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공동체성서연구

 

 


04/2012

 

 

 

 

 

 

 

 

 

 

 

 

  성서 난해구 해설

 

「새번역」룻기 2:22의 번역

 

 

 

 

 

 

 

 

 

 

 





민영진 목사



대한성서공회번역자문위원
세계성서공회연합회 번역자문위원
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yjmin@bskorea.or.kr






 


나오미가 며느리 룻에게 일렀다. "얘야, 그가 데리고 있는 젊은 여자들과 함께 다니는 것이 좋겠구나. 젊은 남자 일꾼들에게 시달림을 받다가 다른 밭으로 가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새번역] 룻 2:22)

위 번역문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젊은 남자 일꾼들에게 시달림을 받다가 다른 밭으로 가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라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문맥과 원문을 벗어난 번역자의 상상이 지나쳐 발생한 오역이라고 판단됩니다. 이 문맥의 의미는

1) 보아스는 룻에게 이삭을 주우러 다른 밭으로 가지 말고, 이 추수 현장을 떠나지 말고 자신의 젊은 여자 추수 일꾼들과 함께 추수하라고 말한다(8-9절).
2) 보아스는 젊은 남자 추수꾼들에게 룻을 건드리지 말라고 단단히 당부한다(9절).
3) 보아스는 룻을 괴롭히지 말도록 남자 추수꾼들에게 당부한다(15절).
4) 룻은 보아스가 “젊은 남자 추수일꾼들을 따라다니라”고 말했다고 나오미에게 전한다(21절). 여기서 룻이 말한 “남자 추수일꾼들”은 남녀추수꾼들을 모두 포함하는 말이다.

이상의 말을 종합해 보면, 보아스는 자신의 밭을 떠나지 말라고 룻에게 말했고, 남자 추수일꾼들에게 룻을 건드리지 말도록 단단히 명령하였습니다. 따라서 위에 언급한 본문, “젊은 남자 일꾼들에게 시달림을 받다가 다른 밭으로 가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라는 나오미의 말은 문맥을 벗어난 오역입니다. 보아스가 이미 두 차례나 단단히 명령하였으므로 보아스의 말을 어기고 그들이 룻을 괴롭힐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즉 나오미는 룻이 다른 사람의 밭에 가서 이삭을 줍다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일을 당할 것을 염려하여 보아스의 밭에서 그의 여자 추수일꾼들과 함께 일하라고 말한 것입니다. 원문을 직역하면 “사람들이 너를 다른 사람의 밭에서 만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미이다. 즉 네가 다른 사람의 밭에서 일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너를 괴롭힐 수도 있으니 네가 보아스의 여자 추수꾼들과 함께 다니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입니다. 다른 밭에서 일하면 모르는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거꾸로 보아스의 밭에서 일하는 젊은 남자 추수꾼들에게 괴롭힘을 당할지 모른다는 상황으로 번역해 놓았습니다. 70인역과 영어번역들을 보면, 70인역은 물론이고, 영어번역본 중 [표준새번역]과 [새번역]과 같은 의미로 번역해 놓은 것은 없습니다.

나오미가 말하기를, 다른 밭에서 일하면 모르는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새번역]은 거꾸로 보아스의 밭에서 일하는 젊은 남자추수꾼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다른 사람의 밭으로 가서 일하지 않으려면 보아스의 여자추수꾼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미로 번역해 놓았습니다. 따라서 [새번역]의 기본 틀을 그대로 둔 채 거꾸로 번역한 부분을 []안에 바로잡으면 다음과 같이 됩니다.

22. 나오미가 며느리 룻에게 일렀다. ‘얘야, 그가 데리고 있는 젊은 여자들과 함께 다니는 것이 좋겠구나. [다른 사람의 밭에 가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시달림을 받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번검취 드림





번검취 님, 이 질문 받고 너무 오랫동안 회답 못 드리다가 이제야 답변 드리게 됨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긴 질문과 설명을 잘 읽었습니다. 귀하의 메일 명 “번검취”를 제가 “번역검토취미”로 이해해도 될까요? 번검취 님의 견해는 기존의 대다수의 번역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번역을 기준하여 새로운 이해를 오역이라고 결론을 내셨습니다. 같은 히브리어 본문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고 계시지 않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귀하께서 보신 영어 번역들이(주석들이 아니라), 하나같이 한 견해만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귀하의 주장이 결코 무리한 주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귀하의 주장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룻기 2:22을 번역함에 있어서 [표준새번역] 혹은 [새번역]이 기존의 전통적인 이해를 따르지 않고, 왜 달리 번역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역을 했다고까지 말씀하시는 거고. 그것도 히브리어 본문을 거론하시면서 히브리어 본문을 직역만 해도 [새번역] 룻기의 번역은 오역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번검취 님, 이제 귀하의 질문부터 한 번 검토해 보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질문에 나타난 귀하의 히브리어 본문 이해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려 죄송합니다만,) 귀하께서는 문제 구절의 문맥을 언급하는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진술을 하셨습니다. 이탈릭체로 표기한 것이 귀하의 주장입니다.

