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부터 활기차게 살아왔는데 적극적인 만큼 욕심도 많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인 동물이기에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에니어그램을 공부하고 나니 내 욕심이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확인할 수가 있었다.

나는 당연히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나를 매우 사랑하신다고만 생각 했었지 내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좋을 땐 한없이 좋다가도 화가 나셨을 때는 아주 무섭게 나를 통제하셨던 어머니에 대해서 나는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어릴 때 동생 때문에 내 물건을 빼앗겼던 기억이 있는데, 물론 내가 잘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동생을 줘버리실 줄을 몰랐기 때문에 그 당시 나의 충격은 적잖았다. 그 후로 나는 내 물건에 대해 꽤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아마도 또 빼앗길까봐 그랬었는지...

나는 취미생활이나 운동 등 나의 일상과 연결된 모든 활동에 있어서도 그리 오래 가지는 않지만 빠져있는 그 순간만은 꽤나 욕심쟁이다. 좀 더 다양한 경험들을 즐겨보고 싶은 욕구가 언제나 내 안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뭔가 내 눈에 색다르게 느껴질 때, 나는 참지 못하고 꼭 경험을 해봐야 직성이 풀리곤 한다. 나에게 이런 내 자신의 욕구를 참아내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새로운 물건은 봐도 그렇듯이, 물욕도 제법 강한 편이다. 게다가 TV를 보거나 한가하게 시간을 낭비하는 내 자신을 보는 일은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을 정도이다.

지식적인 부분에도 그렇다. 내가 제일 혐오하는 것은 ‘무식함’이다. 무엇에든 한번 빠지면 내가 흡족할 때까지 알아내야 마음이 편안해 진다. 스스로 만족감이 들 때까지 책을 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해댄다. 그래서인지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오지랖이 넓은 사람으로 소문이 나 있다. 아는 것도 많고, 갈 데도 많고, 말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다. 별걸 다 섭렵한다고 말이다.

이렇게 많은 욕구를 가지고는 있지만, 나는 싫증을 잘 낸다는 단점이 있다. 순간 눈에 확 들어와 뭔가에 관심을 보였다가도 이내 그 관심이 다른 쪽으로 옮겨 가 있는 나를 곧잘 발견하게 된다. 새 핸드폰, 새 MP3등 나는 단순한 생활 용품들도 언제나 새것에 관심이 많고, 매우 소비 지향적이다. 정말이지 내 용돈이 제한적이지 않다면 아마도 이러한 욕구를 참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좀 더 심각한 건 이런 싫증을 내는 것이 인간 관계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이 많고 두루두루 친한 편이지만, 사실 속내를 알고 깊게 관계 맺는 친구들은 별로 없다.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되면, 꼭 그네들을 멀리하는 건 아니지만 기존의 친구들에게 소홀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한번도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었지만, 차분히 돌아보면 이런 나의 변덕스러움이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나에게는 충동적인 심리도 있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물론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하는 것도 있지만 그 순간의 감정에 이끌려 충동적으로 결정을 내리고는 곧잘 후회하곤 한다. 사소하게 물건을 살 때도 그렇고, 크게는 이성친구를 사귀는 일도 그럴 때가 있었다.

뭔가 느끼고는 있었지만, 꼭 집어서 말할 수 없었던 것 중 하나가 에니어그램을 공부하면서 명확히 드러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고통을 피한다는 특성이다. 나는 지나간 일들 중에 힘들었던 것들은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 기억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래서 어릴 적 상처에 대해 생각해 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기억하려면 할 수야 있겠지만, 내면의 뭔가가 자꾸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내 자신 뿐 아니라 친구들이 고민을 털어 놓을 때에도 들어주기야 하지만 이내 마음이 불편해서 견딜 수가 없다. 결국 재미있는 이야기로 화제를 바꾸거나 신나게 놀면서 그네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건강할 때는 한없이 쿨~한 사람이다. 밝고 명랑하며 활동적인 데다가 별로 못하는 게 없는 편이라 어느 그룹에 가도 잘 어울릴 수 있다. 부지런해지면 한없이 에너지가 넘치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는다. 그러나 내가 우울할 때에는 음식이든, 쇼핑이든 한없는 탐욕에 빠지면서 아무도 못 말릴 만큼 변덕스럽고, 말이 많으며, 타인에게 둔감하고 이기적이다. 특히 스트레스가 극도로 치달았을 때에는 매우 신경질적이고, 심지어는 물건을 부순다거나 폭력을 쓸 정도로 정신적으로 황폐해 지기도 한다. 물론 매우 드문 일이긴 하지만... 나는 정말 열정이 많은 사람임이 확실하다! 그러나 그 열정을 좀 더 차분하게 정돈해서 표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열정이 긍정적으로 표현될 때는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굉장한 에너지가 되지만, 부정적일 때는 정반대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에너지가 되는 것 같다. 에니어그램을 배우면서 나는 모든 강요와 탐닉을 포기하고, 내 욕망을 만족시키려고 내 자신을 소모하던 것을 포기하며, 언제나 내겐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던 것을 포기할 것이다. 또, 내가 내 중심을 찾아 평온해 질 때 가장 행복해 진다는 것을 확인하고, 평범한 일들 속에서도 만족을 발견한다는 것을 확인하며, 사람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며 내가 그들의 행복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것이다.

지금까지 열거한 나의 특성들을 깊이 생각해 보면, 결국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빼앗길 까봐 두려워 하고, 불안해 하기 때문에 이런 성향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행복과 만족이 외부(활동이나 물건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내면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모른 체 말이다. 7번 유형의 에너지가 통합의 방향으로 흐를 때는 5번 유형의 장점인 사물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하는 성향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러기에 나의 다양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어떤 일에든 핵심을 이해하고, 현실을 좀 더 심층적인 차원에서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항상 일상을 나 스스로를 황홀할 만큼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끌어 가려고 하지 않는다면 난 어느새 대식가가 되어 버리거나, 중독까지는 아니지만, 담배나 알코올에 깊이 빠져들며 강하게 의존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어 버릴 것이다.

내 자신에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통제력 있는 만능선수! 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는 사려 깊은 팔방미인! 맑은 정신으로 창조적인 상상력 을 살리는 낙천가, 이제는 이것이 나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