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어느 기회에 이 구절을 만나시고 여러분들께서 함께 여러 번역들까지 비교해 보셨는데도 본문 이해를 위해서는 별로 도움이 안 되었다는 말씀이시군요. 무려 우리말 번역 세 가지와 영어 번역 네 가지를 참고하셨군요. 성경 공부 반에서 여러 번역을 비교해 읽는 것은 난해한 본문 이해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긴 해도 때로는 그 난해성이 번역이 아닌 본문의 배경을 이루는 세계관이나 우주관과 연관되어 있을 때는 번역 비교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께서 이미 비교해 읽은 여러 번역 가운데는 TEV가 있군요. TEV의 “하늘 위에 있는 대양 위에 당신의 집을 지으시고 and built your home on the waters above”라고 한 번역은 다른 영어 번역들 하고도 다르고, 우리말 번역들과도 다른 면이 있는데, 이것을 미처 발견을 못하신 것 같습니다.

우선 여기 ‘물’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지구상의 바다가 아닙니다. TEV가 잘 번역했듯이 시편 104편 3절의 ‘물’은 ‘하늘 위에 있는 물’ 곧 ‘하늘바다’를 일컫습니다. 옛 사람들은 하늘의 ‘궁창’ 위에 하늘 바다가 있어서 거기서 비구름이 생긴다고 생각했습니다. 시편 65편 9절의 ‘하나님의 강’ 역시 유사한 개념입니다.

창세기 1장 6-8절에 따르면 ‘하늘 바다’는 창조 때 나누어진 ‘태초의 바다’의 한 부분입니다. 또 사람들은 ‘하늘 바다’에 세운 말뚝 위에 하나님의 보좌 또는 궁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창세기 1장을 읽을 때 자칫 이런 세계관에 주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시편 104편 3절의 배경이 되는 창세기 1장 6-8절을 다시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물 가운데에 궁창이 생기라고 하십니다. 물과 물이 둘로 나누어집니다. 하늘 위에 물과 하늘 아래 물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궁창 곧 하늘이 생깁니다. 위로 하늘이 생기고 아래로 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다는 아래 땅에도 있고 위로 하늘에도 바다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궁창을 만드사 궁창 아래의 물과 궁창 위의 물로 나뉘게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창 1:7) 라는 본문의 뜻입니다.

민영진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