이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평범하게 보냈으면서도 20세기의 가장 탁월한 과학자였을 뿐 아니라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던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이 파워 에니어그램을 현실로 살았던 사람으로서 한 말을 명심하고 살 일이다. 즉 우리가 우주와 동떨어진 것처럼 착각하는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의 욕망과 핵가족에 대한 애정에만 갇혀 사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뜨거운 동정심과 사랑의 원 circle of compassion을 점점 넓혀서 살아있는 모든 피조물을 끌어안고, 마침내 아름다운 대자연에 이르기까지 넓혀 가야한다. 파워 에니어그램의 현실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어떤 이상향 utopos/no-land에도, 신기루에도 없다. 우리가 마음먹고 팔을 뻗치면 닿을 곳에 있다. 바로 우리 자신의 내면에 있다.

에니어그램 격언

김영운 목사님께서 적으시는 매일의 묵상입니다.

수련 인성을 위하여 : 늘 깨어 있으라 기계적 삶에 저항하며 살기 위하여 수련하는 목표이자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정진, 또 정진! 명상 13 : 격정을 사로잡으면 유익하다. 그러나 격정에 사로잡히면 무익하다. To be in a passion, you good may do. But no good, if a passion is in you. 명상 14 : 보편적으로 말해서, 생명의 의미와 의의는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말해서, 인생의 목표와 목적은 무엇인가? What is the sence and significance of life in general, and particularly, the aim and parpose of the life of human? 명상 15 : 나는 지금 여기에 왜 존재하고 있는가? Why am I here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