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성서연구

햇순, 공동체성서연구


	09/2015	목차 (2015년 9월호, 제235호) :햇순:을 읽고.. 편지로 띄우는 말씀 / 공동체성서연구자료 / 성서난해구 해설 / 공동체만들기 오늘을 바라보며 / 말씀과 삶의 뜨락 / 현장의 소리 / 동화 / 강정규 시 영성생활에 도움되는 책 에니어그램영성 / 공동체소식 / 공동체 이야기

성서 난해구 해설

누가 누구에게 말하는 겁니까?

이사야 29 : 1 - 12

민영진 목사

대한성서공회번역자문위원
세계성서공회연합회 번역자문위원
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yjmin@bskorea.or.kr

이사야서 29장의 문맥을 다 읽어 보아도 1-12절에 나오는 인칭대명사들의 실명사를 찾기가 힘듭니다. [개역 한글판](1961)이나 [개역 개정판](1998)의 본문이 같은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개정판] 본문을 인용합니다.

[개정] 사 29:1-12

1 슬프다 아리엘이여 아리엘이여 다윗이 진 친 성읍이여 해마다 절기가 돌아오려니와 2 내가 아리엘을 괴롭게 하리니 그가 슬퍼하고 애곡하며 내게 아리엘과 같이 되리라 3 내가 너를 사면으로 둘러 진을 치며 너를 에워 대를 쌓아 너를 치리니 4 네가 낮아져서 땅에서 말하며 네 말소리가 나직이 티끌에서 날 것이라 네 목소리가 신접한 자의 목소리 같이 땅에서 나며 네 말소리가 티끌에서 지껄이리라 5 그럴지라도 네 대적의 무리는 세미한 티끌 같겠고 강포한 자의 무리는 날려 가는 겨 같으리니 그 일이 순식간에 갑자기 일어날 것이라 6 만군의 여호와께서 우레와 지진과 큰 소리와 회오리바람과 폭풍과 맹렬한 불꽃으로 그들을 징벌하실 것인즉 7 아리엘을 치는 열방의 무리 곧 아리엘과 그 요새를 쳐서 그를 곤고하게 하는 모든 자는 꿈 같이, 밤의 환상 같이 되리니 8 주린 자가 꿈에 먹었을지라도 깨면 그 속은 여전히 비고 목마른 자가 꿈에 마셨을지라도 깨면 곤비하며 그 속에 갈증이 있는 것 같이 시온 산을 치는 열방의 무리가 그와 같으리라 9 너희는 놀라고 놀라라 너희는 맹인이 되고 맹인이 되라 그들의 취함이 포도주로 말미암음이 아니며 그들의 비틀거림이 독주로 말미암음이 아니니라 10 대저 여호와께서 깊이 잠들게 하는 영을 너희에게 부어 주사 너희의 눈을 감기셨음이니 그가 선지자들과 너희의 지도자인 선견자들을 덮으셨음이라 11 그러므로 모든 계시가 너희에게는 봉한 책의 말처럼 되었으니 그것을 글 아는 자에게 주며 이르기를 그대에게 청하노니 이를 읽으라 하면 그가 대답하기를 그것이 봉해졌으니 나는 못 읽겠노라 할 것이요 12 또 그 책을 글 모르는 자에게 주며 이르기를 그대에게 청하노니 이를 읽으라 하면 그가 대답하기를 나는 글을 모른다 할 것이니라

여기에 나오는 인칭대명사들, 제가 밑줄을 그은 대명사들이 각각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 그 실제 대상들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9-12절의 경우, 분명하게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혼돈 드림

