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공동체성서연구

 

 


11 / 2020

 

 

 

 

 

 

 

 

 

 

 

 

  성서 난해구 해설

 

“공동번역성서 평양교정본”의 교정 실무자 이영태 李榮泰

 

 

 

 

 

 

 

 

 

 

 





민영진 목사



대한성서공회번역자문위원
세계성서공회연합회 번역자문위원
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yjmin@bskorea.or.kr






 



민영진 교수님께,

제가 북한성경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교수님께서 한국실천신학박사원(2000년 1학기) 강의 시간에, 남한의 『공동번역 성서』(1972)를 북한에서 북한 문법과 어법에 맞게 교정했다고 하시면서, 북한의 『성경전서』(1985)를 “공동번역 성서 평양교정본”이라고 소개해 주시면서부터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20여 년 전입니다. 덕분에 저도 어디에선가 복사한 북한성경 한 권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남한의 『공동번역 성서』(1972)를 북한에서 교정할 때 실제로 교정 업무를 담당했던 이들이 누군지 궁금한데, 전혀 알 길이 없다고 말씀하곤 하시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에 교수님께서 여러 곳에서 강연하시면서 남한의 『공동번역 성서』를 북한에서 교정한 실무자가 누구인지, 말씀하신 것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데요, 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 여쭙니다.

원주에서 우성조 목사 드림



우성조 목사님,


제가 한국실천신학박사원에서 2000년 1학기에 “우리말번역성서재조명”이라는 과목을 강의하면서 제공해드렸던 북한성경 관련 자료는 저의 졸저『평화?통일?희년』(대한기독교서회, 1995)에서 가져온 II.6 “민족화합을 지향하는 성서번역: 북한성서, 『공동번역성서』 평양교정본”이라는 글이었습니다. 그 자료는 본래 『기독교사상』 363호(1989.3)에 실렸던 글을 제 강의록에 재수록한 것이었습니다. 1983년에 조선기독교도연맹이 『신약전서』를 출판하고, 이어서, 1984년에『구약전서』를 출판했습니다.

저도 기억이 납니다. 북한성경의 개정 성격을 분석하고 편집상의 특징을 살피면서, 저는 공동번역성서 평양교정본이 급조 急造된 졸작 拙作이 아니라, 성실한 개정작업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북한에도 자격을 갖춘 번역 성경 개정자가 있을 것 같다고 확신하면서, 남한의 공동번역 성서를 북한에서 교정한 팀은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것에 관심하게 되었었습니다.

그러다가 기회가 왔습니다. 2002년 7월이었습니다. 도쿄 부근의 고덴바 御殿場라는 곳에 있는 YMCA 연맹 수양관인 도잔소 東山莊라고 하는 곳에서 남북교회지도자 모임이 있었고, 저는 그 모임에서 남북한 대표들과 일본기독교교인들과 재일교포기독교인들 앞에서 “공동번역성서 평양교정본”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습니다. 북한 대표 중에는 당시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위원장인 강영섭 康永燮1) 목사가 있었습니다.

고덴바에서 회의를 마치고 남북교회지도자들이 도쿄 YMCA 호텔로 숙소를 옮기고 마지막 만찬을 비공개로 한 자리에서 강영섭 목사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주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로서는 아주 오랜 숙제를 풀 수가 있었습니다. 공동번역 성서 평양 교정본을 작업한 사람을 드디어 알아낸 것입니다.

“위원장님, 어제 제가 발표한 특강 들으시고 불편하신 점이라도 있었습니까? 특히 일본에 있는 교포 교인들이 제 강연 제목을 미리 보고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북한 성경이 자신들의 ‘번역’인줄 알고 있는데, 남한의 『공동번역 성서』를 ‘교정’한 것이라고 하면, 혹시 공화국에서 오신 분들께서 불편해 하시면 어떻게 할 거냐고, 저더러 제목을 좀 달리 붙일 걸 그랬다고, 공연히 북한 대표들에게 불쾌감을 줄 것이 뭐냐고 하면서 걱정했습니다.”

“아니요. 목사님께서 사실대로 잘 연구하여서 발표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한 가지 더 여쭤볼 게 있습니다. 1990년에 도쿄에서 1차 남북교회지도자 모임이 있었을 때 제가 북한 대표로 오신 조선그리스도교련맹 서기장이셨던 고기준 高基俊 목사님께 여쭌 일이 있었습니다. 남한에서 발행한 [공동번역 성서]를 북한에서 교정한 실무자들이 누구였느냐고 여쭈었습니다. 그때 고기준 목사님은 다만 몇몇 사람을 데리고 작업을 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북한 성경을 자세히 관찰 해 본 결과로는, 그 실무자들이 국어학자들만도 아니고 성서학자들만도 아닌 이 둘을 겸비한 이들, 곧 성서번역이나 교정에 경험이 있는 이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목사님께서 잘 보신 것 같습니다. 이용태란 분이 이 작업을 하셨어요. 그는 선교사 이눌서의 비서였습니다.”

