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일 장로님,

차일피일 미루어 참 죄송합니다. 우선 구약에서 이 표현이 어떻게 쓰였는지 먼저 살피고, 신약에서 예수께서 그 표현을 쓰신 것은 더 숙고해야할 문제로 남겨두겠습니다.

빈도 頻度 : “인자 人子”는 우리말 [개역](1961) 성서에 187회 나온다. 구약성서에 102회, 신약성서에 85회 분포되어 있다. [개역]의 “인자 人子”는, 구약에서는 히브리어 ‘벤 아담’(“사람의 아들”, “아담의 아들”)을 번역한 것이고, 신약에서는 그리스어 ‘호 휘오스 투 안트로푸’(“사람의 아들”)를 번역한 것이다. 구약 102회 중에서는 에스겔서에서 집중적으로 93회 나오고, 신약 85회 중에서 복음서에서 집중적으로 81회 나온다. 특히 복음서에서는 이 칭호가 예수가 자신을 가리킬 때만 사용된다.

에스겔서에 나오는 인자 人子 : 에스겔서에서는 “인간 人間”인 예언자 에스겔을 사람과는 구별이 되는 천상적존재 天上的存在, 곧 “에스겔의 환상 속에서만 등장하는 사람이 아닌 존재”와의 구분을 위해서, 천상적 존재가 인간인 에스겔을 부를 때 ‘벤 아담’(“사람의 아들”)이 사용되고 있다. 그것도 예언자 에스겔을 부르는 호격 呼格으로만 93회 사용된다. 예를 들면, “그가 내게 이르시되 인자 人子야 네 발로 일어서라 내가 네게 말하리라 하시며”([개정] 겔 2:1). [공동번역]과 [새번역]은 같은 곳에서 히브리어 ‘벤 아담’을 “사람의 아들”이라고 하지도 않고, 단순히 “사람”으로 이해하여, “너 사람아”, 혹은 “사람아”라고 번역한다.

다니엘서에 나오는 인자 人子 : 다니엘서에서도 3번 나오고, 그 중 한 번은 호격으로 사용된다. “내가 또 밤 환상 幻像 중에 보니 인자(人子, 키바르 아나쉬) 같은 이가 하늘 구름을 타고 와서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에게 나아가 그 앞으로 인도 引導되매”([개정] 단 7:13). 예수가 자신을 가리켜 늘 “사람의 아들”[人子]이라고 한 것의 구약적 배경을 흔히들 여기에서 찾으려고 하기도 한다. 유대교나 기독교에서 일찍부터 다니엘서의 “인자 人子”에 관해서는 메시야 칭호와 연관시켜왔다. 그러나 여기 다니엘서에서 이 칭호는 단 7:18, 21, 22, 25 등에 언급된 “성도 聖徒”, 혹은 단 7:27의 “지극히 높으신 이의 거룩한 백성”과 같은 일종의 집단 개념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이럴 경우 다니엘의 “인자”는 유대 “백성”을 가리킨다. 그러나 또 다른 견해는 다니엘서에서 “인자”는 미가엘 천사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다음의 인용 본문에서 보듯이 다니엘의 경우도 에스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자 人子”는 단순한 “인간 人間”을 가리키는 뜻으로 사용된다.

시편에 나오는 인자 人子 : 시편에도 세 번에 걸쳐 ‘벤 아담’의 번역인 “인자”가 다음과 같은 곳에서 나온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 人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개정] 시 8:4). 시편의 경우는 “인자”가 평행구를 이루며 나온다. 따라서 “사람”(에노쉬, “인간”)과 평행을 이루는 “인자”는 “인간”을 가리킨다(시 8:4).

잠언에 나오는 인자 人子 : “사람들아(이쉼: “사람들”) 내가 너희를 부르며 내가 인자들(브네 아담: “사람의 아들들”)에게 소리를 높이노라”([개정] 잠 8:4). 여기서도 “인자”는 “사람들”이다.