1) 보아스는 룻에게 이삭을 주우러 다른 밭으로 가지 말고, 이 추수 현장을 떠나지 말고 자신의 젊은 여자 추수 일꾼들과 함께 추수하라고 말한다(8-9절).

히브리어 “나아로트”를 “젊은 여자 추수 일꾼들”이라고 하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그냥 “젊은 여자들”입니다. 보아스의 밭에서 곡식을 수확 收穫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정을 고려하여 “젊은 여자 일꾼들”이라고까지는 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말 “추수 秋收”는 가을걷이입니다. 따라서 봄철에 하게 되는 보리와 밀 수확은 “추수”가 아닙니다. “봄걷이”라는 말이 따로 없으므로 그냥 “수확 收穫”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보아스가 룻에게 자기의 젊은 여자들과 “함께 추수 秋收하라”고 말한 적은 룻기 안에 어디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보아스는 룻을 곡식 수확 收穫하는 일에 고용한 적도 없습니다. 보아스는 다만 이삭을 주우러 온 룻에게 이삭을 주을 때에 그녀가 “젊은 여자들”을 바싹 따라다니라고만 했습니다.

2) 보아스는 젊은 남자 추수꾼들에게 룻을 건드리지 말라고 단단히 당부한다(9절).

여기에서도 히브리어 “느아림”은 “젊은 남자 일꾼들”입니다. 그들을 “추수꾼”이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추수”가 “가을걷이”를 말하는 것이라서가 아닙니다. 히브리어 “나아르”에 가을걷이든 봄걷이든 그런 구체적인 뜻이 들어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3) 보아스는 룻을 괴롭히지 말도록 남자 추수꾼들에게 당부한다(15절).

여기에서도 “느아림”은 “젊은 남자들” 혹은 “남자 일꾼들”입니다. “추수꾼”은 아닙니다.

4) 룻은 보아스가 “젊은 남자 추수일꾼들을 따라다니라”고 말했다고 나오미에게 전한다(21절). 여기서 룻이 말한 “남자 추수일꾼들”은 남녀추수꾼들을 모두 포함하는 말입니다.

히브리어 “느아림”을 “젊은 남자 추수일꾼들”로 번역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이미 지적하였습니다. 문제는 귀하께서 여기 룻이 말한 “남자 일꾼들”은 “남녀일꾼들”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라고 단정 斷定하시는 것입니다. 적어도 여기에서는 그런 단정은 삼가야 한다는 것을 곧 아시게 될 것입니다. 히브리어에서 명사의 남성 복수형이 (비록 여성 복수형이 독자적으로 있다하더라도) 때로는 문맥에서 남녀를 다 포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더욱이 룻 2:21에서는 여기 “느아림”이 “남자들”만을 일컫는 것인지, “여자들”을 포함하는 것인지, 혹은 “여자들”만을 뜻하는 것인지 그 논란의 역사가 그리스어 칠십인역 이래 줄곧 논의되고 있습니다. 귀하께서 옳게 지적하신 대로 히브리어 마소라 본문 MT에서 “느아림”은 “남성복수형”입니다. 칠십인역 LXX 중에서도 바티칸 사본 LXXB은 마소라 본문처럼 “남성복수형”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고대 라틴어역 OL과 몇몇 칠십인역은 “여성복수형”으로 번역합니다.

실재로 보아스가 룻에게 당부했던 것도 “여자 일꾼들”(느아로트)을 따라다니라고 한 것이었지요(2:8). 그런데 왜 룻이 시어머니에게 보아스의 호의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여자 일꾼들”(느아로트)을 “남자일꾼들” 혹은 백보를 양보해서 “남녀를 다 포함하는 일꾼들”(느아림)이라고 보고했는지, 룻의 심리가 묘합니다. 그러니까 시어머니가 얼른 문법적 성을 바꾸지요! 보아스가 룻에게 “남자일꾼들” 혹은 남녀를 다 포함하는 “일꾼들”을 따라 다니라고 말했는지는 몰라도 시어머니로서는 그 자리에서 분명히 “여자 일꾼들”(누아로트)을 따라다니라고 교정합니다. 그런데도, 귀하께서는 자신의 부정확한 문맥 파악을 근거로 성급한 결론을 내리셨습니다. 따라서 위에 언급한 본문, “젊은 남자 일꾼들에게 시달림을 받다가 다른 밭으로 가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라는 나오미의 말은 문맥을 벗어난 오역입니다.

귀하께서는 히브리어 본문 자체보다 2장 전체의 문맥을 더 중요하게 여기신 것 같은 인상을 받습니다. 번역에서 문맥을 중요시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 점에 있어서는 귀하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다만 귀하께서는 문맥을 중요시하신 것만큼 히브리어 본문 자체 이해에도 노력을 기울이셨어야 했다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귀하께서는 문제가 있는 히브리어 본문을 너무 쉽게 생각하시고, 전통적인 영어번역의 이해를 그대로 받아들이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귀하는 다음과 같은 말을 아주 쉽게 말하고 있습니다.

