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성경 번역 책임자로서 명상해야할 좋은 성경 말씀 요한 계시록 10장 8-11절의 말씀을 주신 것을 감사합니다. 부족한 사람이 중책을 맡은 것을 축하해 주셔서 큰 격려와 위로를 함께 받았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성경 번역은 여러 가지가 있는 것이 단 하나만 있는 것보다는 좋습니다. 어떤 번역도 완전한 번역일 수 없을 뿐 아니라, 비록 잘 된 번역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독자층 모두에게 고루고루 만족을 줄 수는 없는 것이므로, 여러 번역이 나온다는 것은 성경 본문 이해에 그만큼 공헌을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목사님께서 지적하셨듯이 개인적인 사역이 아닌 교단별 공인번역은 한국교회를 분열시키고 선교를 방해하는 요인을 제공하리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요즘 거론되고 있는 성경의 새로운 번역 시도는 벌써부터 그 의도가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 번역 기관에서 얼마 전에 독자적인 성경을 번역하여 반포하려다가 그것이 대한성서공회의 [개역] 성경을 95% 이상 표절한 것이 판명되어 법원으로부터 출판하지 말 것과 반포하지 말 것이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래서 그 기관에서는 표절 번역의 출판과 반포를 중지하고 새로운 번역에 착수하여 이제 그것을 다시 출판한다고 합니다. 아직 출판이 되지 않아 그 번역의 내용이나 성격은 모르겠습니다마는 아무쪼록 좋은 번역이 되어 큰 공헌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와는 2001년 8월부터 2003년 5월까지 약 2년 동안 합동 측 개역개정판성경 대책위원회와 대한성서공회 측 개역개정판 대책위원회가 세 차례의 회동과 네 차례의 의견 교환을 거쳐 최종적으로 합동 총회 대책위원회 쪽에서 2003년 5월 30일에 91곳 수정을 제의해 왔고, 대한성서공회 쪽 대책위원회에서는 그 91곳을 예외 없이 수정한다는 데에 합의를 하였습니다.

대책위원까지 선발하여 2년여 동안이나 대한성서공회와 협의를 거쳐, 합동 총회 대책위원 쪽에서 90여 곳을 고쳐 달라고 했고, 대한성서공회 쪽에서는 예외 없이 고치겠다고 했고, 또 합동 총회 대책위원회에서는 6개월 이내에 새로 개정된 것을 출판해 낼 수 있느냐고 물어 왔고, 대한성서공회 쪽에서는 3개월 내에라도 출판할 수 있다고 답변했고, 그러면 종전의 개역개정판은 더 이상 출판하지 않을 것이냐고 하여, 당연히 출판하지 않을 것이며 수정된 개정판을 출판할 것이라고까지 답변을 했습니다. 그러나 2003년 9월 합동 총회에서 1년 더 연구하기로 한다고 하면서, 자신들의 요구가 100% 받아들여진 합의안을 스스로 받아 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대한성서공회로서는 할 말을 잃습니다. 다만 새로운 [개역개정판] 성경 사용에 신중을 기하는 태도라고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대책위원회에서 새로운 번역 계획을 발표하였기 때문에 대한성서공회로서는 당황하고 있습니다. 장로교회 합동 총회 개역개정판 성경대책위원회 쪽에서 결의한 새 번역은 만일 그것이 독자적인 또 다른 새로운 번역이라면 금년에 새 번역 계획을 세운 만큼 완역이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입니다. 새로운 번역은 일반적으로 수십 명으로 구성되는 번역팀과, 역시 수십 명으로 구성되는 컴퓨터 기술 지원팀이 함께 10여년 정도 일을 해야 완성이 되는 큰 작업입니다. 따라서 그러한 새로운 번역 계획은 그 의도와 번역 원칙과 기존 번역과의 차별성 등이 번역원칙에서 상세히 언급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직 그러한 것이 발표된 것 같지 않아 지금 단계로서는 어떤 의견을 진술하기가 어렵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두 기관과는 무관한 일일 것입니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성경의 번역 출판을 상업적으로 고려하는 경우도 더러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의 대표적인 교단들이 이사를 파송하여 만든 교회연합기관인 대한성서공회가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말 번역 성서의 번역과 출판과 보급을 맡아서 해 왔는데, 최근 일부 교단에서는 성경판매 이익금을 교단별로 분배하는 것이 옳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습니다. 만일 처음부터 각 교단이 출자를 하여 주식회사형태의 회사를 설립하여 이 일을 해 왔다면 이익금 분배는 마땅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한 세기의 교회 역사에서 보면 과거 70여년을 영국성서공회와 미국성서공회와 세계성서공회연합회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아 우리말 성경을 번역하고 출판하고 보급해 왔습니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대한성서공회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헌금을 해주었고 성경 반포 사업을 여러모로 지원해 주어 대한성서공회는 30여 년 전부터 자립을 했습니다. 단순히 자립을 했을 뿐만 아니라 자립과 동시에 세계 여러 나라 미자립성서공회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지원성서공회가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성경의 출판과 반포는 국가로부터 비영리사업으로 분류됩니다. 조금이라도 이익이 발생하면 성경 재생산에 사용됩니다. 아시아태평양지역만 하더라도 아직 30억 인구가 성경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30억 권의 성경이 이 지역에 필요합니다. 이익금분배라는 것은 성서공회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오히려 교회들이 성경 반포운동에 헌금으로 참여하고 있고 이 일을 성서공회는 실천하고 있습니다.

민영진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