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을 듣는 순간 숙연함을 느낍니다. 어떤 이슈 앞에서 국론이 갈라질 수는 있지요. 귀하와 의견을 달리하는 쪽에서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변명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회가 국가적 위기 앞에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보다 외국군대의 힘에 더 의지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는 귀하의 지적은 섬뜩합니다. 국가의 안보를 걱정하는 우리가 비록 입장과 견해를 달리한다 하더라도 오랫동안 잊고 있던 다음과 같은 말씀에 다같이 한 번 귀를 기울여보고 싶습니다.

시편의 시인은 이스라엘의 왕을 위해 기도합니다. 자기의 왕이 군사력보다 하나님을 신뢰할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16 군대가 많다고 해서 왕이 나라를 구하는 것은 아니며,
힘이 세다고 해서 용사가 제 목숨을 건지는 것은 아니다.
17 나라를 구하는 데 군마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목숨을 건지는 데 많은 군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18 그렇다. 주님의 눈은 주님을 경외하는 사람들을 살펴보시며,
한결같은 사랑을 사모하는 사람들을 살펴보시고,
19 그들의 목숨을 죽을 자리에서 건져내시고,
굶주릴 때에 살려 주신다.
(시 33:16-19)

같은 희망이 다음과 같은 시편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시인은 구체적으로 전차와 기마와 같은 무기와 군사력을 열거하면서 그런 것들이 자랑할 것이 못됨을 고백합니다.

어떤 이는 전차를 자랑하고,
어떤 이는 기마를 자랑하지만,
우리는 주 우리 하나님의 이름만을
자랑합니다. (시편 20:7)

예언자 이사야의 말이 생각납니다. 기원전 8세기 이스라엘은 북쪽의 강대국 아시리아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은 이집트와 동맹을 맺는 길만이 살 길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예언자는 이집트를 의지하다가 더 큰 재난을 당한다는 경고를 백성에게 하고 있습니다.

1 도움을 청하러 이집트로 내려가는 자들에게 재앙이 닥칠 것이다.
그들은 군마를 의지하고, 많은 병거를 믿고 기마병의 막강한 힘을 믿으면서,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은 바라보지도 않고,
주님께 구하지도 않는다.
3 이집트 사람은 사람일 뿐이요,
하나님이 아니며,
그들의 군마 또한 고기덩이일 뿐이요, 영이 아니다.
주님께서 손을 들고 치시면,
돕던 자가 넘어지고,
도움을 받던 자도 쓰러져서,
모두 함께 멸망하고 말 것이다.
(이사야서 31:1, 3)

미가와 같은 예언자는 끝내 평화가 이기고 전쟁은 망하고 말 것이라고 하는 종말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역사는 하나님의 뜻이 이끌어 가는 것이지 강대국의 군사력이 지배하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3 주님께서
민족들 사이의 분쟁을 판결하시고,
원근 각처에 있는 열강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실 것이니,
나라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나라와 나라가 칼을 들고
서로를 치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군사 훈련도 하지 않을 것이다.
(미가서 4:3)

이스라엘을 구원하고 평화를 정착시킬 왕은 막강한 군사력으로 무장한 왕이 아닙니다. 의로운 왕이고 겸손한 왕입니다. 지휘관이 타는 군마 대신에, 짐을 실어 나르는 나귀를 탄 왕입니다. 나귀를 타고 오는 왕은 겸손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왕입니다.

9 도성 시온아, 크게 기뻐하여라.
도성 예루살렘아, 환성을 올려라.
네 왕이 네게로 오신다.
그는 공의로우신 왕,
구원을 베푸시는 왕이시다.
그는 온순하셔서,
나귀 곧 나귀 새끼인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다.
(스가랴서 9:9)

하나님께서는 그 왕을 통해 전쟁을 종식시키십니다. 전쟁은 더 이상 통치의 수단이 되지 못합니다. 새 왕은 군사력이 아닌 “말씀”만으로 넉넉히 평화를 이룩하고 보존합니다.

10 내가 에브라임에서 병거를 없애고,
예루살렘에서 군마를 없애며,
전쟁할 때에 쓰는 활도 꺾으려 한다.
그 왕은 이방 민족들에게 평화를 선포할 것이며, 그의 다스림이 이 바다에서 저 바다까지, 유프라테스 강에서 땅 끝까지 이를 것이다.
(스가랴서 9:10)

스가랴의 예언은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성취됩니다(마태 21:4-5).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교의 명령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서,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그들에게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아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을 것이다.”(마태 28:19-20)에 복종할 때 영원한 평화는 이룩될 것입니다.

민영진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