원문을 직역하면 “사람들이 너를 다른 사람의 밭에서 만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같은 히브리어 본문은 직역을 한다 해도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번역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모두 표현이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시어머니 나오미로서는 며느리 룻이 성추행을 당할 가능성을 말함에 있어서 직접적인 표현을 자제하여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말했을 수도 있습니다.

It is good, my daughter, that thou go out with his maidens,
and that they meet thee not in any other field.
“잘 되었구나, 내 딸아. 네가 그의 여자 일꾼들과 함께 나아가고,
그래서 그들이 너를 어느 다른 밭에서 만나지 않을 터이니 말이다.”

여기 “그들”이 누구인지 모호합니다. 이것은 히브리어 본문에서 독립된 대명사 “남성 3인칭 복수”를 번역한 것이 아니고, “파가” 동사에 들어 있는 “남성 3인칭 복수 형태” 변화 “이프게우”에서 주어 기능을 하는 내용을 번역한 것입니다. 따라서, 번역에서 대명사로 번역된 말은 달리 “남자들”이라는 실명사로 번역될 수도 있습니다. “만나다”라고 번역된 “파가” 동사는 일반적인 의미가 우연히 만나는 “조우” 遭遇를 뜻합니다만 그것을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요. 지금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안전을 걱정할 때는 불길한 만남을 전제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다음 번역에서 더 뚜렷이 나타납니다.

It is better, my daughter, you go out with his young women;
then they will not be rough with you in another field.
“더 잘 된 것 같다, 내 딸아. 네가 그의 젊은 여자들과 함께 나아가고,
그러면 그들이 다른 밭에서 너를 함부로 대하지 않을 터이니 말이다”.

이 번역은 히브리어 동사 “파가”의 뜻을 “함부로 대하는” be rough with 태도로 번역합니다. 여기에서도 “그들”이 “남자들”인 것은 동사어형변화에서 확인됩니다. 달리 다음과 같이 번역되기도 합니다.

It is best daughter, that you join his girls
and not be pressed into another field.
“아주 잘 된 것 같다, 딸아. 네가 그의 소녀들과 함께 있고,
네가 다른 밭으로 억지로 쫓겨 가야할 일도 없고”

이것은 유대인 학자 잭 삿손 Jack M. Sasson의 번역입니다. 그는 히브리어 성서학자일 뿐 아니라 히브리어 언어학자이고 이스라엘 민속학자입니다. 그가 쓴 [룻기] 주석이 바로 히브리어 언어학과 민속학을 반영한 것입니다. “네가 다른 밭으로 억지로 쫓겨 가야할 일도 없고” and not be pre- ssed into another field도 일종의 완곡어법입니다. 다른 밭으로 억지로 쫓겨 간다는 것은 룻이 보아스의 남자 일꾼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하는 수 없이 다른 밭으로 가게 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귀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보아스가 그의 남자 일꾼들에게 단단히 경고를 한 만큼 룻의 신변은 안전하겠지요. 또 실재로 안전했습니다. 그러나 젊은 이방인 며느리에 대한 시어머니의 걱정을 누가 말리겠습니까!

Good my daughter! Do go out, indeed, with his girls
so that some people may not urge you into another field.
“다행이다, 내 딸아. 그래, 정말로, 그의 소녀들과 함께 나아가거라.
그래야만 어떤 사람들이 너를 억지로 다른 밭으로 가게 할 일이 없을 것이다.”

이것은 삿손 자신이 표현을 달리하여 다시 번역해 본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너를 억지로 다른 밭으로 가게 할 일” that some people may not urge you into another field 역시 완곡어법입니다. 누가 룻을 다른 밭으로 강제로 쫓아내는 것은 아닙니다. 남자들이 괴롭히니까 하는 수 없이 다른 밭으로 가게 되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표준새번역]과 [새번역]은 삿손과 같은 견해를 번역에 반영해 보려고 한 것입니다. 귀하께서 중요하게 여기시는 룻기 전체의 문맥에도 딱 들어맞고요.

“얘야, 그가 데리고 있는 젊은 여자들과 함께 다니는 것이 좋겠구나.
젊은 남자 일꾼들에게 시달림을 받다가 다른 밭으로 가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어떤 번역도 완전한 번역은 없습니다. 번역자들은 가능한 의미를 들추어내려고 노력합니다. [표준새번역]이나 [새번역]도 제각기 시도되는 여러 번역들 그중 하나일 뿐입니다.

민영진 드림

--------------------

1) ASV Ruth 2:22
2) Edward F. Campbell Jr., Anchor Bible, Ruth 2:22.
3) Jack M. Sasson, RUTH: A New Translation with a Philological and a Formalist-Folklorist Interpretation, 58
4) Sasson’s alternative rendering, RUTH, 62.

 

 

 

 

 

 

 

 

 




152-815 서울 구로구 개봉3동 341-21 2층   Tel 02)312-6803, Fax 02)374-7277
  cbsi@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