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에서 “기록된 바...”라는 말이 나오면 그것은 으레 구약 본문의 인용을 가리키는 것인데, 여기 고전 2장 9절에 인용된 본문은 우리가 알고 있는 구약 본문이 아닙니다. 그래서 귀하께서 지적하신 것이 옳습니다. 고전 2장 9절은 이미 여러 주석들이 잘 지적하고 있듯이 구약에서 직접 직접 인용된 본문이 아닙니다. 이미 귀하께서도 지적하신 것처럼 이사야서 64장 4절이나 65장 17절은 고전 2장 9절의 인용문에 사용된 비슷한 용어만이 몇 개 나올 뿐, 그것들이 우리 본문의 인용의 출처는 아닙니다.

주석들을 보면, 바울이 인용한 것과 유사한 본문이 다음 몇 곳에도 나온다고 합니다.

1) 라비 요하난의 말:“오 하나님, 당신 외에는, 하나님을 사모하는 자를 위해 하나님이 예비하신 것은 아무도 눈으로 보지 못하였습니다.” 라비의 이 말은 위에서 질문자께서 이미 인용한 이사야 64장 4절과 시 31편 20절 “주께서 그들을 주의 은밀한 곳에 숨기사 사람의 꾀에서 벗어나게 하시고 비밀히 장막에 감추사 말다툼에서 면하게 하시리이다”([개역개정판] 시 31:20)를 서로 자유롭게 연결하고 축약한 것 같습니다.

2) 도마복음서의 예수의 말: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어떤 눈도 본 적이 없고, 어떤 귀도 들은 바가 없고, 어떤 손도 만진 바가 없고, 사람의 마음에는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것을 내가 너희에게 주리라.”([도마복음서] 17절).

3) [이사야의 승천기], [에스라의 묵시록], [다니엘의 묵시록] 등에도 이 비슷한 구절이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오리겐은 바울의 이 구절이 [엘리야의 묵시록]에서 인용된 것이라고 말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단편 조각 사본에서는 이 본문을 확인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미 우리가 보았듯이 바울이 인용한 이 구절은 성서의 여러 구절들에서 조금씩 추출하여 만든 모자이크 같은 본문입니다. 그런 모자이크 본문이 위경 중에 어디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바울이 인용한 것과 같은 동일한 본문이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정경의 여러 곳에 이 비슷한 표현들이 있다는 것만을 지적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면, 이사야서 64장 4절 외에 이사야서 6장 9-10절 “9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가서 이 백성에게 이르기를 너희가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할 것이요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리라 하여 10 이 백성의 마음을 둔하게 하며 그들의 귀가 막히고 그들의 눈이 감기게 하라 염려하건대 그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닫고 다시 돌아와 고침을 받을까 하노라 하시기로”, 예레미야서 5장 21절 “어리석고 지각이 없으며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며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백성이여 이를 들을지어다” 등이 그러한 본문들입니다. 중요한 문제를 물어주시어서 우리 모두가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민영진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