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진 목사님, 성경 번역 문제 하나 여쭙습니다. 제가 어떤 성경공부 모임에 참석한 일이 있었는데요, 욥기 42장 6절 우리말 번역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개역>(1956), <공동번역>(1977), <개정>(1998), <새번역>(2004)에, 다음 인용에서 보다시피, 네 가지 번역에 “욥이 회개(悔改)하였다”, 혹은 “뉘우쳤다”고 하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개역 욥 42:6 그러므로 내가 스스로 한 恨하고 티끌과 재 가운데서 회개 悔改하나이다 공역 욥기 42:6 그리하여 제 말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티끌과 잿더미에 앉아 뉘우칩니다. 개정 욥 42:6 그러므로 내가 스스로 거두어들이고 티끌과 재 가운데에서 회개 悔改하나이다 새번역 욥 42:6 그러므로 저는 제 주장을 거두어들이고, 티끌과 잿더미 위에 앉아서 회개 悔改합니다. 욥기를 공부하면서 우리는, 욥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이미 인정하신 의인으로서 그에게는 그가 회개해야 할 어떤 잘못도 그에게는 없었다고 배웠습니다. 욥기의 저자도 이미 “우스 땅에 욥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개정 욥 1:1)라고 했고, 하나님께서도 친히 사탄에게 “네가 내 종 욥을 주의하여 보았느냐 그와 같이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는 세상에 없느니라”(개정 욥 1:8)고 하셨는데요, 욥기 끝부분에 와서, 욥이 회개했다니, 혹시 우리말 번역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욥기 성경 공부를 인도하시는 목사님께서, “회개하다”라고 번역된 히브리어는 달리, “위로받다”라는 뜻도 있어서 “제가[욥이] 억울한 중에도 티끌과 재 가운데 앉아서 위로 慰勞를 받습니다.”라고 번역되는 것이, 욥기 전체의 문맥에 맞는 것 같다고 말씀을 하셨기에, 목사님께 한번 확인하고 싶어서 이렇게 여쭙습니다. 임실에서 원○종 목사 드림

원○종 목사님,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목사님께서 참석하셨다고 하는 그 성경공부 모임이 참 수준 높은 모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성경공부를 인도하시는 목사님께서 욥기 42장 6절을 “제가[욥이] 억울 抑鬱한 중에도 티끌과 재 가운데 앉아서 위로 慰勞를 받습니다.”라고 번역할 수 있다고 하신 것을 보면서, 저는 지금 크게 감탄하고 있습니다.

히브리어 본문 욥기 42장 6절은, 그 전반부(우리말 <개정>이 “내가 스스로 한 恨하고”라고 번역한 부분)도 번역하기 어렵고, 후반부(우리말 <개정>이 “티끌과 재 가운데서 회개 悔改하나이다”라고 번역한 부분)도 번역하기가 어려운 본문인데, 어쩌면 그런 놀랍고 재치 있고 뛰어난 번역을 하셨는지, 무척 가슴설렙니다.

그러나 이미 원○종 목사님께서도 짐작하셨겠습니다만, 이런 새로운 번역은 그 예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를 지닙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리스어역, 라틴어역, 영어역, 독일어역, 프랑스어역, 우리말 번역을 통틀어 찾아보아도, 현재까지는 욥기 주석가들이나 히브리어 문법가들 사이에서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 않습니다.

우리말 번역들, 예를 들면, 이미 목사님께서 인용하신 대한성서공회 번역, 네 가지 번역판 외에도, 일반 출판사에서 번역한 <현대인의성경>(생명의말씀사, 1985), <현대어성경>(성서원, 1991), <한글킹제임스흠정역>(그리스도예수안에, 1996), <우리말성경>(두란노, 2005), <성경>(한국천주교, 2005), <쉬운말성경>(성서원, 2012), <쉬운성경>(아가페, 2017) 등, 이상 일곱 종류와 그 개정판들까지 합하면, 우리말 번역만 하더라도 10가지가 넘습니다.
그런데 이 많은 번역이 모두 욥기 42장 6절에서 욥이 “회개 悔改한” 것으로 번역을 합니다.

