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정은 소우주요, 원형적인 ‘세계’로서 우리의 집이나 땅의 한 필지나 아파트 안에 구체화된 것이다. 수많은 전통들이 인정하는 바와 같이 집집이 해와 달, 별무리, 하늘을 둥근 캐노피처럼 반영시킨 돔 같은 우주를 상징하는 장식을 지니게 함으로써 원형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건축 양식과 장식품으로 봐서 셰익스피어의 글로브 씨어터(지구 극장)에는 축소판 지구라는 항성이 있다. 우리 각자는 우리 가정의 글로브 씨어터에서 살고 있는데, 거기서 일어나는 일이 우리가 사는 전 세계에서 일어난다.

까르실리오 피치노가 권고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우리와 우주 사이의 관계를 상기시켜 주는 이미지를 우리 집에 꼭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그가 제안하는 것은 우리가 침실 천장에다 우주의 모형이나 별자리 그림 같은 것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바깥채에다 달을 새겨 넣곤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우주적 모티브를 건축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드문 일이 되었다. 다만 예외적인 것은, 찌를 듯이 하늘을 가리키는 첨탑 역할을 하는 뾰족한 지붕이 있다. 아니면, 물이 잘 빠지도록 문제를 해결하는 지붕의 기하학이라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뉴 멕시코의 주니 인디언들은 우주적 집의 개념을 그들의 신화를 통하여 표현한다. 그들의 창조 설화에서, 그들이 사는 마을의 위치는 물 위로 성큼성큼 걸어다니는 벌레가 발견하였다는 것이다. 그 벌레는 몸을 대륙을 가로질러 뻗으며, 그 심장을 주니에 머물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우리가 사는 집의 신화를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 하면서 그것이 어떻게 해서 우리가 동물의 심장이 박동하도록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주니족이 ‘중심지’를 노래할 때, 진짜 집은 언제나 곧바로 특정 장소이며 동시에 전세계가 된다는 미스테리를 인정한다. ‘주니에 비가 내리면, 온 땅에 비가 내린다’라고 주니족을 읊는다. 우리 자신의 집과 고장에 대한 이 심오한 개념은 진짜 영혼 충만한 생태학의 기초가 된다. 마음이 개입되는 한, 장소에 대한 돌봄은 뒤따르기 마련이다.

사물의 심리학

사물들에게 영혼이 있다면, 그들 또한 고통도 받고 노이로제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이 영혼의 특성이다. 따라서 영혼의 돌봄은 구체적으로 물건들을 챙기고, 어디서 어떻게 고통을 받는지, 그들의 노이로제가 어떤지 눈여겨보며 그들을 돌봐서 건강을 되찾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로베르트 사르델료가 제안하는 바에 의하면, 건물에는 상주하는 치료사가 있어서 고통을 당할 때면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입주자들에 대한 것이 아니라 건물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의 제안이 암시하는 바는 우리가 보통 사물의 상태에 대하여 관심하지 않고, 우리가 참아내야 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 사회의 사물들 속에 있는 추함과 소홀함을 견디어 낸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고통이 얼마나 우리의 사물들이 앓는 질병을 반영하고 있는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세계의 영혼 즉, anima mundi의 개념 속에는 우리의 영혼과 세계 영혼 사이의 분리는 없다. 만약 세계가 노이로제에 걸리면, 우리도 그 장애를 함께 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우울해진다면, 그것은 우리가 우울한 건물 안에서 살거나 일하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17세기의 박사 로버트 플러트가 그린 것처럼 옛날 삽화들이 보여주는 것은 하나님이 창조라는 거대한 악기를 조율하는 모습이다. 이 거대한 세계라는 기타 줄에는 천사들과 사람들과 사물들이 달려 있다. 우리는 모두 같은 톤의 각기 다른 옥타브처럼 공명하며 진동한다. 그리고 우리의 심장들은 물질 세계와 영적 세계의 리듬과 같은 리듬으로 박동한다. 사물들이 우리의 운명이나 상태 속에 참여하듯이 우리는 그들의 운명과 상태 속에 개입한다.

