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모르겠 님께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함께 드리고 싶습니다. 그 동안 이 난을 통해서 많은 질문들이 다루어졌습니다만 이렇게 질문의 핵심을 분명하게 밝혀주신 분들은 결코 많지 않습니다. 독자들이 난해한 본문 앞에서 무엇 때문에 혼란을 느끼는가를, 번역 본문의 어떤 점이 독자에게 오해를 유발시키는지, 의미 전달을 방해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참 좋은 모범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맞습니다. 귀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은 본문입니다.

하나님이 우리 속에 거하게 하신 성령이 시기하기까지 사모한다

혹시 귀하께서 [공동번역]이나 [새번역] 같은 다른 번역들을 비교해 보셨는지요? 거기에는 같은 그리스어 본문에 대한 다른 이해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심어 주신 영혼을 질투하실 만큼 사랑하신다([공동번역] 야고 4:5)

아주 분명하지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심어주신 영혼을 사랑하신다는 말입니다. 성삼위 聖三位의 한 위 位이신 “성령” 대신에 “영혼”이라고 한 것이 다릅니다. 남들이 보면 질투심이 날 만큼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우리에게 심어주신 영혼을 사랑하신다는 말입니다. 우리에게 심어주신 영혼이면 바로 우리 자신이지요. [개역]의 용어를 빌린다면 하나님께서 사람을 그렇게 “사모 思慕하신다”는 황공한 말씀입니다. [새번역]도 같은 견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안에 살게 하신 그 영을 질투하실 정도로 그리워하신다([새번역] 약 4:5)

[개역]이 “성령”이라고 하고, [공동번역]이 “영혼”이라고 한 것을 [새번역]은 “영”이라고 번역합니다.

[개역] 번역에서는 하나님과 성령 사이에 갈등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성령께서 시기하실 정도로 하나님께서는 누군가를 사모하십니다. 4-6절의 문맥을 보면 하나님께서 사모하시는 대상이 바로 성령이 아니라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독점하고 싶어 하십니다. 사람이 하나님 외에 누구를 혹은 무엇을 사랑하면 그것은 “하나님과 원수”([개역], [개정])가 되는 것, “하느님을 등지”는 것([공동번역], [새번역])이라고 말합니다. 부부간의 신실을 버리고 간음 姦淫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과 사람사이가 남녀관계의 은유로 설명이 되고 있습니다. 6절은 배신자를 교만한 자로 봅니다. 부부관계로 상징되는 하나님과의 신실한 관계를 지키는 자를 겸손한 자로 봅니다. 교만한 자는 하나님이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는 은혜를 베푸신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사모하시다니요, 그리워하시다니요! 하나님의 인간 사랑이 사모와 그리움의 요소를 내포한 것이라니요! 늙은 부모가 자식을 사모하고 그리워하는 것을 생각해 보시면 사람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하시는 하나님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옛 번역(예를 들면, [개역]과 [개정])과 현대어 번역(예를 들면, [공동번역]과 [새번역])이 같은 그리스어 본문을 서로 다르게 번역하는 것은 오역 誤譯과 정역 正譯의 문제가 아니라, 난해한 본문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를 반영한 것입니다.

아직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1)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거하게 하신 그 성령(혹은 영혼, 영)을 (“질투심을 가지고”, 혹은 “대단히”, “몹시”) 사모하신다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God truly cares about the Spirit he has put in us (CEV)

God yearns jealously over the spirit that he placed in us. (TEV footnote)

2)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거하게 하신 그 성령께서 시기하실 정도로) 우리를 사모하신다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속에 거하게 하신 성령이 시기하기까지) (우리를) 사모한다” ([개역]의 뜻)

3)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거하게 하신) 그 성령께서 (우리를) 몹시도 사모하신다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The spirit that dwelleth in us lusteth to envy (KJV Jas 4:5)

the spirit which he made to dwell in us long unto envying (ASV Jas 4:5)

the spirit he caused to live in us envies intensely (NIV Jas 4:5)

메어치나 엎어 치나 같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 하나님께서 우리를 질투하는 심정으로 사모하신다

-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두신) 성령께서 질투하는 심정으로 우리를 사모하신다

-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두신 영을 질투하는 심정으로 사모하신다

우리의 사랑을 그리워하시는, 우리를 독점하고 싶어 하시는 “질투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전달된다면 번역이 다른들 표현이 다른들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나 여호와 너의 하나님은 질투하는 하나님인즉 ([개역] 출 20:5)

여호와는 질투라 이름 하는 질투의 하나님임이니라 ([개역] 출 34:14)

네 하나님 여호와는 소멸하는 불이시요 질투하는 하나님이시니라 ([개역] 신 4:24)

만군의 여호와가 말하노라 내가 시온을 위하여 크게 질투하며 ([개역] 슥 8:2)

문제는 어려운 본문을 만나시면 앞뒤의 문맥을 고려하시어서 생략된 말을 상상하여 집어넣고 이해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 번역이 잘 이해되지 않으시면 다른 현대어 번역을 참고해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질문 주시어서 고맙습니다.

<민영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