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듣지못해서” 님,

예수께서는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러 산에 올라가셨지요. 예수께서 기도하고 계시는데, 그 얼굴 모습이 변하지요. 입고 계신 옷이 눈부시게 희어지고 빛이 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두 사람이 나타나지요. 그들이 예수와 더불어 말을 하고 있었답니다. 그들은 모세와 엘리야였다고 합니다. 그들은 영광 榮光에 싸여 나타나서,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 곧 그의 별세 別世에 대하여 말하고 있었다지요. 그런데 지금 “엿듣지못해서” 님께서는 세 분이서 도대체 구체적으로 어떤 말씀들을 주고 받으셨는지가 무척 궁금하시다는 거지요? 마태복음서 기자와 마가복음서 기자는 세 분 사이에 무슨 말이 오갔는지 함구 緘口하고 있지만, 누가복음서 기자만은 세 분이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 곧 예수께서 별세하실 일에 대하여 말하고 있었지요.

궁금하긴 저도 마찬가진데요. 별세라는 말은 곧 세상에서 ‘떠나가심’, 곧 죽으심입니다. 이렇게 대화의 주제는 분명하게 언급되어 있어서 좀 덜 답답합니다. 세 분 사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는 역시 궁금하지만요. 본문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이 부분은 눅 9:30-31이 더 상세하게 진술되어 있으니까 그 본문을 보도록 하지요.

30 문득 두 사람이 예수와 함께 말하니 (andres duo sunelaloun aut? ‘two men were talking with him’). 이는 모세와 엘리야라 (hoitines ?san M?us?s kai ?lias). 31 그들은 영광에 싸여 나타나서, 장차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 (h?n ?mellen pl?roun en Ie- rousal?m ‘which he was to fulfil in Jerusalem’) 곧 그의 떠나가심에 대하여 말할새 (hoi … elegon t?n exodon autou ‘who … spoke about his departure’). ([개정]의 문체로 사역 私譯해 봄. 눅 9:30-31)1)

예수와 대화를 하고 있는 이 두 사람, 모세와 엘리야는 이미 이 시간 속의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것을 누가복음서 기자는 이 두 사람이 “영광에 싸여 나타나서”2) 서로 말을 했다고 합니다.

세 분의 대화 주제인 ‘별세’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낱말이 우리 귀에 아주 익숙한 말입니다. ‘엑소도스’(exodos, ‘departure’ “탈출’)라는 말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모세와 관련해 처음 쓰인 그 ‘엑소도스’(탈출)가 이제 예수의 엑소도스(별세)로 사용됩니다. 이 말이 여기에서는 예수와 관련하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엑소도스는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의 ‘탈출’이 아니라 한 차원에서 다른 차원으로 이동 곧 ‘별세 別世’ ‘세상을 떠나심’ ‘(예수의) 죽으심’을 말하는 완곡어법입니다. 예수의 임무 수행이 요절 夭折과 관련되어 있다니요! 정치, 종교, 경제, 문화의 중심인 왕도 王都에서 젊은 나이에 죄수로 처형되는 것이 그의 임무 수행의 외적 형식으로 이미 정해져 있었다니요! 그것이 하나님의 계획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니요! 이 세 분들 사이에서 그 때는 누가복음서의 기자의 중언대로 예수의 엑소더스 외에 다른 말씀들은 하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누가복음서의 요약 要約이 요약이자 동시에 전부 全部인 것 같습니다.

사족 蛇足을 답니다. 세 분이 만나서 하나님의 인류 구원의 계획과 그 계획의 최종 완성 행위로서 예수의 엑소도스를 말씀하신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그렇게 중요한 하나님의 인류 구원 계획을 세 분이 영광중에서 상의하셨다는 것이 또 달리 큰 의미를 지닙니다. 모세는 율법을 대표하고 엘리야는 예언을 대표하고 예수는 복음을 대표하기 때문입니다. 신약에 언급된 "율법과 선지자"([개역])3), "율법과 예언자"([새번역])4)는 우리가 "구약"이라고 부르는 것의 유대교 명칭입니다. 모세와 엘리야는 유대교의 경전을 대표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예수는 신약을 대표하고, 이 삼자가 예수에게서 죽음으로 완성되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 회동 會同했다는 것은 두 종교의 관계를 고찰할 때 대단히 중요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민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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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리스어의 영어 음역과 번역은 UBS Handbook on Luke.
2) 주현절(主顯節 epiphany)와도 무관하지 않다.
3) 마 22:40; 눅 16:16; 24:44; 행 13:15; 24:14; 행 28:23; 롬 3:21 등에 나오는 “율법과 선지자”(? ν?μο? κα? ο? προφ?ται)는 우리가 "구약"이라고 부르는 책의 유대교 명칭이다.
4) "새번역"은 그리스어 ? ν?μο? κα? ο? προφ?ται를 여러 가지로 번역한다. 통일시켜야 할 것 같다. “율법과 예언서”(마 7:12; 22:40; 24:44; 행 24:14), “율법과 예언자”(눅 16:16; 행 28:23), “율법과 예언자들”(롬 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