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 성서 난해구 해설 (2001. 7)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부은 여인

민영진 목사
(대한성서공회부총무)

질문

목사님, 안녕하십니까?
옥합(玉盒)을 깨뜨린 여인에 관한 말씀을 네 복음서에 다 볼 수 있는데 (마 26:6; 막 14:3; 요 12:1; 눅 7:36), 그 장소와 내용이 조금씩 다른 것 같습니다. 같은 사건으로 보아도 되겠습니까?
항상 목사님 시간을 생각하지 않고 불쑥 불쑥 질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 래도 저에겐 언제든지 여쭈어 볼 목사님이 계셔서 행복 합니다.
신조현 권사 올림


대답

신조현 권사님께

조금은 어려운 문제입니다. 성서학자들 사이에서도 아직 논쟁을 계속 하고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지요. 여기에서는 이 두 이야기가 서로 다른 것이라고 하는 견해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한 이야기는 갈릴리에서 일어난 것을 말해주는 이야기이고, 다른 한 이야기는 그보다 한 일 년 후에 베다니에서 일어 난 것을 말해 주는 이야기로 보입니다.

갈릴리 이야기

이것은 누가복음 7장 36-50절에 나와 있는 이야기입니다. 예수께서 바 리새파 사람 시몬의 집에 초대받아 가셨는데, 그 날 거기에서 아주 난처 한 일이 일어납니다. 그 마을에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창녀가 예수께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식탁에 앉아 계셨는데, 유대인의 식탁 은 상다리가 낮고, 식사하는 사람들은 비스듬히 반은 눕고 반은 앉아 있 는 그러한 자세로 식탁에 기대어 앉아 계셨는데, 그런 예수님의 바로 뒤 에 그 여인이 와서 서는 겁니다. 그러더니, 그 여인은 거기에 서서 눈물 을 흘리면 웁니다. 예사로운 일이 아닙니다. 분위기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여인의 얼마나 울었는지 그 여자의 눈물이 급기야 는 비스듬히 누우신 예수님의 맨발에 떨어진 것입니다. 그 여인인들 오 죽이나 당황했겠습니까! 여인은 황급히 자기의 머리를 풀어 (여인이 머 리를 푼다는 것은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좀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그 긴 머리카락으로 예수님의 발에 묻은 자기의 눈물을 훔치는 것입니 다. 이것은 일종의 신체적 접촉입니다. 부정한 여성과의 신체적 접촉은 일반적으로 부정을 옮긴다고 생각하던 사회였습니다. 여인의 머리카락으 로 발에 떨어진 눈물을 닦은 예수만이 아니라, 예수와 함께 그 식탁에 둘러앉아 있던 이들 모두가 부정해지는 순간입니다. 아마 이쯤 되면 그 식탁의 손님들은 더 이상 그 자리를 지킬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여인의 행동이 점점 과격해 지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발에 입을 맞추 고 향유까지 발라드립니다. 아마도 여인은 환영하는 표시로 그 기름을 예수님의 머리에 부어드리려고(눅 7:46; 시 23:5) 가져 온 것이었을 것 같은데, 그 향유를 발에까지 부어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광경을 본 집 주인 시몬은 그러한 여인의 접근을 물리 치지 않으신 예수님을 언짢아하면서 예수님이 예언자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6절, 39절).

이 여인은 용서받은 기쁨과 감격을 가지고 예수님께 온 것입니다. 우 리는 언제 어떤 계기에 그 여인이 예수님을 통해서 용서를 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 여인은 지금 용서받은 그 감격을 가지고 예수님을 방문한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많이 용서받은 이들이 더 많이 사 랑한다"는 유명한 말씀을 여기에서 하십니다.

이것은 시기적으로는 베다니에서 있었던 일보다는 한 1년 전이고, 장 소도 예루살렘 부근이 아닌, 갈릴리 지방입니다.

베다니 이야기

이것은 마가복음 14:3-9; 마태복음 26:6-13; 요한복음 12:2-8 등에 기 록되어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지금 베다니라는 곳에 사는 시몬이라는 사 람에게 초청을 받고 그의 집에 가셔서 식사를 하고 계십니다. 시몬은 나 병환자였다가 완치된 사람입니다. 예수께서 시몬의 집에서 식탁에 앉으 셨는데, 그 때 한 여인이 매우 값진 향유 한 옥합을 가지고 와서 그 옥 합을 깨뜨리고 예수님의 '머리'에 머리에 향유를 붓습니다. 같은 이야기 가 요한복음서에서는 여인이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붓고 머리카락으로 닦아드린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요 12:3).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어떤 사람들이, 아마 제자들이었을 것입니다. 분을 내며 말합니다. 비싼 향유를 허비한다는 것이지요. 3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줄 수 있는 그러한 값비싼 향유입니다. 3백 데나 리온이면 일용직 노동자자의 일 년 수입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 여인을 책망하는 일을 못하게 하십니다. 그 여 인이 자기의 능력을 다해 향유를 부은 것은 예수님의 장례를 미리 준비 한 것이라고, 그렇게 몸에 향유를 부어 예수님의 장사(葬事)를 미리 준 비한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염습(殮襲)을 할 때 우리는 시신의 몸을 씻긴 뒤에 옷을 입히고 염포(殮布)로 묶는데, 유대인들의 장례 풍속을 보면(요 19:40), 시신의 몸에 향료를 바르고 고운 베로 시신을 감습니다.

예수께서는 이 여인이 예수님의 장례를 미리 준비한 것이라고 하여 어디에서든지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 이 여인이 한 일이 알려지고 기억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 기름을 붓는 것이 마가복음14:3-9; 마태복음26:6-13;요한복음 12:2-8 등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상세 한 점에 있어서는 서로 조금씩 내용이 다르지만 같은 때, 같은 장소에서 있었던 동일 사건을 세 복음서 기자가 따로따로 기록한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기 직전, 예루살렘 근방 베다니에서 고난주간의 화요일 저녁에 있었던 일입니다.

두 이야기

두 사건에 같은 이름을 가진 시몬이라는 사람이 등장한다는 것과, 예 수님께 접근한 여인이 예수님의 발을 닦아드린다는 것이 비슷합니다마 는 이 두 이야기는 다른 때 다른 장소에서 발생한 이야기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습니다.

갈릴리 이야기에서는 a) 예수님께 기름을 부은 그 여인을 '죄인인 한 여자'(눅 7:37)라고 소개하고 있고, 주인 역시 그 여인을 천시(賤視)합니 다. b) 주인은 그 악명 높은 여인이 예수께 접근하는 것, 예수께서 그것 을 허용하시는 것을 문제삼고 있습니다. c) 예수께서는 용서(容恕)가 사 랑을 베푸는 것으로 발전한다고 하는 중요한 주제를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베다니 이야기에서는 a') 그 여인의 오라버니가 손님 중에 앉 아 있고, 그의 언니가 예수님께 열심히 시중을 들고 있습니다. 그 여인 자신은 얼마 전에 "주의 발 앞에 앉아 그의 말씀을 듣던"(눅 10:39) 여인 입니다. b') 제자들은 이 여인의 낭비를 문제삼고 있습니다. c') 예수님 의 장사(葬事) 준비가 중요한 주제로 나옵니다.

두 이야기는 서로 다른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