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신학

성서를 펼쳐들면, 누구나 제일 먼저 창조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성서라는 이름으로 통일된 책을 경전으로 받아들일 때 그 책의 첫머리에 나오는 처음 이야기이긴 하지만, 실상 따지고 보면 자료로서는 그것이 제일 먼저 나온 것이 아니다. 창세기를 구성하고 있는 네다섯 가지의 자료 가운데서도 ‘제사장 이야기’로서의 P문서는 사실상 제일 나중의 자료라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오늘날 우리가 읽는 성서 가운데 현재의 구성과 체제로 이루어진 것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그 형성 과정과 역사를 알고 보면 기록으로 정리되어 전승되기 전에 구전 口傳으로 이어졌던 훨씬 더 긴 역사가 그 속에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계시의 여러 가지 측면들도 이야기를 통하여 전달되고 표현되었다.

학문적으로 말하자면, 1970년대 중반부터 미국과 프랑스에서 이야기 신학이 본격적으로 발전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새로운 ‘발견’과 새로운 ‘인정’에 불과하다. 다만 출현의 신선함과 재출현, 둘 중에서 어느 쪽을 강조하느냐에 따라서 이해와 표현을 달리할 뿐이다.

노스롭 프라이는 “물론 모든 진정한 발견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그때까지 항상 진정했던 것과 관련된다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모든 순전한 지식은 그것이 어떻게 해석되더라도 인정하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이야기 신학이 발전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이야기가 중요성을 띠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 동안 성서를 읽고 해석하는 사람들은, 이른바 역사 비평 방법을 통하여 성서를 분석하고 해체시키는데 그치면서도 ‘고등비평’을 말해왔다. 그러나 문학비평가의 눈으로 보면, 고등비평이 실제로는 본문비평이나 자료비평에 그치고 성서에 대한 문학비평은 이루어내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