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공동체성서연구

 

 



9-11 / 2021

 

 

 

 

 

 

 

 

 

 

 

 

  성서 난해구 해설

 

전도서 3장 11절에 나오는 ‘올람’의 뜻은 무엇인가

 

 

 

 

 

 

 

 

 

 

 





민영진 목사



대한성서공회번역자문위원
세계성서공회연합회 번역자문위원
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yjmin@bskorea.or.kr






 



민영진 목사님께,

전도서 3장 11절의 여러 번역이 서로 다릅니다. 특히 히브리어 ‘올람’(“영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교수님께 여쭤봅니다.

파주 한사랑교회 배성권 목사



배성권 목사님,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번역 성경을 읽다가 번역 내용이 서로 다를 경우는, 오역 誤譯이라기보다는 “난해구 難解句”일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따라서 여러 번역 중에서 어느 번역이 옳고 어느 번역이 틀린 것이라고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번역자들은 어떤 낱말을 번역할 때, 여기 전도서 3장 11절의 히브리어 ‘올람’ 같은 것을 번역할 때는 그 낱말이 사전 辭典에서 정의 定義되는 뜻을 따릅니다. 히브리어 ‘올람’의 경우는 그 뜻이

① “영원”(永遠, eternity)/“영원감각”(永遠感覺, sense of eternity),
② “무지”(無知, ignorance),
③ “세상”(世上, the world),
④ “시간/역사 감각”(a sense of past and future) 등 네 가지로 나뉩니다.

우리말 번역 성경들은 전도서 3정 11절의 ‘올람’을 번역할 때 대체적으로 ① ③ ④의 뜻 가운데서 하나를 고릅니다. 다음의 번역을 보시기 바랍니다.

1) 우리가 오랫동안 읽어온 <개역한글판>(대한성서공회, 1956, 1961)은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에게 영원 永遠을 사모 思慕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의 하시는 일의 시종 始終을 사람으로 측량 測量할 수 없게 하셨도다”(전 3:11)라고 번역합니다. <개역개정판>(대한성서공회, 1998)과 <우리말성경>(두란노, 2014)도 이 번역을 그대로 따릅니다. ‘올람’을 “영원”(①)이라고 번역하고, 거기에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이라는 설명을 첨가합니다.

2) <공동번역>(대한성서공회, 1977)은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이 제 때에 알맞게 맞아 들어가도록 만드셨더라. 그러나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역사 歷史의 수수께끼를 풀고 싶은 마음을 주셨지만, 하느님께서 어떻게 일을 시작하여 어떻게 일을 끝내실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전도 3:11)라고 번역합니다. 이것은 ‘올람’이 지닌 “시간/역사 감각”(④)의 뜻과 “수수께끼를 풀고 싶은”이라는 번역자의 설명이 첨가된 기능동등성번역(functional equivalent translation)입니다.

3) <표준새번역>(대한성서공회, 1993)는 “하나님은 모든 것이 제때에 알맞게 일어나도록 만드셨다. 더욱이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과거 過去와 미래 未來를 생각하는 감각 感覺을 주셨다. 그러나 사람은 하나님이 하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깨닫지는 못하게 하셨다.”(전 3:11)라고 번역합니다. <새번역>(2004)에서도 이 번역이 그대로 이어집니다. ‘올람’이 지닌 “시간 감각”(a sense of past and future)(④)의 뜻을 번역에 반영합니다. 다만 어휘만 <공동번역>과 다를 뿐입니다.

4) <한글킹제임스흠정역>(그리스도예수안에, 1996)은 “그분께서 모든 것을 만드시되 자신의 때에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 세상 世上을 생각하는 마음을 두셨으므로 하나님께서 만드시는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 자가 아무도 없도다.”(전 3:11)라고 번역합니다. 이것은 ‘올람’이 지닌 뜻 중에서 “세상”(the world)(③)을 선택한 번역입니다. “(세상을) 생각하는”이라는 설명을 첨가하고, KJV의 “(세상을) 그들의 마음에 두셨다”(set the world in their heart,)를 “세상을 생각하는 마음을 두셨다”로, 설명을 첨가하여 번역합니다.

5) <한글킹제임스성경>(말씀보존학회, 2012)는 “그는 모든 것을 그의 때에 아름답게 지으시고 그 세상 世上을 그들의 마음 속에 두시어, 하나님께서 지으신 일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사람이 찾아낼 수 없게 하셨도다.”(전 3:11)라고 번역합니다. KJV를 축자적 逐字的으로 번역합니다. ‘올람’이 지닌 뜻 중에서 “세상”(③)을 선택한 번역입니다.