우리말 번역만이 아닙니다. 모바일 성경 중에서 BibleWorks와 YouVersion에 실린 2종류의 그리스어역, 4종류의 라틴어역, 60여 종류의 영어 번역들, 14종류의 프랑스어역, 11종류의 독일어역 등, 90여 종류의 구약 번역 중에서, 욥이 회개한 것으로 번역하지 않은 것은, 겨우 5종류의 번역뿐이고,
그중에서도 “욥이 회개하였다”라고 번역하지 않고, “욥이 위로받았다”라고 번역한 것은, 저의 과문 寡聞의 탓일지 몰라도, 아래 인용한 2011년에 나온 Common English Bible 하나뿐입니다. 앞으로 학계에서 더 논의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만, CEB의 번역이 가능한 번역일 수는 있어도, 아직은 이러한 이해는 좀 생소한 것 같습니다.

① 기원 전후에 걸쳐 번역된 그리스어 칠십인역(LXX), 대강의 뜻,
“저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기력도 다 쇠 衰해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먼지요 재일뿐입니다.”
[LXE Job 42:6 Wherefore I have counted myself vile, and have fainted: and I esteem myself dust and ashes.];

② 1980년에 나온 독일어 공동번역 성서(Einheitsubersetzung), 대강의 뜻,
“이제는 입 다물고, 먼지와 재 속에서 안도 安堵의 숨을 쉽니다.”
[EIN Job 42:6 Darum widerrufe ich und atme auf, in Staub und Asche.];

③ 1985년에 유대교 출판사에서 나온 영어 번역 TANAKH, 대강의 뜻,
“모든 주장 다 철회하고, 항복 降伏합니다. 저는 이제 먼지와 재일뿐입니다.”
[TNK Job 42:6 Therefore, I recant and relent, Being but dust and ashes.];

④ 2011년에 나온 Common English Bible, 대강의 뜻,
“저는 이제 조용히 있으렵니다. 먼지와 재 위에서 위로 慰勞를 받습니다.”
[CEB Job 42:6 Therefore, I relent and find comfort on dust and ashes.];

⑤ 1995년에 나온 Contemporary English Version, 대강의 뜻
“(어리석었던) 나 자신을 미워할 수밖에 없어, 이것이 슬퍼서 먼지와 재 위에 이렇게 앉아 있습니다.”
[CEV Job 42:6 That's why I hate myself and sit here in dust and ashes to show my sorrow.] 1)

YouVersion의 프랑스어역 6종류는 모두 욥이 회개한 것으로 번역합니다. 이상입니다.

욥기 42장 6절에서 아직은 대다수의 번역본들과, 여러 성서히브리어 사전들과, 많은 주석들이, 욥이 위로 慰勞를 받는 것이 아니라, 욥이 회개 悔改하는 것으로 번역합니다.

원○종 목사님, 목사님께서는, 욥기의 저자도 이미 “우스 땅에 욥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개정 욥 1:1)라고 했고, 하나님께서도 친히 사탄에게 “네가 내 종 욥을 주의하여 보았느냐 그와 같이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는 세상에 없”다(개정 욥 1:8)고 하셨다고 하면서, 이런 욥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회개해야 하느냐고 하셨지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영어 King James Version(1611)을 보면, “repent”(회개하다)가 42회 나옵니다. 그 42회 중에서 주어가 하나님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32회나 됩니다(창 6:6, 7; 출 32:12, 14; 민 23:19; 신 32:36; 삿 2:18; 삼상 15:11, 29, 29, 35; 삼하 24:16; 대상 21:15; 시 90:13; 106:45; 110:4; 135:14; 렘 4:28; 18:8, 10; 20:16; 26:3, 13, 19; 42:10; 겔 24:14; 욜 2:14; 암 7:3, 6; 욘 3:9, 10; 슥 8:14). 도대체 하나님께서 무엇을 잘못했다고 회개하신다는 말입니까!
이것을 생각하면, 욥이 아무리 온전하고 정직하고 하나님을 경외하고 악에서 떠난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다만 이러한 평가만으로 욥이 회개할 것 없는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단순한 사고일 것입니다. KJV에서 사람이 “repent”(회개하다) 라는 동사의 주어로 나오는 경우는 고작 10회입니다(출 13:17; 삿 21:6, 15; 왕상 8:47; 욥 42:6; 렘 8:6; 31:19; 겔 14:6; 18:30; 욜 2:13). 2)

