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인용하신 시편 본문이 비록 [개역한글판](1961)의 것이어도 귀하께서 지적하신 11절 만을 제외하고는 의미가 아주 쉽게 전달되어 옵니다. 저는 지금 귀하께서 질문하신 내용을 생각하기 보다는 모처럼 아름다운 시 한 편을 만난 것이 기쁩니다. 하나님께서 땅을 빙문하시고, 농작물이 자라야 하는 밭에 물을 대시어 그 땅을 심히 윤택케 하신다는 것부터가 가슴 설레는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무슨 농부처럼 나타나십니다. 강도 메마르지 않고, 물이 가득 차 흐르는데, 시인은 그런 강을 “하나님의 강”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땅을 예비하신 후에 하나님께서는 그 땅에서 곡식이 자라게 하십니다. 아주 구체적으로는 하나님께서 친히 밭고랑에 물을 넉넉히 대시고 이랑을 평평하게 하시며 또 단비로 땅을 부드럽게 하시고 거기에서 싹이 나게 하시네요. 이것이 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이라고 하는군요. 그러면서 11절이 이어집니다. “주의 은택으로 년사에 관 씌우시니” 주께서 거니시는 길에, 들의 초장에 기름이 뚝뚝 듣습니다. “작은 산들이 기쁨으로 띠를 띠었나이다” 기막힌 표현입니다. 산과 산을 잇는 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짙은 정도가 서로 다른 녹음이 진 풍경이나 아니면 형형 색깔의 단풍이 든 절경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초장은 아예 모두가 양떼로 덮여 있고, 들마다 곡식이 익고 있으니까 이 시인은 “초장에는 양떼가 입혔고 골짜기에는 곡식이 덮였으매”라고 읊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다 즐거이 외치고 또 노래하나이다” 이렇게 묘사할 수밖에 없겠네요.

주님께서 베푸시는 이 모든 복을 확인하면서 시인은 “주의 은택 恩澤으로 년사 年事에 관 冠을 씌우시니”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년사”라는 말부터 어렵습니다. 해 년年 자에 일 사事 자를 쓴 것으로 우리가 흔히 쓰는 말도 아니고 일반 국어사전에 흔히 올라있는 단어도 아닙니다. “연사”라고 해야 할지 “년사”라고 해야 할 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문 글자를 보아서 “해마다 이루어지는 일”이려니 미루어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히브리어 원문에 보면 해마다 일어나는 그런 일이 아니라 “해 [年]” 자체를 말합니다.

관 冠을 씌운다는 것은 왕관으로 씌운다는 말입니다. 대관식을 하여 왕으로 등극시킨다는 말입니다. 한 해[年]에다가 왕관을 씌운다는 말입니다. 이런 표현은 히브리어 원문의 표현을 그대로 직역한 것입니다. 개역개정판은 “주 主의 은택 恩澤으로 한 해를 관 冠 씌우시니 주 主의 길에는 기름방울이 떨어지며”라고 반역하였습니다. 공동번역은 왕관을 씌우는 것을 “장식하다”로 번역합니다. “이렇듯이 복을 내려 한 해를 장식 粧飾하시니 당신 수레 지나는 데마다 기름이 철철 흐릅니다.” 단순히 장식하는 것이 아니라 왕관으로 장식하는 것인 만큼 영광스럽게 장식한다는 것이 새번역의 이해입니다. “주님께서 큰 복을 내리시어, 한 해를 이렇듯 영광 榮光스럽게 꾸미시니, 주님께서 지나시는 자취마다, 기름이 뚝뚝 떨어집니다.”

영어번역들도 보면 히브리어를 문자를 그대로 번역하여 “해[年]에게 왕관을 씌운다”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Thou crownest the year with thy goodness and thy paths drop fatness. (KJV Ps 65:11)

의미를 살려 “풍년을 주셨다” “풍년으로 한 해를 마감하셨다”는 뜻으로 번역하기도 합니다.

Wherever your footsteps touch the earth, a rich harvest is gathered.(CEV Ps 65:11), What a rich harvest your goodness provides! Wherever you go there is plenty.(TEV Ps 65:11)

문제의 11절 “주의 은택으로 년사에 관 씌우시니 주의 길에는 기름이 떨어지며”는 달리 “주의 은택으로 금년에도 풍년을 베푸시니 주의 길에는 기름이 떨어지며” 라고 번역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민영진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