6) <성경>(한국천주교, 2005)은 “그분께서는 모든 것을 제때에 아름답도록 만드셨다. 또한 그들 마음속에 시간 時間 의식 意識도 심어 주셨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시작에서 종말까지 하시는 일을 인간은 깨닫지 못한다.”(전도 3:11) 라고 번역합니다. <표준새번역>(1993)과 함께 ‘올람’이 지닌 “시간 감각”(a sense of past and future) (④)의 뜻을 번역에 반영한 것입니다.

7) <쉬운성경>(아가페, 2017)은 “하나님은 모든 것을 제때에 아름답게 지으셨고 사람의 마음에 영원 永遠의 감각 感覺을 주셨지만, 하나님께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행하실 일은 다 깨달을 수가 없다.” (전 3:11)라고 번역합니다. 이것은 ‘올람’이 지닌 “영원 감각”(sense of eternity) (①)의 뜻을 번역한 것입니다.


영어번역들을 한 번 비교해보겠습니다. 영어번역들을 약자로 소개하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시면 번역판의 완전명칭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 우리말 구역(1911) <구약>의 저본(底本, Vorlage)으로 알려진 <미국표준역> (ASV, 1905)[“he hath set eternity in their heart,”]을 위시해서 CSB, ESV, NAS, NAU, NIB, NIV, NKJ, NLT, RSV 등은 히브리어 ‘올람’을 “영원”(①)이라고 번역합니다. 우리말 번역과의 차이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이라는 식으로 설명을 첨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껏 “영원 감각”(an awareness of eternity, CJB), (a sense of eternity, GWN) 정도가 고작입니다.

2) 많지는 않지만, 우리말 번역에서는 볼 수 없는, “하나님이 사람의 심장에 무지(無知, ignorance)를 주셨다.”(he has also placed ignorance in the human heart, NET) 혹은 “하나님은 사람 심장이 지식을 갖지 못하게 만드셨다”(he has made their hearts without knowledge, BBE)라고 하는 번역도 있습니다. ‘올람’이 지닌 “무지”(ignorance)(②)의 뜻을 선택한 번역입니다.

3) “하나님이 사람의 심장에 세상을 주셨다”(“he hath set the world in their heart”, DBY, DRA, ERV, GNV, KJV, RWB, WEB), 혹은 “온 세상”(the whole world, LXE). 둘 다 ‘올람’이 지닌 “세상”(the world)(③)의 뜻을 반영한 번역입니다.

4) “하나님이 사람에게 시간 감각, 혹은 역사 감각을 주셨다”는 번역도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그가 세세토록 해 온 일들을 알 수 있는 감각을 주셨다” (He has also given men a sense of what he's been doing down through the ages, NIRV). “하나님은 시간의 경과에 대한 감각을 우리에게 주셨다.”(he has given us an awareness of the passage of time, NJB). “하나님은 그들의 마음에 과거와 미래를 알 수 있는 감각을 주셨다.” (he has put a sense of past and future into their minds, NRS). 이런 번역들은 ‘올람’이 지닌 “시간/역사 감각(a sense of past and future)”(④)의 뜻을 취한 번역입니다.


덧붙임. 지금 생각해보면, 창조주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지으실 때 사람 심장에다가 ‘올람’이라는 ‘앱’을 장착해 놓으신 것 같습니다. 그 사전적 의미가 “영원”이든, “무지”이든, “세상”이든, 시간 감각이든, 역사 감각이든, 성경 번역자들은 이 히브리어 ‘올람’의 사전적 의미만 생각했지, ‘올람’이 가리키는 그 실상에 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게 아닌가, 그래서 저마다 이러저러하게 서로 다른 사전적 의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거나,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하여 설명을 더 첨가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기야 성경 번역자들에게 거기까지 요구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어떤 한 낱말을 두고서 여러 번역판이 제각기 달리 번역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낱말이 지닌 의미의 다양성 외에, 우리가 알든 모르든 그 낱말이 지닌 속뜻, 표적 表跡 같은, 어떤 상징적 象徵的 의미를 지닌 것 같기도 합니다.

특히 히브리어 ‘나탄’ 동사를 번역할 때, 하나님께서 사람의 심장에 ‘올람’을 “주셨다”(gave)라고 번역하기보다, 번역에 따라서, “장착 裝着해 놓으셨다”(set, put, ASV, ESV), “심어놓으셨다”(planted, NLT)라고 번역한 것에서, 번역자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독자로서는 어떤 암시를 받기도 합니다.

마치 창조주 하나님께서 인간을 만드실 때 그 심장에 ‘올람’이라고 하는 ‘앱’을 깔아놓으신 것 아닌가. 그렇다면 그 ‘앱’의 기능이 무엇일까? 포스트 PC 시대를 넘나들다 보니, 별 상상을 다 해보기도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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