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눈을 가지고 사물을 늘 잘 관찰하시는 것이 부럽습니다. 늘 그렇게 좋은 눈과 시력을 잘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밝은눈 님께서 아직도 개화기에 번역된 [개역한글판]을 읽으시는 것을 보니, 옛글을 참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옛말에 대한 관심이 옛글에 대한 관심을 따르지는 못하는 것 같군요.

[성경전서 개역한글판]의 번역은 1956년에 출판된 이후 지금까지 여러 차례 조직적으로 검토되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오자가 있는 경우는, 이제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개역한글판]에는 1900년 전후의 개화기에 사용되던 아름다운 우리말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오늘날 [개역한글판]을 읽는 젊은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많이 있습니다. 문의하신 이사야서 19장 6절의 “달과 갈이”도 그런 경우입니다. 문의한 본문은 이사야서 19장 6절에서 이사야가 하나님께서 이집트를 벌하실 것이라고 예언하는 부분입니다.

강들에서는 악취가 나겠고
애굽 시냇물은 줄어들고 마르므로
달과 갈이 시들겠으며
([개역한글판] 이사야서 19:6)

위 본문에 나오는 “달”은 “달뿌리풀”의 준말입니다. 국어사전에 보면. 이 풀은 “볏과의 여러해살이풀로서, 뿌리줄기가 땅 위로 뻗으며, 마디에서 뿌리가 나고, 잎은 바소꼴로 잎집이 있으며, 길고 어긋맞게 난다. 가을에 갈색의 작은 꽃이 이삭처럼 핀다. 냇가의 모래땅에 자란다. 달, 혹은 달풀이라고도 한다.”라고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갈”은 “갈대”의 준말입니다. “갈대”에 관해서는 우리말 국어사전에 다음과 같이 되어 있습니다. “볏과의 여러해살이풀. 줄기는 곧고 단단하며 속이 비고, 잎은 길고 끝이 뾰족하다, 가을에 솜털이 많은 옅은 잿빛 꽃이 줄기 끝에 핀다. 물가나 축축한 곳에 자라는데, 줄기는 발, 삿갓, 삿자리 따위의 재료로 쓴다.” 따라서, “달과 갈이”는 오역(誤譯)도 아니고 오기(誤記)는 더더구나 아닙니다.

그러나, [개역한글판]의 “달과 갈이” 는 밝은눈 님께서 오기가 아니냐고 물으신 것처럼, “달과 같이”로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개역개정판](1998)에서는 “갈대와 부들이”로 개정하였고, [공동번역성서](1977)에서는 “갈대와 왕골”로, [표준새번역](1993)에서는 “파피루스와 갈대”로 각각 번역하였습니다.

민영진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