사르델료가 anima mundi의 영성으로 묻는 물음은 도전적이다. 즉, 우리의 몸이 아파하는 암이 부식되어 가는 우리의 도시가 앓는 암과 본질적으로 같은 것인가? 우리의 건강과 세계의 건강이 하나로 똑같은 것인가? 우리는 이 세계가 우리를 공격하고 우리에게 질병과 사망의 씨를 뿌리는 독소로 가득 찬 우리의 원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만약에 세계 영혼과 우리의 영혼의 하나라면, 우리가 세계의 사물들을 소홀히 하거나 악용할 때 우리는 동시에 우리 자신을 악용 내지 학대하는 것이다. 우리가 만약 건전한 실천 생태학을 발전시키려고 시도하기로 하면 우리는 동시에 우리 자신의 내면의 오염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만약 우리가 치료나 그밖의 다른 방법을 통하여 우리의 개인 생활을 깨끗이 하려한다면 우리는 동시에 세계가 앓는 노이로제와 사물들이 당하는 고통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돌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영혼의 돌봄에는 우리가, 세계가 당하는 고통에 대한 눈과 귀를 가질 것이 요청된다. 수많은 미국의 도시에는 거리나 공터에 버려진 쓰레기가 널려 있다. 이를테면 폐타이어, 기구, 가구, 종이, 음식 쓰레기, 녹슨 자동차 등이다. 집들은 널을 쳐놨고, 창문을 박살나 있고, 나무는 썩고, 잡초들은 어지럽게 자라 있다. 우리는 그런 광경을 보며 생각한다는 것이, ‘해결책은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그러나 어째서 사물들 자체를 위하여 느끼지는 않는가. 우리는 병들고 상하고 죽어가는-고통 당하는 상태에 있는 사물들을 보고 있다. 우리 앞에 있는 질병은 우리의 세계에 대한 관계의 실패이다. 우리 속에 있는 무엇이 그렇게 만들어서 세계의 사물들이 그토록 괴롭힘을 당하고, 우리에게서 보살피는 응답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증상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사물들을 그토록 안 좋게 대하면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가 사는 도시들 속에 있는 쓰레기 치우는 곳이나 자연 경관을 가로막는 고속도로변의 광고판들이나 추억과 오랜 과거를 지닌 건물들을 생각 없이 부수는 일이나, 싸구려 주택이나 상업용 건물을 짓는 일들 -이 모든 일과 사물들을 다루는 방식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영혼 없는 방식들이야말로 세계 자체에 대한 우리의 분노와 격노를 가리킨다. 시민들이 유조차나 지하철이나 교량이나 보도 위에다 스프레이 페인트로 낙서할 때, 명백한 것은 그들이 단순히 사회에 대하여 화가 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사물들에 대하여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세계의 사물들과의 관계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이런 분노에 대한 통찰을 발견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어떤 수준에서 보면, 우리의 공공 장소를 더럽히는 사람들은 우리를 대신하여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하는 일에 우리도 연루되어 있다.

어째서 우리의 문화는 사물들에 대하여 그토록 화가 나 있는 모습으로 보이는가? 어째서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만족스럽고 편안한 집을 충분히 만들어 줄 수 있는 바로 그 사물들에 대해서 우리의 좌절감을 쏟아 부을까? 아마도 그 해답을 이럴 것이다. 즉, 우리가 영혼으로부터 연결이 끊어지고 엄청난 수명 기간이나 심지어 무시간적인 요소들과 끊겼을 때, 우리는 고통스럽게 이상적인 미래와 불멸을 고대한다. 사물들의 수명 기간은 사람들과 다르다. 그들은 훨씬 더 많은 세대를 살아남는다. 옛날 건물들은 우리가 속해 있지 않았던 과거를 상기시켜 준다. 만약 우리가 자아와 동일시된다면, 그런 과거의 시간들이 불멸을 바라는 우리의 욕망에 대한 모욕이 된다. 효율적인 제조업의 선구자 헨리 포드가 말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역사는 엉터리다. 우리의 평생의 노력이 신세계를 만드는 일과 성장과 끊임없는 향상을 지향하기로 말하면, 과거는 우리의 적이요, 죽음을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성장과 변화에 대한 집중은 자아의 한계를 초월하는 부분으로서 영원한 실재에 대한 인식을 침식한다. 그러나 영혼은 과거를 사랑하며, 역사로부터 단순히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있었던 것에 대한 이야기와 흔적을 바탕으로 삼고 번성한다. 플라톤과 르네상스 시대의 플라톤주의자들이 영혼의 힘으로 묘사한 예언은 평범한 의식을 초월하는 식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끌어안는 삶에 대한 비전이다. 그러나 일단 자아보다는 오히려 영혼을 돌보는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나면, 우리는 모더니즘의 편견과 다만 오늘만을 위해 살려는 편견으로부터 탈출하게 된다. 영혼의 감성은 옛날 방식과 옛 지혜와 그 시대의 맛과 멋을 건축 양식과 디자인 속에 담고 있는 건물들에 대하여 감상하는 눈을 일깨워준다. 영혼은 과거를 사랑하며, 단순히 역사로부터 배우는 것이 아니다. 있었던 것에 대한 이야기와 흔적을 먹고 산다.

