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 인용성서는 표준새번역입니다.
이른 봄에 메마른 땅에서 햇순이 돋아날 때는 만물이 새로워짐을 느끼며 더욱이 나날이 새로워 지는 자연을 보며 감탄하던 사람이 많습니다. 이 푸르름이 짙어져서 검은 색마저 띌 정도가 되면, 나날이 새로워짐을 느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 싶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처음 예수를 믿 을 때는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지던 사람들도, 세월이 가면서 믿음이 타성에 젖다 보면, 일상 속에 서 새로움을 느끼기란 그리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러나 믿음의 본질은 나날이 새로운 데 있음을 새삼 느낍니다. 바울 사도를 비롯하여 존 웨슬 리나 닥 함마슐드 같은 위대한 영성가들은 한결같이 하루 하루를 새 날로 받아들이고 살았습니다. 믿음을 지키는 길은 오직 거기에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루를 인생"으로 받아들이고 살았 던 것입니다.
아마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오늘 하루만 생명의 말씀을 굳게 잡고, 서로 사랑하며, 참고 살며 서 로를 관용하라"했을 때 못하겠다고 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날 동안 계속하기란 쉽지 않은 까닭이 있습니다. 믿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제각기 자 기의 생각과 하고 싶은 대로 살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사람)이다"라고 합니다. 이전 것은 지나갔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리스도 안에 산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자기의 욕망과 공포, 심 지어는 결점과 아집까지 내세워 가면서 그리스도의 분신으로서, 사절로서 살아가야 함을 잊어버리 는지 모릅니다. 화해의 사절로 사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인생에 있어서 삶의 의미요 목적인 것을 망각하기 때문입니다.
처음 믿을 때의 믿음이 소박하고 확고한 믿음인 것처럼, 온갖 풍상과 고난을 다 겪은 뒤에, 주님 밖에 의지할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고 난 때의 믿음 또한 "소박하고 확고한 믿음"이 된다는 엄연한 진실을 우리는 열 두 해 동안 혈루증을 앓다가 예수의 옷깃을 만지고 고침을 받은 여인에게서 재 확인합니다. 하나님이 예언자로 세우시는 사람의 믿음도 따지고 보면 이와같이 소박하나 확고한 믿음이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믿음을 지닌 사람은 어디서 어떤 사람들 틈에 끼여 있든지 그에게 하나님의 현존을 느끼게 하는 기운이 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