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은사와 공헌

(지난호에 이어서)

은사와 공헌을 생각할 때에 당위성을 말하자면 각자가 개인의 은사를 가지고 공헌해야 한다. 그러나 서술적으로 나타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고린도 교회의 예배 상황을 향하여 바울 사도가 충고해 주는 데서도 이 점은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은사의 배타적인 목록은 아니지만 다양한 은사가 열거되고 있다. 각자는 그와 같은 은사를 가지고 공헌할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그와 반대인 역기능을 할 수도 있다. 찬송과 가르침과 계시와 이상한 언어와 해석 같은 은사들이 각기 귀중한 것이며 크게 이바지 할 수 있는 좋은 바탕이다. 그러나 그 은사를 허락하신 이의 목적에 부합되게 사용하지 못한다면, 은사 그 자체는 귀중하고 좋은 것이지만 공헌하기란 어렵다. 은사가 다른 은사와 조화를 이루고 균형을 잡으며 모두가 고르게 참여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나갈 때에 빛이 되고 공헌할 수 있게 된다.

3. 은사와 공동체 형성

찬송은 예배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성서연구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아름다운 노래와 시가 성서연구에 이어지는 음률과 타원이 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좋은 것이다. 찬송의 은사는 또한 예술적인 은사이다. 이런 은사에 뛰어난 사람이나 인정받은 사람도 중요하지만 새롭게 발견될 숨은 인재도 어느 모임에나 있을 수 있다. 이미 알고 있는 노래와 시로 성서연구에 보탬을 주거나 새 노래와 시를 지어 새롭게 소개해 줌으로써 성서연구의 깊이를 더해 줄 수도 있다.

가르침의 은사는 성서연구에서 보다 중요성을 띈다. 교사나 전문가의 가르침도 중요하지만, 성서의 이야기나 본문 그 자체가 가르침을 주고 있음을 발견하고 모두가 여기에 눈길을 돌리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잘 가르치는 사람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엉뚱한’ 또는 ‘어리석은’ 질문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자못 기본적인 물음이 되어 가르침의 새로운 차원을 열기도 한다.

계시는 말하는 은사가 있다. 성서연구를 하는 과정에서나 평상적인 일과 사건 속에서도 갑작스럽게 예언자적 통찰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것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 사건이야말로 하나님이 인간의 역사속에 개입하신 사건임을 드러내 준다.

이상한 언어는 사람을 향한 언어라기보다는 하나님을 향한 언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가사 없는 노래 같기도 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 웬만한 사람에게는 도무지 모를 소리이지만 동시에 이런 이상한 언어를 알아듣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든 하나님 나라가 다가왔다는 사실을 이보다 더 잘 드러내주는 것이 달리 있을 수 있을까? 하나님 나라의 신비를 말하는 언어이기도 하다.

해석의 은사도 있다. 하나님을 향하여 이상한 언어를 말하는 이가 공중 앞에서 얘기할 때, 그것을 다시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옮겨서 해석해 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은사가 성서연구에 있어서는 특별한 의의를 지닌다. 누가 이상한 언어로 말하기 때문에 못 알아듣는 경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성서 본문도 알아듣고 깨닫기 어려운 만큼 그것을 해석해 주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은사는 따지고 보면 제각기 독특할 뿐 아니라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의 은사가 더 커 보이고 독특해 보이거나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은사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지 겉으로 사람들 앞에 자랑할 것이 아니라 속으로 하나님께 감사 appreciate해야 한다. 남의 은사를 발견하고 인정하고 존중함으로써 감사하게 될 때 그리스도인의 겸손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균형과 조화의 아름다움이 이루어진다.

위에서 열거한 다섯 가지 은사만 놓고 생각하더라도 각기 자기의 은사만 제일이라고 내세우고 다른 은사를 소홀히 여기기 시작하면 협력이 아니라 경쟁이, 조화가 아니라 갈등이, 질서가 아니라 혼란이 야기될 따름이다. 그러므로 바울은 주장하였다. ‘모든 것이 교회 발전 oikodomen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옛 번역, 예를 들면 개역판에는 ‘덕을 세우기 위하여 하라’고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 믿음의 선배들이 중시한 건덕 建德의 지혜를 상기하게 된다. 이 말의 현대적 표현이 바로 공동체 형성이라 할 수 있다.

교회 발전이나 덕을 세우는 일, 또는 공동체 형성 등, 표현이야 어찌되었든지 그것이 바로 예배와 성서연구의 목적임을 신자들은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건덕은 실상 따지고 보면, 우리가 하기 전에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요, 성령이 시작하시는 일이다. 우리에게 성서를 허락하신 목적도 공동체, 즉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구성원 상호간에 신뢰와 존경과 협력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며, 그 밑바탕에는 상호간에 은사를 발견하고 인정하고 존중함으로써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건덕, 그 자체가 끝이 아니다. 공동체 형성 oikodomen, 그 자체도 끝은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복음을 선포하기 위한 것이요, 이 세상에 개입하시는 하나님의 현존을 증거하기 위한 것이다. 또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지닌 변화의 능력을 개인과 사회와 역사 앞에 겸손하게 부드럽게, 그러나 과단성 있게 증언하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