우리는 또한 더 이상 우리에게 소용이 없다고 느끼는 사물들에 대하여서도 화가 난다. 우리의 도시를 오염시키는 수많은 녹슨 물건들은 구식이거나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하는 도구들이다. 어떤 사물을 기능이란 개념으로 정의를 내린다면, 그것이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할 때, 우리는 그것에 대한 느낌이 없다. 우리는 적절한 매장 절차도 없이 그것을 내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 물건들은 결과적으로 영혼을 상당히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나는 지금 뉴잉글랜드 지방에서 수많은 조그만 옛날 식 농장들 사이에서 살고 있다. 예를 들자면, 거기서 종종 보는데, 옛날에 말이 끌던 고무레가 아름답게 목장에 놓여 있고, 옛날의 헛간이 바람에 기울어져 있거나 한때는 저택이었던 집은 형체가 이제는 근사한 폐허로 변해 있는 모습들이다. 과거 시간들의 증거인 이런 부분들이 문자 그대로 영혼과 함께 빛난다.

조경 역사가 J. B. 잭슨은 그의 논문 ‘폐허의 필요성’에서 그런 사물들에 대하여 결정적인 점을 지적한다. 그가 말하기를 부식되고 있는 사물들은 탄생과 사망과 대속의 신학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의 물건들도 우리처럼 언젠가는 죽게되어 있다. 우리는 사물들이 영원히 살 것처럼 그러지만, 만물이 제 수명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우리가 사는 도시나 시골 할 것 없이 쓰레기가 널려 있는 것은 죽음을 꾀로 이기려는 시도의 일부가 될 수는 없다. 우리는 사물들이 죽는 것을 원치 �方� 만약 그들이 죽거나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 우리는 화가 난다. 분노에 사로잡혀서 우리는 그들에게 온당한 매장식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현존은 문자 그대로 부식을 불가피하게 상기시켜 준다. 우리는 과거를 존경하지 않는다. 그래서 과거는 인간의 형체나 상상력 없이 우리 자신의 분노의 얼굴을 가지고 제 모습을 우리에게 드러낸다. 우리는 우리 앞서 있는 날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래서 그런 날들의 속에 사물들이 우리의 거리마다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잭슨은 기념물이 어원학적으로 말하자면 ‘상기시켜 주는 것’임을 지적한다. 우리의 쓰레기는 (상상력에 의하여 치유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소홀히 한 과거를 상기시켜 주는 것이다.

영혼의 돌봄에 있어서 근원적인 원칙은 영혼은 돌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고통을 당하거나 부식되어 가는 사물들을 돌보지 않는다면, 특히 그들의 인간적인 사물들이 아니기 때문에 고통은 안 당한다고 가정해서 그런다면, 그때는 그들의 죽음이 우리를 문자 그대로 압박하는 증상이 될 것이다. 그들의 병이 인간적인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왜냐하면, 사물들도 쇠약해지는 고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한 채, 우리는 그 고통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

사물들이 기능에 대하여 죽을 때, 그들은 역사의 이미지로 부활할 수 있다 : 그래서 역사가 영혼을 위해서는 좋은 것이다. 우리는 집을 골동품으로 장식하면서 영혼을 사로잡는 방법으로 그렇게 한다. 그리고 도시마다 박물관은 초점이 된다. 죽음을 거부하는 세계에서는 생명력 또한 사라진다. 죽음과 삶은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죽음이 문자 그대로의 형태로 나타날지 모른다. 예를 들자면, 쓰레기가 잘 잊혀지지도 않고 귀신처럼 따라붙는 것이어서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그것을 잘 파묻지를 못한다. 특히 우리가 사물을 만들 때, 처음부터 죽음을 겪지 않도록 구워서 만들기 때문에, 그들이 세계에 독소를 뿜는 능력은 더욱 더 분명해졌다. 우리가 사물들을 불멸의 것으로 디자인할 때, 우리는 문자 그대로 부활과 불멸을 해석한다. 그들의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사물들이 그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악렉 기네스가 출연한 옛날 영화 ‘흰 양복을 입은 사나이’에서 한 남자가 때도 타지 않고 해지지도 않는 양복 한 벌을 발명하였다. 처음에는 그것이 기술의 승리요 인류에게 주는 선물처럼 보였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드러나 사실은 이 영원한 양복은 저주가 되어 노동자들에게서 생계를 박탈할 뿐 아니라 (결국은 손으로 일하는) 영혼의 제조 과정을 박탈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