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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난해구 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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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번역으로 성경을 읽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요즘에 [성경] 앱 YOUVERSION을 가지고 퍽 즐기고 있습니다. 528개 언어에 809 번역본을 손바닥 안에서 펼쳐 볼 수 있다는 것은 이 시대에 사는 이들이 받은 복인 것 같습니다. 영어 번역만 하더라도 40여 가지 서로 다른 번역을 손바닥에 불러내어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번역들이, 비록 같은 원문을 번역한 것이라 하더라도, 저마다 다른 이해와 표현을 사용하여 번역한 것을 보면서, 본문에 대한 이해를 한껏 깊게 그리고 넓게 익히고 있습니다. 더욱이 상당수의 영어 번역들이 소리 내어 읽어 주기까지 하는 것을 보면서 저는 성경을 읽고 들으면서 영어까지 더 배우는 큰 혜택을 입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서로 다른 번역을 비교하면서 성경을 읽는 일이 반드시 즐거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번역 성경들마다 표현만 조금씩 다르고 내용이 비슷한 경우에는 상관없는데요, 번역이 정반대로 되거나, 아니면 어떤 한 낱말이 있고 없고 하는 것에 따라 내용이 홱 달라지는 경우는 상당히 당황스러워집니다. 이것은 영어 번역들이나 우리말 번역들을 가릴 것 없이 똑 같습니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정반대로 번역이 될 수 있었겠지만 그 사정을 잘 모르는 저 같은 평신도들은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제가 여쭙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겁니다. 사무엘하 12장 13-14절인데요, 다윗 왕이 자기 군인인 우리아를 전쟁터에서 죽게 하고 그의 아내 바세바를 자기 아내로 데리고 온 것에 대하여 예언자 나단이 꾸짖는 것입니다. NIV를 보니까, 내용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다윗 왕이 나단 예언자에게 “제가 그만 주님께 죄를 범하고 말았습니다.”라고 말하니까, 나단 예언자가 다윗 왕에게 대답합니다. “주님께서 임금님을 용서하실 것입니다. 그러니 임금님께서 이 일로 목숨을 잃게 될 일은 없을 겁니다. 다만, 한 여인의 남편을 전쟁터에서 죽게 하고 그의 아내를 임금님께서 취하신 일만은 임금님께서 주님의 원수들이 주님을 경멸할 빌미를 주신 거니까 임금님과 바세바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죽게 될 것입니다.” TEV로 같은 구절을 보니까 내용이 아주 다릅니다.“주님을 경멸하는 이들”이 “주님의 원수들”이 아니고 “다윗 왕 자신”입니다. TEV로 보니까, 내용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다윗 왕이 나단 예언자에게, “제가 그만 주님께 죄를 범하고 말았습니다.”라고 말하니까, 나단 예언자가 다윗 왕에게 대답합니다. “주님께서 임금님을 용서하실 것입니다. 그러니 임금님께서 이 일로 목숨을 잃게 될 일은 없을 겁니다. 다만, 한 여인의 남편을 전쟁터에서 죽게 하고 그의 아내를 임금님께서 취하신 일만은 임금님께서 주님을 경멸하신 태도를 보이신 거니까 임금님과 바세바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죽게 될 것입니다.” 저의 질문은, “같은 히브리어 본문을 가지고 두 번역이 왜 이렇게 달리 번역하는 것입니까?”
대전에서 번비교 장로 드립니다
번역도 참 잘 하셨네요. NIV와 TEV를 직접 인용하시지 않으셔서, 독자들이 궁금해 할 것 같아서, 여기에 그 번역문을 제가 일단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NIV 2 S 12:13-14
TEV 2 S 12:13-14
문제는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히브리어 본문은 마소라 학자들이 편집한 본문이라고 하여 마소라 본문이라고 하는 것인데요, 기원 후 7세기경에 편집이 완성된 것입니다. 구전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기록으로 전해지던 히브리어 성경이, 완전히 기록으로 옮겨지는 것은 유대인들이 바빌론 포로에서 돌아 온 이후 서기관들의 활동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기원후 3세기경의 탈무드에 보면, 성경 사본을 기록한 서기관들이, 전해져 온 성경 본문 중에서 하나님의 신성 神聖에 모독 冒瀆이 될 만한 표현이나 성군 聖君 다윗에게 누 累를 끼칠 수 있는 본문을 고쳤다는 것을 증언하고 있습니다(Midrash Genesis Rabbah xlix. 7). 그 고친 본문을 ‘서기관들의 수정’(the emendation of the scribes)라고 합니다. 후대의 마소라 본문에 반영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요즘 번역들 중에는 고치기 이전의 히브리어 본문을 복원하여 번역에 반영시키기도 합니다. 위에서 귀하께서 예로 들은 삼하 12:14이 바로 그 예 중에 하나입니다. “다윗 왕이 주님(여호와)을 경멸했다”는 구절에서, 하나님이 어느 누구에게 경멸을 받으신다는 것도 있을 수 없고, 더욱이 다윗 같은 왕이 하나님을 경멸하였다는 것은 유대인 독자들에게는 참으로 참기 어려운 신성모독의 표현입니다. 그래서 다윗이 직접 주님을 경멸한 것이 아니라 주님의 원수들이 주님을 경멸할 빌미를 주었다는 식으로 이해를 유도하도록 “주님”을 “주님의 원수들”이라고 고친 것입니다. NIV는 고친 본문을 번역한 것이고, TEV는 고치기 이전의 본문을 번역한 것입니다. 서기관들이 고친 것들 중에서 몇 가지 예를 더 들면, 창세기 18장 22절의 경우인데요, 지금 우리가 읽는 [개역]에 보면, 그 사람들이 거기서 떠나 소돔으로 향하여 가고 아브라함은 여호와 앞에 그대로 섰더니([개역] 창 18:22) 이것이 본래는 “여호와께서 아브라함 앞에 그대로 서 계셨다”였다는 겁니다. 그런데 히브리어 표현에서 아무개가 누구 앞에 서 있다는 것은 종이 되어 섬기기 위한 자세인데, 여호와께서 아브라함 앞에 서 계셨다는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하여 서기관들이 이것을 아브라함이 여호와 앞에 서 있는 것으로 고쳤다는 것입니다. 삼상 3장 13절에서도 보면 본래의 히브리어 본문을 서기관들이 고친 것이 나타납니다. 내가 그 집을 영영토록 심판하겠다고 그에게 이른 것은 그의 아는 죄악을 인함이니 이는 그가 자기 아들들이 저주를 자청하되 금하지 아니하였음이니라(서기관들이 고친 것을 반영하는 [개역] 삼상 3:13)
내가 그 집을 영영토록 심판하겠다고 그에게 이른 것은 그의 아는 죄악을 인함이니 이는 그가 자기 아들들이 하나님을 저주하되 금하지 아니하였음이니라
민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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