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순절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주님의 부활을 준비하고 고난을 묵상하는 이 기간이 각자에게 어떤 시간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잠시 묵상하시고 함께 나눠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4월의 말씀 구성은 부활절을 기점으로 변화가 있습니다. 부활절 기간에는 제1독서인 구약성경 말씀이 사도행전의 말씀으로 대체됩니다. 이는 예수님의 부활 이후의 상황을 따라가며 구약이 어떻게 성취되는지를 보여주게 됩니다. 한편, 같은 맥락에서 이 달의 말씀을 파악하기 위해 복음서의 내용을 개관하겠습니다.

요한복음서 12장 1-8절의 말씀은 십자가 위에서 죽으심, 즉 예수님의 장례의 날이 가까이 왔음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때를 맞이하는데 있어서 대조되는 두 명의 등장이 인상적입니다. 베다니 마을의 마리아는 매우 값진 순 나드 향유 한 근으로 예수님의 장례 날을 준비하는데 반해서, 가룟 유다는 향유의 값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주라고 질책합니다. 성경은 그가 가난한 사람을 생각해서 한 말이 아니라고 평가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의 장면이 이어집니다(눅23:1-49). 역시나 대조적인 모습이 등장합니다. 예수님의 무죄를 호소하는 소수와 예수님의 죽음을 지지하는 다수입니다. 예수님은 슬퍼하는 소수에게 고통당할 자녀들을 위해 슬퍼하라(눅23:28)고 말씀하시는 한편, 예수님을 못박은 다수를 위해서 하나님께 용서를 비십니다(눅23:34). 언뜻 보기에는 다른 듯하지만, 심판의 때를 만날 모든 사람들을 안타까워하시는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 아침의 기록에서도 두 부류의 대조가 나오고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막달라 마리아와 만나지 못한 베드로와 요한이 그들입니다. 이들 모두 무덤이 비어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만난 경험에서는 차이가 납니다. 예수님과의 만남을 경험한 막달라 마리아는 주님의 부활을 전파합니다(요20:18).

같은 날 저녁, 제자들 사이에도 대조가 드러납니다. 저녁에 집에 있었던 제자들과 함께 있지 않았던 도마입니다. 이들의 대조 역시 예수님을 만난 경험의 유무 여부에 따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한 주 뒤에 다시 제자들을 찾으십니다. “의심을 떨쳐버리고 믿음을 가져라”(요20:27)는 말씀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예수님을 바로 대면하고 만난 사람들은 예수님에 대해 정직한 고백을 합니다. 우리도 부활하신 주님을 정직한 마음으로 대면하고, 기쁜 마음으로 부활을 선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