혼돈 님께

난삽 難澁한 본문을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아마 다른 번역들을 보셨다고 해도 별로 도움을 받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히브리어 원문에서부터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예언 문체의 문제이기도 하여, 번역마다 그것을 달리 표현하기 때문에 다른 여러 번역들을 보시면서도 여전히 혼돈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인칭대명사의 실명사 문제만이 아니고, 절에 따라서는 화자 話者의 문제도 함께 연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6절 같은 것은 그것이 여호와의 말씀인지, 이사야의 말인지 잘 구별이 안 됩니다. 또 단수 복수의 문제도 연루되어 있습니다. 3-5절의 “너”와 9-10절의 “너희”가 같은 대상인지 다른 대상인지도 문제가 됩니다. 6절의 경우는 여호와 하나님의 공격을 받는 대상이 “그들”인지 “너”인지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귀하의 질문은 당연한데, 대답은 아마 시원치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1절은 화자가 예언자일 수도 있고, 2절의 “나”인 여호와일 수도 있습니다. [개정판]은 “여호와”가 화자인 것으로 이해한 번역입니다.
2절의 “나”는 6절에 언급된 “만군의 여호와”입니다. 여호와께서 아리엘 곧 예루살렘을 괴롭히실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어서 나오는 “그”는 “예루살렘”을 가리키는 “아리엘”입니다.
3절의 “나”는 “만군의 여호와”이고, “너”는 “예루살렘”을 가리키는 “아리엘”입니다.
4-5절의 “너”도 “예루살렘”을 가리키는 의인화된 “아리엘”입니다.
6-8절이 [개정판] 번역에서는 예언자의 말로 되어 있습니다만, 번역에 따라서는 “만군의 여호와”께서 하시는 말씀일 수도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하시는 말씀이라면, 우리말 번역은 “나, 만군의 여호와가 우레와 지진과 큰 소리와 회오리바람과 폭풍과 맹렬한 불꽃으로 그들을 징벌할 것인즉”이라고 되어야 할 것입니다. 여기 “그들을”은 히브리어 원문의 구조에서는 “너를”입니다. “예루살렘”을 가리키는 “아리엘”을 말합니다.
아리엘을 “그들을”이라고 한 것은 아리엘, 곧 예루살렘 안에 사는 주민을 일컫는 데서 나온 집합 개념의 번역입니다. 7절의 “그를”은 “아리엘을”입니다.
9절 “너희는 놀라고 놀라라 너희는 맹인이 되고 맹인이 되라 그들의 취함이 포도주로 말미암음이 아니며 그들의 비틀거림이 독주로 말미암음이 아니니라”에서 “너희” “그들”이 누군지 결정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6-9절이 여호와의 말인지 예언자의 말인지.... 두 가지 가능성은 다 있습니다. 9절과 10절의 화자는 일반적으로 “여호와”로 봅니다. 9-10절의 “너희”는 “예루살렘 성 안에 사는 백성”일 수도 있고1), “예언자들”일 수도 있습니다2). “너희”와 “그들”은 히브리어 문체의 특징으로 같은 대상을 달리 지칭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2인칭 대상을 갑자기 3인칭으로 부르는 것은 예언 문체에서 흔합니다.
10절의 “그가”는 “여호와가”입니다.
11절의 “너희” 역시 “예루살렘 성 안에 사는 백성”일 수도 있고, “예언자들”일 수도 있습니다. 11절의 “그것을”은 “계시의 말씀이 적힌 두루마리를” 곧 “책을” 말하는 것입니다. 11절의 “그대에게”는 “글 아는 자에게”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11절의 “이를”은 “계시의 말씀이 적힌 두루마리를” 곧 “책을” 뜻합니다. 11절의 “그가”는 “글 아는 자가”입니다. 11절의 “그것이”는 “계시의 말씀이 적힌 두루마리가” 곧 “책이”를 뜻합니다.
12절 “그대에게”는 “글 모르는 자에게”입니다. 12절의 “이를”은 “계시의 말씀이 적힌 두루마리” 곧 “책”입니다. 12절의 “그가”는 “글 모르는 자가”입니다. 12절의 “나는”은 “글 모르는 자”를 가리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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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eople of Jerusalem, be shocked and amazed. Make yourselves blind so you can't see anything. Get drunk, but not from wine. Be unsteady on your feet, but not because of beer.” (Isa 29:9 NIRV);
2) “Be shocked and stunned, you prophets! Refuse to see. Get drunk and stagger, but not from wine.” (CEV Is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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