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진 목사님께,

민영진 목사님, “살구”가 아닌데 왜 “자꾸” 살구라고 합니까?

무식해서 질문을 자꾸 하게 되는 것 용서해 주세요. 이것은 제가 목사님을 괴롭히려 해서 드리는 질문이 아니라, 하도 궁금해서, 때로는 답답해서 드리는 질문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또 매번 하시듯이 그렇게 친절하게 조심스럽게 답변하시지 말고, 우리처럼 불학무식한 사람들 따끔하게 알아듣도록 직설적으로 말씀해 주셔도 좋습니다. 오늘 질문은 “살구” 혹은 “살구나무/살구꽃” 등과 관련된 것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개역한글판] 성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개역한글판] 성경에 보면 “살구(꽃/나무)”라는 말이 성경 전체에서 8개 절에 아홉 번 나옵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야곱이 버드나무와 살구나무와 신풍나무의 푸른 가지를 취하여 그것들의 껍질을 벗겨 흰 무늬를 내고(개역 창 30:37)

이편 가지에 살구꽃 형상의 잔 셋과 꽃받침과 꽃이 있게 하고 저편 가지에도 살구꽃 형상의 잔 셋과 꽃받침과 꽃이 있게 하여 등대에서 나온 여섯 가지를 같게 할찌며(개역 출 25:33)

등대 줄기에는 살구꽃 형상의 잔 넷과 꽃받침과 꽃이 있게 하고 (개역 출 25:34)

이편 가지에 살구꽃 형상의 잔 셋과 꽃받침과 꽃이 있고 저편 가지에 살구꽃 형상의 잔 셋과 꽃받침과 꽃이 있어 등대에서 나온 여섯 가지가 그러하며 (개역 출 37:19)

등대 줄기에는 살구꽃 형상의 잔 넷과 꽃받침과 꽃이 있고(개역 출 37:20)

이튿날 모세가 증거의 장막에 들어가 본즉 레위 집을 위하여 낸 아론의 지팡이에 움이 돋고 순이 나고 꽃이 피어서 살구 열매가 열렸더라(개역 민 17:8)

그런 자들은 높은 곳을 두려워할 것이며 길에서는 놀랄 것이며 살구나무가 꽃이 필 것이며 메뚜기도 짐이 될 것이며 원욕이 그치리니 이는 사람이 자기 영원한 집으로 돌아가고 조문자들이 거리로 왕래하게 됨이라(개역 전 12:5)

여호와의 말씀이 또 내게 임하니라 이르시되 예레미야야 네가 무엇을 보느냐 대답하되 내가 살구나무 가지를 보나이다(개역 렘 1:11)

그런데 [공동번역]과 [새번역]을 읽으면서 [개역한글판]과 [개역개정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공동번역]에는 “살구(나무/꽃)”이라는 말이 한 번도 안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살구”가 모두 “감복숭아”로 번역된 것을 봅니다. “감복숭아”라고 하면 바로 우리가 영어로 더 잘 알려진 “아몬드 almond” 라는 것이지요. 영어번역 중에서 Good News Bible을 보니까 문제의 “살구”가 모두 “almond”로 번역된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표준새번역]과 [새번역]을 보니까 역시 “살구”가 다 “감복숭아”로 바뀐 것을 보았습니다. 다만 예레미야서 1:1만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표준새번역]이나 [새번역] 예레미야서에서 이것이 바뀌지 않은 것은 이 불초소생 不肖小生이 볼 때 일괄적으로 바꾸실 때 우연히 빠진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왜 [개역한글판]을 새로 개정하신 [개역개정판]에 엄연히 틀린 번역 “살구”를 그대로 견지하신 까닭을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목사님께서 지금은 번역 책임자의 자리에서 은퇴하시고 조용히 여생을 보내시는 줄 압니다만 목사님이 총무님으로 계실 때 이런 번역들이 다 나왔기에 무례를 무릅쓰고 조금은 항의성 질문을 드리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불초 물치거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