욥기에 나오는 인자 人子 : “사람(게베르, “사람”)과 하나님 사이에 와의 인자(人子, 벤 아담)와 그 이웃 사이에 중재하시기를 원하노니”([개정] 욥 16:21). 여기에서도 인자는 사람이다. 욥 25:6과 35:8의 경우는 아예 [개역]과 [개정] 자체가 ‘벤 아담’을 “인생 人生”으로 번역하였다. “하물며 구더기 같은 사람 (에노쉬), 벌레 같은 인생 (벤 아담)이랴”([개정] 욥 25:6).

복음서에 나오는 인자 人子 : 복음서에서는 예수 자신이 자신을 지칭할 때만 “인자 人子” 곧 “사람의 아들”이라는 표현을 쓴다.

[개역]의 “인자”가 [공동번역]에서는 “사람의 아들”로 번역되어 있다. “인자”는 늘 문법적으로 남성 3인칭 단수의 기능을 갖는다. 예수가 자기 자신을 “인자”라고 했을 때 그 말의 뜻도 해명이 되어야 하고, 자기 자신을 3인칭으로 언급한 문법 구조도 주목할 만하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인자 人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하시더라([개정] 마 8:20), “인자 人子는 안식일의 주인이니라 하시니라”([개정] 마 12:8), “사람들이 인자 人子를 누구라 하느냐”([개정] 마 16:13b)

이상 몇 가지 예에서 보듯이 복음서에서는 “인자”는 예수가 자신을 지칭하는 용어다. 구약의 ‘벤 아담’과는 달리, 신약의 ‘호 휘오스 투 안트로푸’의 경우는 영어 번역들은 예외 없이 “the Son of Man”으로 번역한다. 마치 역사적 예수의 자칭 自稱에만 적용되는 고유 명사가 되어 버린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신약의 다른 곳에서 언급된 인자 人子:사도행전과 히브리서에 각각 한 번씩, 그리고 요한계시록에 두 번, 모두 네 번이 복음서 밖에서 언급된다. 사도행전에서 한 번 언급되는 “인자”는 스데반이 예수를 가리켜 한 말이다. “보라 하늘이 열리고 인자 人子가 하나님 우편에 서신 것을 보노라 한 대”([개정] 행 7:56). 요한계시록에도 “인자”가 두 번 나온다. 예수 자신의 자칭이 아니라 요한계시록 기자가 예수를 3인칭으로 묘사하면서 언급한 것이다. “촛대 사이에 인자 人子 같은 이가 발에 끌리는 옷을 입고 가슴에 금띠를 띠고”([개정] 계 1:13). 역사적 예수를 일컬어 드물게 “사람의 아들”이라고 번역한 경우가 [개역]에 있다. “또 내가 보니 흰 구름이 있고 구름 위에 사람의 아들과 같은 이가 앉았는데 그 머리에는 금 면류관이 있고 그 손에는 이한 낫을 가졌더라”([개역] 계 14:14). 그러나 [개역]의 “사람의 아들”이 [개정]에서 “인자 人子”로 바뀌었다.

예수는 왜 자신을 ‘벤 아담’이라고 했을까? 예수는 왜 “사람” “인간”을 뜻하는 ‘벤 아담’이란 표현을 자칭 自稱으로 썼을까? 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였을까? 구약성서에 100여회 나오는 단수 ‘벤 아담’이나 복수 ‘브네 아담’이 자칭으로 쓰인 예가 없다. 신약성서의 복음서에서만 80여회가 예수에 의해 자칭으로 쓰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예수의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벤 아담’이 자칭으로 쓰인 선례가 없는 만큼 독특하다. <예수 세미나> 쪽에서는, 때로는 “사람의 아들”(벤 아담)이 하늘로부터 올 신적 존재를 가리키는 것이었는데, 예수가 이 표현을 사용할 때는 그것이 자신을 가리킨 것이 아니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예수가 이 용어를 쓸 때는 누군가 와서 고난을 당하고, 죽고, 다시 살 그를 전제한 것인데, 예수가 이 용어를 쓰면서 점점 자신이 바로 그일 것이라는 자각을 하기에 이르렀다고도 본다. “벤 아담이 안식일의 주인”(마 12:8)이라는 말은 “안식일의 주인은 바로 사람, 인간”이라는 뜻이라고 보기도 한다.

민영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