“네.......? 이눌서요? ‘이눌서 李訥瑞’ 라고 하면 말년에 평양신학교에서 교수 활동하던 미국 선교사 레놀즈 W. D. Reynolds인데요? 그에게 한국말을 가르치고 그의 성경 번역이나 개정 작업을 돕던 한국인 서기가 아직도 살아 있어서 북한 성경 교정 작업을 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민 목사님께서도 이눌서를 알고 계시는군요.”

“알고말고요. 우리나라에 온 미국 선교사 중에서는 40년 이상 우리나라에 있으면서 선교사 활동을 한 분입니다.”

강영섭 위원장의 입에서 ‘이눌서’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그에 대한 신뢰감이 한층 더 들었습니다. 이눌서 선교사는 1892년에 우리나라에 와서 1937년에 귀국할 때까지 45년 머물면서, 1911년에 나온 구역은 물론 1938년에 나온 ??개역??에 이르기까지, 우리말 성경 번역에 헌신한 장로교 선교사입니다. 평양신학교에서 가르쳤으며, 우리말 최초의 [성경사전]을 편집하여 출판한 사람입니다. 우리말도 잘했고, 우리말 문장도 수려했습니다.

제가 ‘이눌서’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을 보고 강영섭 위원장도 놀라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분 함자가 이용태입니까 이영태입니까?”

“이용태입니다.”

“이제 제 오랜 숙제가 풀렸습니다. 이눌서 선교사의 어학 선생이면서 서기였던 분이라면 능히 성경을 개정하거나 교정을 할 자격이 충분하지요.” 어쩌면 하나님께서는 북한에도 그런 번역자를 남겨 두시어 성경을 번역하게 하였나, 하나님의 섭리와 은총을 깨닫고 다시 한번 하나님께 감사하였습니다. 그동안에는 성경을 번역한 선배들이나 동료를 위해 기도할 때마다, 북한에서 북한성경을 펴낸이들을 위해서 기도할 때는 막연히 그 번역에 참여한 이들을 위해 기도했는데, 이제는 구체적인 이름을 불러가면서 기도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큰 은총인지 모르겠습니다.

더 놀라운 일은 일본에서 귀국한 그다음에 생겼습니다. 저의 서재에 들려, 우리말 성서번역사 자료들을 들추다가 ‘이영태 李榮泰’라는 이름을 확인하고 나서였습니다. 이눌서 선교사의 조수 이름이, 곽안전 교수의 [한국교회사]에는 ‘이영태 李榮泰’라고 되어 있고, 이덕주 교수의 [초기한국기독교사연구]에는 ‘이영대’ 혹은 ‘이영태’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셔우드 홀 Sherwood Hall의 자서전에는 그의 이름이 Lee Young Tai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2)

1866년에 제너럴 셔만호를 타고 대동강을 통해 평양으로 진입하려다가 대동강변에서 우리 쪽 방어군에게 순교 殉敎를 당한 토마스(Robert Jermain Thomas/ 탁마준/ 托瑪浚 1840-1866) 목사, 그에게 성경을 받고 기독교인이 된 이들이 있었는데, 그중 한 사람의 조카가 기독교인이 되어 훗날 이눌서 선교사의 조수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가 바로 ‘이영태’인데, 이눌서 선교사와 함께 일하면서 성경의 우리말 번역을 도왔던 그가 북한에 아직 살아서 [공동번역 성서]를 교정한 바로 그 사람이라니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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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영섭(康永燮, 1931년 10월 15일 ~ 2012년 1월 21일)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정치인으로, 강량욱 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부주석과 송석정 사이의 차남이다.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위원장 겸 조선종교인협의회 부회장이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북측본부 부의장 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 중앙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 겸 상임위원회 위원, 평양신학원장을 지냈다. 그의 선친 강량욱 前 북조선 국가부주석은 김일성의 외삼종조부이기도 하다.” (위키백과)
2) S. Hall, With a stethoscope in Asia : Korea, MCL Associates, McLean, 1978, p.75.
3) 이영태 님이 고인이 되셨다는 소식은 풍문에 들었다. 공동번역 성서 평양 교정본의 교정 실무자 이영태에 관해서는, 가장 자세하게는, 민영진, “「공동번역성서 평양교정본」교정실무자 이영태”,『광야의 소리, 운원 김호현 교수 은퇴기념문집』(신앙과지성사, 2002), 223-233; 간략하게는, 민영진, “북한성경 제작 실무자”, 『새가정』(2002.9); 민영진, “북한성경 제작실무자 이영태”,『성서한국』48호 (2002 가을),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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