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오 년 전에 헨리 나우웬의 책을 만났다. 저자의 독특한 이력과 약간은 이질적이기도 했던 이야기들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의 영성생활에 대한 질문들은 책을 읽어가는 동안에 나 자신을 향하게 되었다. 헨리 나우웬은 보이게 보이지 않게 나의 영성생활에 영향을 주었다. 나는 지면을 통해 헨리 나우웬의 ‘영적 발돋움’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영 안에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물음에 이 책은 성실하게 답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겪은 개인적인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그가 겪고 해결한 이 문제들은 결국 자신을 넘어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는 것이 되었고, 스스로 더욱 영적 삶을 추구하도록 이끌었다. 저자의 개인적인 체험이 그 자신을 넘어 인간됨의 공통적인 조건에 단단하게 뿌리박혀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이 책에서 다루는 영적인 삶이란 우리의 ‘가장 깊숙한 자아로’ ‘우리의 동료 인간들에게로’ 그리고 ‘하나님께로’ 향하는 발돋움이다. ‘발돋움 reaching out’은 이 책의 의도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이다. 저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으로 삶을 살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은 모두 양극점을 알아차리게 된다.”고 하면서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영적 삶의 첫 번째 특징은 ‘외로움에서 고독을 향해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저자는 “1부 자아를 향한 발돋움”에서 인간에게 있는 외로움의 실체를 진단하고 있다. ‘외로움 loneliness’은 인간이 피해갈 수 없는 감정이다. 그는 외로움을 잊으려는 부질없는 몸부림에서 벗어나 열린 ‘고독 solitude’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가 말하는 외로움은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는 인간에게서 비롯되는 감정이다. 고독은 자아의 존재감이 이 세상을 이길 정도로 힘이 있을 때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열린 고독으로 나아간 사람은 창조적 반응을 통하여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으며,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이를 나누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개인의 영성은 자라게 되고, 또한 사회와 개인의 상처도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적인 삶의 두 번째 특징은 우리의 ‘적개심이 환대로 바뀌어 지는 움직임’이다. 헨리 나우웬은 “2부 동료 인간을 향한 발돋움”에서 나와 나 자신의 관계의 변화가 동료 인간과의 관계의 변화로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되며, 내면의 존재를 향한 발돋움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많은 타인들을 향한 발돋움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열린 고독은 인간이 타인에게 갖는 적개심을 환대로 바꿀 수 있다. 환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동료는 ‘자유의지’를 가진 창조물”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이 ‘우애가 넘치는 빈 공간’을 통하여 일어난다고 한다. 빈 공간은 물리적으로는 비어 있지만 영적으로는 사랑과 인내로 가득찬 방이다. 진정한 의미의 빈 공간은 통제가 아니라 수용을 통해 자발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영적인 삶의 세 번째 특징은 우리의 ‘환상을 기도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헨리 나우웬은 “3부 하나님을 향한 발돋움”에서 외로움과 적개심은 쉽게 깨달을 수 있다고 한다. 반면에 우리가 취하려고 분투하는 많은 것들이 환상이라는 점을 깨닫기란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존재에 대한 우리의 환상을 벗겨 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가운데서만 ‘영적인 삶’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고독과 환대는 영적 삶의 바탕이 되는 움직임인 환상과 기도로 향하는 움직임에 뿌리를 박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움직임을 통해 하나님께로 발돋움한다. 그러므로 환상에서 기도로 향하는 움직임은 우리를 영적인 핵심으로 이끈다. 저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 안에서 기도한다는 의미는 ‘하나님의 은밀한 생명 가운데 동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영적 삶의 양극점을 오가며 방황하는 이들을 향해 “외로움과 적개심과 환상”을 직면하여 “고독과 환대와 기도”로 발돋움 할 것을 진솔한 말로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