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분석과 비평 그러나 베레아 사람들은 개방성과 열정이 있어서 말씀을 열심히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바울의 말이 사실인지 알아보려고’ 노력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열린 마음이 있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다고 볼 수도 있고, 열심히 받아들인 것까지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사실인지 알아보려고’ 하였다는 것이 돋보인다. 이는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비평적 사고와 분석적 태도로 받아들인 것임을 알 수 있다.

누구나 믿을 만한 사람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신뢰도가 높은 사람의 말을 믿고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런데 바울 같은 위대한 사도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그것이 사실인가를 알아보았다고 한 것은 그만큼 성서연구의 과정을 충실히 거치는 것을 뜻하며, 비평적 사고를 통하여 진실을 규명하고 분별하며 확인하려고 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이의 말이 사실인지 알아보려고 할 때, 그 판단 기준과 근거는 경전 Canon으로서의 성서이다. 가르치는 이로서 바울의 말이 후일에는 글로 기록되어 경전이 된 것을 오늘의 독자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당시의 독자들은 오늘 우리가 구약으로 받아들이는 경전이 있었을 뿐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구약 경전에 비추어 사도 바울의 말을 분석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아울러 생각하게 된다. 물론 성서연구를 할 때 비평하고 분석하는 것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또한 이것 없이 된다고 생각하여도 거기에는 위험이 따른다. 성서를 읽고 해석하는 이들이 따지고 분석하고 비평할 수 있을 만큼 다 한 뒤인 ‘비평이후의 순간’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며, 그 위에 성령이 감화하시는 것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기울일 때, 비로소 그 위에 성령이 감화하시며 활동하시는 은총을 받게 되는 것이다.(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