문자대로만 본다면, 하나님의 이러한 처사, 곧 “이스라엘의 지존자는 거짓이나 변개 變改함이 없으시니 그는 사람이 아니시므로 결코 변개치 않으”신다(삼상 15:29)는 말이나, “여호와는 맹세하고 변 變치 아니하시리라”(시 110:4)는 말은, “내가 사울을 세워 왕 삼은 것을 후회 後悔, [repent, KJV]”한다는 말(11절)과는 상치 相馳하지요. 하나님은 죄가 없으시지요.
그런데 성경은 하나님께서 회개 悔改하시고, 후회 後悔하시고, 당신의 통치자로서의 목적을 이루시기 위해 사람을 다루시는 일을 도중에 달리 바꾸시기도[변개 變改] 한다고, 말합니다. 몇 가지 예를 더 봅니다.

하나님이 예루살렘을 멸하러 사자를 보내셨더니 사자가 멸하려 할 때에 여호와께서 보시고 이 재앙 내림을 뉘우치사(he repented him of the evil, KJV) 멸하는 사자에게 이르시되 족하다 이제는 네 손을 거두라 하시니 (개역 대상 21:15)

만일 나의 말한 그 민족이 그 악에서 돌이키면 내가 그에게 내리기로 생각하였던 재앙에 대하여 뜻을 돌이키겠고(I will repent of the evil, KJV)(개역 렘 18:8)

그들이 듣고 혹시 각각 그 악한 길에서 떠나리라 그리하면 내가 그들의 악행으로 인하여 재앙을 그들에게 내리려 하던 뜻을 돌이키리라(I may repent me of the evil, KJV)(개역 렘 26:3)

히스기야가 여호와를 두려워하여 여호와께 간구하매 여호와께서 그들에게 선고한 재앙에 대하여 뜻을 돌이키지 아니하셨느냐(and the LORD repented him of the evil, KJV)(개역 렘 26:19)

여호와께서 이에 대하여 뜻을 돌이켜 가라사대 이것이 이루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The LORD repented for this: It shall not be, saith the LORD. KJV)(개역 암 7:3)

주 여호와께서 이에 대하여 뜻을 돌이켜 가라사대 이것도 이루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The LORD repented for this: This also shall not be, saith the Lord GOD. KJV)(개역 암 7:6)

하나님이 그들의 행한 것 곧 그 악한 길에서 돌이켜 떠난 것을 감찰하시고 뜻을 돌이키사 그들에게 내리리라 말씀하신 재앙을 내리지 아니하시니라 (And God saw their works, that they turned from their evil way; and God repented of the evil, that he had said that he would do unto them; and he did it not. KJV)(개역 욘 3:10)

욥과 관련해서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롬 3:10)라는 말을 상기해보는 것으로 족할 것입니다. 욥을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욥 1:1)라고 한다든가, 욥과 같이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는 세상에 없”다(개정 욥 1:8)는 것은 절대평가라고 하기보다는 상대평가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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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 욥은 고통이나 상실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 수다를 떤 잘못을 슬퍼하고 있다. 그러한 슬픔을 고백하기 위해 먼지와 재 위에 앉아 있다. CEV Notes on Job 42:6, The Learning Bible CEV(ABS,2000), p.993.
2) BibleWorks에서 검색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