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 성서 난해구 해설 (2002. 5)

하는 체 하더라도

민영진 목사
(대한성서공회부총무)


          

민 영진 목사님께,

시편 81편 15절 말씀의 해석에 대하여 여쭙고자 합니다. 얼마 전, 우리 교회에서 부흥회가 있었습니다. 부흥회를 인도하시는 목사님께서 시편 81편 15절의 말씀을 읽으셨습니다. “여호와를 한하는 자는 저에게 복종하는 체 할지라도 저희 시대는 영원 하리라”. 이 본문을 가지고 목사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동안 하나님의 말씀대로 전적으로 순종하지 못하나 하는 체만 할지라도 복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전도를 못하면 전도하는 체, 기도를 못하면 기도하는 체, 등 억지로 그 흉내라도 내보십시오. 그리하면 하나님께서 저희의 시대를 복되게 하며 영원히 보살펴 주실 것입니다.”
부흥회가 지나고 우리 교회 담임 목사님께서도 주일 낮 예배 때에 설교를 하시면서 부흥 강사 목사님의 설교를 회상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새롭게 들은 이 말씀에 나도 은혜를 받았습니다.” “저도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는 줄 잘 몰랐는데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전폭적으로 못하지만 다 순종하지 못하면 체라도 합시다.”
좀 이상한 풀이다 싶어서 주석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말씀의 해석이 전혀 다르게 되어있었습니다. 오히려 “여호와를 한하는 자”는 곧 “여호와를 원망하고 불평하고 탓하는 자”로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자는 비록 “하나님에게 순종하는 체 할지라도 하나님께서 그 진심을 아시고 그 중심을 보시므로 그를 긍휼히 여기지 않으시므로 그의 나머지 일생이 영원히 하나님의 긍휼하심 아래 있지 못하다”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목사님의 해석과 주석의 해석이 서로 다를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반대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어떤 것이 맞는 해석입니까?

이중기 올림


이중기 형제께,

문제는, 본문 안의 “저희 시대” 곧 “그들의 시대”가 “영원히 계속할 것”이라는 말의 뜻이 모호하다는 데 있습니다. 다른 영어 번역들을 보면, “그들의 시대”를 “그들이 형벌을 받는 때(their time of punishment)” 혹은 “그들의 암울한 운명(doom)”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시편 81편의 문맥을 보면, 11-12절은, 하나님께서는 당신에게 순종하지 않는 이스라엘 백성을 귀가 먼 그대로 버려두십니다. “강퍅(剛愎)”이라고 하는 어려운 말이 있습니다만 아마 “고집이 센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완강(頑剛)하다”는 뜻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근시안적입니다.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자기들의 소견에 옳은 대로만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포기해 버리십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생각을 좇다가, “임의대로”, 즉 지기들의 뜻대로, 가다가 결국 파멸로 치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13-16절은, 이스라엘이 침략자들의 공격을 받게 된 것, 백성이 기근에 허덕이는 것이 모두 백성이 하나님에게서 돌아섰기 때문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13절은 하나님의 소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백성이 당신의 말씀을 듣기만 한다면, 그리고 하나님께서 지시하시는 길로 백성이 가기만 한다면, 14절, 하나님께서 원수를 물리치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15절, 하나님을 미워하는 자들이 하나님께 복종하는 체 하겠지만 이미 그들이 받을 형벌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16절은, 백성이 하나님께 청종할 때 먹거리가 풍요로워질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15절의 본문은 결코, 성도들이 힘이 모자라 전도나 기도나 헌금을 전적으로 못하는 한이 있어도 다만 하는 체만 하여도 복 받는다는 말이 아닙니다. 다른 번역들을 비교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나를 미워하는 자들은 내 앞에 무릎을 꿇렸을 것이며, 그들의 형벌은 영원히 계속되었을 것이다.” (ꡔ표준새번역ꡕ 시 81:15)

“주님을 미워하는 자들은 주님 앞에서 경배하는 체 한다. 그들이 받은 형벌(their punishment)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NIV 시 81:15)

“나를 미워하는 자가 내 앞에서는 무서워서 경배를 하겠지만, 그들이 받을 형벌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TEV 시 81:15)

민영진 드림


민영진목사
편집위원, 대한성서공회부총무, 감신대교수(구약신학) 및 대한성서공회 번역실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