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서공회부총무)
민영진 목사
(대한성서공회부총무)
인사(人事)라는 것이 있다. 사람들끼리 만날 때 서로 공경하는 뜻으로 하는 예(禮)를 일 컫는 것인데, 거기에는 몸짓과 함께 말이 따라 붙는다. 만날 때는 "안녕하세요?"라든가, 헤 어질 때는 "안녕히 계십시오!"라든가 하는 말을 한다. 덕담(德談)이라는 것이 있다. 잘 되기 를 비는 말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서로 인사를 할 때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마태복음서 10장 12-13절의 내용과 표현의 뉴앙스가 {개역}과 {표준새번역}이 서로 다 른데 그 배경이 궁금하다고 하는 성서 독자의 질문이 있었다. 특히 13절 같은 것은, {개역} 번역의 이해를 따르면, 어느 집에 평안(平安)이 임하고 안 하고 하는 것은 평안을 비는 사람 이 임하게 하거나 임하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표현은 안 되어 있으나 당연히) 하 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표준 새번역}을 보면 아주 분명하게, 어느 집에 평 화가 있게 하거나 없게 하는 것은 평화를 비는 사람이 하는 일로 되어 있어서, 이러한 이해 는 {개역}의 이해와도 다른 것 같고, 특히 평화를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라고 생각해 온 일 반적인 이해와도 달라서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이었다. 먼저 두 번역판의 번역 내용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12 또 그 집에 들어가면서 평안하기를 빌라 13 그 집이 이에 합당하면 너희 빈 평안이 거기 임할 것이요 만일 합당치 아니하면 그 평안이 너희에게 돌아올 것이니라 ({개역한 글판} 마 10:12-13) 12 너희가 그 집에 들어갈 때에, 평화를 빈다고 인사하여라. 13 그래서 그 집이 평화를 누리기에 알맞으면, 너희가 비는 평화가 그 집에 있게 하고, 알맞지 않으면 그 평화가 너 희에게 되돌아오게 하여라. ({표준새번역} 마 10:12-13) 그리스어 "에이레네"의 대응어가 평안(平安)이 옳으냐 평화(平和)가 옳으냐 하는 것은 별 문제가 안 된 것 같다. 아마도 문제가 발생한 것은 평화를 주시거나 거두어 가시는 분이 하나님이 아니라 평안을 빌어준 그 사람이라는 점이 문제가 된 것 같다. 즉 {개역}을 읽으 면 평화를 주관하는 이가 하나님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었는데, {표준새번역}을 보면 평화 를 주관하는 주체가 평화를 비는 사람에게 있는 것으로 분명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마태복음서 10장 2-16절은 예수께서 12 사도를 파송(派送)하시는 내용이 들어 있는 본
문이다. (1) 먼저, 파송을 받는 열 두 사도의 이름이 소개되고 (2-4절), (2) 파송되는 곳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시는 말씀이 나오고 (5-6절), (3) 이어서 선포할 내용을 지시하시고 (7절),
(4) 병을 고치고 나환자를 깨끗하게 하고 귀신을 축출하는 것과 같은 치유(治癒) 행위를 할
것을 과 같은 사도들의 주요 임무를 제시하시고 (8절), (5) 사도들의 활동과 관련된 비용의
부담에 관한 원칙을 말씀하시고 (8-11절), (6) 가정이나 마을이 사도들의 활동을 어떻게 지
원하고 방해하느냐에 따라 거기에 알맞은 보답 혹은 응징(膺懲)을 말씀하시는 (12-15절) 내
용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서 보듯이 {개역}의 번역은 가능한 번역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번역은 {표준새번역}에서 보는 것과 같은 사역형의 번역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사나 덕담은 그 의미를 문법적으로 따져서 들을 것이 아니다. {개역}식으로 하든 {표준새번역}식으로 하 든, 궁극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인사와 덕담은 상대방이 복 받기를 비는 것이다. 덕담 대신 악담(惡談)은 상대방에게 저주가 내리기를 비는 것이다. 덕담을 들어 복을 받았다고 할 때 덕담을 한 사람이 그런 복을 주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초월적인 분께서 주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악담을 들어 저주를 받았을 경우에도 악담을 한 이가 저주를 내렸다고 말할 수도 있고, 초월적인 힘에 의한 저주의 발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수사법(修辭法) 곧 리토릭(rhetoric)의 문제일 뿐이다. |
