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철 님,

이런 현상은 신도가 기독교의 경전을 부를 때 좀 더 높은 이름으로 부르고 싶어 하는 믿음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자칫 이런 주장들을 심하게 하다보면 ‘말씀’은 간 곳 없고, 칭호를 가지고 갑론을박 甲論乙駁하다가 서로 간에 미움만 키우고 말지요. 딤후 3:15-17에 언급된 ‘성경’은 지금의 [구약전서 舊約全書]입니다.

“15 또 네가 어려서부터 성경 聖經 ([타] 히에라 그라마타 / the sacred writings / 聖書)을 알았나니 성경 聖經은 능히 너로 하여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지혜가 있게 하느니라 16 모든 성경 聖經 (파사 그라페 / 聖經全書 / Every scripture)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17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케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하기에 온전케 하려 함이니라” ([개역] 딤후 3:15-17)

제가 이 본문을 인용하는 데에는 두 가지 까닭이 있습니다. 하나는 성경을 부르는 일반적인 어휘가 그리스에서 특수 낱말이 아니고 모든 종교의 경전에 두루 쓰이는 보통명사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성서든 성경이든 하나님의 말씀이든 이 셋 중 어느 것도 기독교 경전의 이름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구약이라고 부르는 것을 바울은 여기에서 ‘히에라 그라마타’라고 합니다. ‘히에라’는 거룩하다는 형용사로서 ‘그라마’라고 하는 명사를 수식하는 말입니다. 성서나 성경의 ‘성 聖’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그리스어 ‘그라마’는 단순히 그리스어 알파벳을 구성하는 ‘글자’를 일컫는 말입니다(고후 3:7; 갈 6:11). 때로는 ‘학식’을 일컫기도 합니다(요 7:15; god 26:24). 편지와 같은 문서 文書를 일컫기도 합니다(행 28:21). 빚 문서 같은 증서 證書를 말하기도 합니다(눅 16:6). 그리고 구약성서 같은 성경 聖經을 일컫기도 합니다(딤후 3:15). ‘그라마’라는 그리스말이 결코 어떤 경전에만 혹은 하나님의 말씀에만 배타적으로 사용되는 말이 아닙니다.

바울은 성경을 달리 ‘그라페’라고도 합니다. 문자대로의 뜻은 ‘기록(記錄/ writing)’입니다. 신약에서는 늘 이 말이 ‘구약성경’을 가리킵니다(마 21:42; 막 14:49; 눅 24:27; 요 20:9; 행 8:32; 고전 15:3-4; 갈 3:8). 때로는 바울의 서간 書簡도 여기에 속합니다(벧후 4:16). 성경의 각 구절을 말할 때도 ‘그라페’라고 합니다(눅 4:21; 행 8:35; 약2:8).

또 중요한 사실 하나는 기독교의 경전의 이름은 ‘성서’도 ‘성경’도 ‘하나님의 말씀’도 아니고 ‘언약서’ 혹은 ‘계약서’라는 것입니다. 옛 계약 구약 舊約과 새 계약 신약 新約만이 기독교 경전의 이름입니다. 이 이름의 유래를 우리는 예레미야서 31:31-34에서 봅니다.

31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보라 날이 이르리니 내가 이스라엘 집과 유다 집에 새 언약 言約 [新約/ 브리트 하다샤]을 세우리라 32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이 언약 言約은 내가 그들의 열조의 손을 잡고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내던 날에 세운 것과 같지 아니할 것은 내가 그들의 남편 男便이 되었어도 그들이 내 언약 言約 [舊約]을 파 破하였음이니라 33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그러나 그 날 후에 내가 이스라엘 집에 세울 언약 言約 [新約]은 이러하니 곧 내가 나의 법 法을 그들의 속에 두며 그 마음에 기록하여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내 백성이 될 것이라 34 그들이 다시는 각기 이웃과 형제를 가리켜 이르기를 너는 여호와를 알라 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작은 자로부터 큰 자까지 다 나를 앎이니라 내가 그들의 죄악 罪惡을 사 赦하고 다시는 그 죄 罪를 기억 記憶지 아니하리라 여호와의 말이니라 ([개역] 렘 31:31-34)

민영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